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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노동부가 주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토론회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 반대한다"는 등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항의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9월 1일 노동부가 주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토론회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 반대한다"는 등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항의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 권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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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정부가 밝힌 중대재해처벌법 입장을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을 기업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명확히 확인되었다. 8월 8일자 <한겨레> 보도('재계 민원 받아쓰기 정부…해고 쉽게, 부당노동 처벌 삭제')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고용·노동분야 덩어리과제(규제)' 목록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포함되어, 이를 규제 완화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기획재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할 주체로 경영책임자 이외에 추가로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Chief Security Officer)를 둘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자는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하였다. 이는, 그동안 경영계가 경영책임자(대표이사)를 형사 처벌하는 것이 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며 개정을 요구해온 것과 같은 내용이다(관련 기사: 국민의힘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휴지 조각 법' 만들려는 시도 막아야 http://omn.kr/1zga9 ).

그러나 경영책임자가 책임지고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은 중요한 과제일 뿐 아니라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최근 기업의 중요 이슈인 ESG경영 차원에서도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어 산업재해율을 낮추는 것이 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는 의무를 더 이상 규제라고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산업재해율을 낮춰야 진짜 ESG경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2.9.5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2.9.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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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ESG경영이란 말이 자주 거론된다. ESC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ESG 경영'이란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 경영의 3가지 핵심요소를 의미'한다고 한다. 환경(Environment) 지표에는 기업의 경영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 전반을 포괄하는 요소들이 포함되며, 최근 기후변화와 관련된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사용이 핵심 이슈이다.

사회(Social)는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임직원, 고객, 협력회사, 지역사회 등)에 대한 기업의 권리와 의무, 책임 등의 요소가 포함되는데, 특히 인권과 안전·보건에 관한 이슈가 핵심 쟁점이다. 지배구조(Governance)는 회사의 경영진과 이사회, 주주 및 회사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영역인데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임원의 급여, 윤리경영 및 감사기구 등이 강조되고 있다.

사실 ESG는 새 개념은 아니다. 이미 1987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공동으로 채택한 일명 '브룬트란트 보고서'라 불리는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제시된 '지속가능성'에 관한 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2006년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서 지속가능성장 6개 원칙이 발표된 이후 자리잡은 개념이다. 국가 단위에서 ESG 관련 기업의 정보공개 등을 제도화하고 있고, 민간차원에서는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ESG 관점 투자선언'을 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ESG경영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한국도 2025년까지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의 경우 ESG 정보공시가 의무화되며, 2030년에는 전 코스피 상장기업의 경우 ESG 정보공시가 의무화된다. 이미 ESG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자본주의 등장 이후 그동안 기업이 이윤추구만을 한 결과 전지구적 환경과 시민사회 영역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줄여서 기존 자본주의 체계가 더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의 적극적인 노력이라 할 수 있다.

ESG경영 평가지표 중 산업안전 부분도 중요한 평가지표로 포함되어 있다. 2021. 12.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 K-ESG가이드라인 기본 진단항목 정의 부분에서 '안전보건 추친 체계' 항목을 넣어놓았으며, 이를 점검하는 기준으로 '조직의 위험요인 파악과 이에 대한 제거·대체·통제 방안 마련, 교육훈련 실시', '중대한 위험요인에 대처할 수 있는 비상조치계획 수립'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K-ESG가이드라인에서는 안전보건 추진체계를 갖추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왜 중요한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K-ESG가이드라인 99쪽 인용). 요약하면 "(노동자의) 안전 관리는, 기업에게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것. 

"안전보건 관리는 조직의 사회적 책임이며, 경쟁력 제고의 첫걸음이다. 최근 ES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특히 안전보건 관리는 ESG이행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이며, 경영의 일부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심각한 작업 차질이 발생하고 품질, 생산성 및 조직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경영자의 안전보건 리더십이 만드는 ESG경영

그리고 위 가이드라인에서 이러한 '안전보건 추진체계'를 갖추고 이행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경영자의 안전보건경영에 대한 확고한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아울러 모든 구성원이 안전보건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작업환경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위험요인을 제거·대처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며,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산업재해율'을 K-ESG 평가항목으로 설정하였는데,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으로 인하여 산업재해 발생율이 낮아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다. 기업에서 실제 발생하는 산업재해 발생정도가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항목으로 설정된 것이다.

이와 같이 기업이 안전보건체계를 갖추어 산업재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노력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고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한국 사회가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얼마나 잘 대비하고 이행하느냐에 따라 한국이 안전 사회로 도약할지 여부, 한국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이 안전할지가 결정될 것이다.

사실상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큰 시대적 흐름의 영향을 받아 제정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에서 경영책임자에게 안전하게 일할 환경을 마련할 사회적 의무를 부여하고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경우 그에 관하여 국가형벌권을 발동하는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경영책임자가 안전한 노동환경을 마련해놓지 않고 노동자에게 그 환경에 들어와서 일하라고 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보상금만 지급할 문제가 아니라 무거운 처벌이 뒤따르도록 사회제도가 변화한 것이다. 이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한계도 반영된 것이다. ESG가 상식과 기준이 되고 있는 이 시점에, 기업이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경영할 경우 어떠한 형식으로든 사회적 제재가 뒤따르는 것을 더 이상 불필요한 규제라고 인식해서는 안된다.

정부, 기업이 안전보건 의무 따르게 규제해야... 중대재해법, 제대로 된 시행 필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노동관련 기존 제도를 규제로 인식하는 것을 보면, 과연 ESG의 세계적 흐름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기업의 ESG 정보공개를 규범화하는 작업을 해야하고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기업처럼 '규제완화'만을 외치고 고민해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개정의견보다는 '제대로 된 시행'이 중요하다고 본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사례는 지금 1건에 불과하고 어떠한 처벌을 받을지 지켜봐야한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춘 경영책임자가 억울하게 처벌받을 것이란 우려는, 아직 실체가 없는 막연한 두려움에 불과하다.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여 더 이상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기업과 노동자, 시민사회, 그리고 국가가 모두 힘을 합쳐서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 경영책임자는 수사과정과 형사재판에서도 얼마든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보장되어 있다. 지금은 중대산업재해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안전·보건관리체계가 튼튼하게 구축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하루라도 빨리 찾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도 ESG 평가를 잘 받아 성장할 수 있고, 한국도 노동자들이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김용균재단 감사이자, 민변 노동위 노동자건강권팀 팀장으로 활동하는 문은영 변호사(법률사무소 문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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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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