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 걸까. '연애 리얼리티'가 대세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2>, ENA PLAY <나는 솔로>, kakaoTV <체인지데이즈2>, MBN <돌싱글즈3>를 필두로 무려 10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다. 놀랍게도 몇 개의 프로그램들이 더 론칭할 예정이다. 마치 '트로트 열풍'을 타고 유사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기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제목을 언급한, '메이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선점 효과'를 누리며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다. 화제성에서 압도적이다. 또, 시즌을 거듭하며 퀄리티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새롭게 론칭한 프로그램들은 '성소수자', '첫사랑', '가상 사내 연애' 등 차별화로 틈새 공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연애 리얼리티 시장이 포화 상태에 가깝고, 메이저들의 기세가 강해 녹록지 않아 보인다. 

메이저라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쏟아지는 경쟁 프로그램들의 출현에 긴장해야 하는 건 논외로 치자. 제작진의 물의, 출연자 논란 등은 치명상을 안길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가령, <나는 솔로>의 경우 남규홍 PD가 광고계에 종사하는 출연자의 직업(AE)을 '따까리'라고 표현해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과거 채널A <하트 시그널>은 출연자의 범죄 이력(음주운전, 강간 치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연애 리얼리티'의 본질적 고민은 아니다. 외적 요인이라 봐야 할 것이다. 메이저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떠안게 될 진짜 문제의 뇌관은 '길이'다. 우선, 촬영 기간이 대폭 길어졌고, 그만큼 프로그램의 분량도 늘어났다. 전자는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변화이다. 생각해 보자. 연애 리얼리티의 결과가 '커플 매칭'이라면, 그 결과는 출연자들의 몰입도에 달려 있다. 

연기자가 아닌 출연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연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진짜 감정을 느끼게 해야 한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몰입하게 만들어야 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출연자의 진심이 느껴질 때 그들의 관계에 집중하고, 더 나아가 '과몰입' 상태에 진입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의 연애 리얼리티는 과거와 달리 단순한 '호감' 정도로는 부족하다. 그 이상의 '찐' 감정이 필요하다. 

'찐' 감정을 유도하기 위해서 제작진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들만의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상황과 제약을 제시하고, 경쟁자를 투입하고, 각종 데이트를 지원한다. 이것으로 충분할까. 제작진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야 하루 이틀 만에 생길 수 있지만, 사랑이 맺히고 영글자면 그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지 않은가. 

늘어난 촬영 기간과 분량... 논란-지루함 위험성도 내포
 
 TVING <환승연애2>의 한 장면.

TVING <환승연애2>의 한 장면. ⓒ TVING

 
가령, <체인지 데이즈>는 이별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커플에게 기존 연인과 새로운 만남을 저울질하게 하는데, 이때 단순한 호감 정도로는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렵다. 예상대로 시즌1에서 출연자들은 모두 기존 커플을 선택했다. 물론 프로그램의 취지 자체가 이별을 종용하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기에 1주는 턱없이 짧다. 결국 시즌2는 기간을 2주로 늘렸다. 

이혼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돌싱글즈>도 마찬가지다. 출연자들은 커플 매칭 후 '동거'에 들어가고, 그 이후에 최종 선택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도 기간은 매우 중요하다. 제작진은 시즌2부터 커플 매칭을 위한 기간을 3박 4일에서 5박 6일로 늘렸다. 덕분에 출연자들은 좀더 신중히 상대방을 알아간 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남다 커플(윤남기, 이다은)의 탄생이 우연일까? 

반면, <나는 솔로>와 <환승연애>는 촬영 기간은 기존대로 유지(각각 4박 5일과 3주)하면서 방송 분량을 늘린 케이스이다. <나는 솔로>는 화제성에 따라 유연하게 분량을 편성하는 쪽에 가깝다. 평균 6회 정도에서 한 기수가 마무리되는데, '광수'와 '영숙', 옥순'의 삼각관계가 펼쳐졌던 9기에서는 분량을 8회까지 늘려 편성했다. (참고로 7기에서도 8회로 편성했다.) 

20화까지 공개될 <환승연애2>는 시즌1(15화)보다 분량이 확연히 늘어났다. 표면적 이유는 출연자들의 심리 묘사를 좀더 세밀하게 담아내기 위함이다. 제작진 입장에서 욕심날 법하다. 물론 MAU(월 이용자 수) 역대 최고치인 387만 명을 기록했던 시즌1의 인기를 좀더 오래 누리고 싶은 자본주의적인 속내도 엿볼 수 있다. <환승연애2>는 유료가입 기여자 수 6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연애 리얼리티들이 촬영 기간과 분량을 늘리면서 동시에 논란과 지루함이라는 위험성을 내포하게 됐다는 점이다. <돌싱글즈3>는 여성 출연자의 정보를 6회차에 공개하면서 논란을 야기했다. (남성 출연자 정보는 3회에 공개됐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함 꼼수라는 지적이 많았다. 물론 분량이 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즌1은 10회었지만, 시즌2부터 12회로 늘었다.) 

<체인지 데이즈2>는 촬영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나면서 출연자들의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비슷한 갈등 양상이 반복되면서 루즈해졌던 게 사실이다. 제작진은 '룸체인지룰'을 도입하며 새로운 흐름을 강제했다. 더 이상 커플과 함께 방을 쓸 수 없게 된 상황은 혼란을 가중시켰지만, 기존 커플은 발전없는 반목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새로운 커플의 가능성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TVING <환승연애2>의 한 장면.

TVING <환승연애2>의 한 장면. ⓒ TVING

 
<환승연애2>는 X(전 연인)를 맞히는 데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소모하고 있다. 물론 초반에는 교차 편집으로 흥미를 더하고, MC들의 다양한 예측이 더해지며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총 분량의 절반인 10화까지 공개된 시점까지도 X 숨기기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은 지루함을 야기했다. 여전히 헤매고 있는 출연자들과 달리 시청자들은 이미 답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시즌1과 마찬가지로 장소를 옮기면서 X를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데, 분량 자체가 늘어나는 바람에 따분해진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환승연애2>는 시즌1에 비해 전개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갈등이 반복되고, 비슷한 내용의 인터뷰가 이어져 피로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최이현-선민기 커플이 퇴소하면서 관계의 다양성이 감소한 영향이 있겠으나 변명일 뿐이다. 

출연자의 몰입감을 위해,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위해 촬영 기간을 늘리는 방법은 연애 리얼리티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촬영 분량이 늘어나면 방송 분량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선택을 할 것인지 보다 디테일하게 묘사할 것인지는 제작진의 선택이다. 물론 연애 리얼리티의 인기를 활용해 시청률이나 가입자 수를 늘리고자 하는 의도도 내포되어 있으리라. 

연애 리얼리티가 가야할 길은 어디일까. 과몰입을 위해 출연자의 심리를 더욱 세밀하게 담아낼 필요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끊임없이 분량을 늘리는 건 자멸의 길이다. '썸'에서 지루함은 죄악이다. 사랑이든 이별이든,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야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법이다. 사람들은 똑같은 갈등이 반복되는 이야기, 영원히 계속되는 이야기를 원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연애 리얼리티 환승연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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