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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로고침위원회 활동 결과보고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로고침위원회 활동 결과보고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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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 중도라는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유권자들의 정치적 욕구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우리의 외연 확장이 '반윤석열'로만 가선 안 된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자성도 이어졌다.

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는 25일 국회 본청에서 지난 두 달 간의 활동 경과를 보고하고 앞으로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하고 직접 위원장까지 맡은 이 위원회는 지난 7월 15일 출범, 7차례 회의와 토론을 진행했고 지도부와 청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간담회와 12개 그룹 FGI(심층면접조사) 등을 진행했다. 이들은 8월 28일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 전당대회 날짜에 맞춰 활동을 종료하고 최종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평등·평화, '주류적 가치' 됐지만... "민주당, 안주했다"

이날 새로고침위원회가 가장 중점을 둔 대목은 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웹조사 결과였다. 조사를 주관한 이관후 위원(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제가 알기로 대규모 웹조사는 한국 정치에선 처음 있는 일"이라며 "지금 당 내에서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한 단기적 평가들은 이미 상당히 많이 이뤄졌고, 관련 보고서도 20여 개 정도 나왔는데, 저희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당의 진로를 고민하도록 하는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는 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진행, 유권자 성향을 단순 이념지향이 아닌 개별 정책 이슈에 관한 판단 등을 기준으로 크게 6가지 집단으로 구분했다.
 더불어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는 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진행, 유권자 성향을 단순 이념지향이 아닌 개별 정책 이슈에 관한 판단 등을 기준으로 크게 6가지 집단으로 구분했다.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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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유권자들은 ▲평등과 평화, 복지를 중시하는 평등·평화(37.7%) ▲시장 중심의 자유와 능력주의에 기반한 공정을 선호하는 자유·능력주의(21.5%) ▲새로운 성장동력을 중시하면서도 복지와 친환경정책이 필요하다는 친환경·신성장(18.8%) ▲시장·국가의 기득권에 매우 비판적이지만 성평등·소수자 우대에 강한 반감을 보이는 반권위·포퓰리즘(9.3%) ▲정치사회 이슈에는 무당층이 많은 민생우선(6.4%) ▲정치개혁요구만 강한 개혁우선(6.3%) 등 6가지 그룹으로 나뉘었다.
 
더불어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는 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진행, 유권자 성향을 단순 이념지향이 아닌 개별 정책 이슈에 관한 판단 등을 기준으로 크게 6가지 집단으로 구분했다. 이 잣대를 민주당 지지층에게 적용한 결과 절대 다수는 평등평화그룹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는 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웹조사를 진행, 유권자 성향을 단순 이념지향이 아닌 개별 정책 이슈에 관한 판단 등을 기준으로 크게 6가지 집단으로 구분했다. 이 잣대를 민주당 지지층에게 적용한 결과 절대 다수는 평등평화그룹이었다.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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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지층으로 좁혀보면, 평등·평화그룹은 무려 55.7%에 달했다. 이어 친환경·신성장그룹이 18.8%를 차지했고, 반권위·포퓰리즘그룹7.8%, 자유·능력주의그룹과 개혁우선그룹은 각각 6.3%, 민생우선그룹은 5.5%에 달했다. 홍성수 위원(숙명여대 법학과 교수)은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기반으로 한반도평화,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등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지향한 결과 (전체 유권자의) 약 40%에 달하는 핵심지지층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게 민주당이 지지층에 안주하게 만들고, 경직된 정책노선과 오만한 태도를 갖게 만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짚었다. 홍 위원은 "각 집단은 개별정책 이슈에서 어떤 부분은 동일하지만 다른 데에선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며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지, 막연히 진보냐, 중도냐를 지향하는 게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혁신하지 않으면 향후 선거에서도 아깝게 계속 패배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황세원 위원(1in연구소 대표)은 민주당 지지층, 또 계속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탈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FGI 결과 "이미 진보/보수란 이념이 많이 모호해졌고 특히 젊은 세대에 그런 의견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정권이 여러 번 바뀌면서 여야 입장이 바뀌었을 뿐인데도 (민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한다. 자리지키기 위한 싸움 같다'는 불만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일하는 정당, 미래 정당으로... "의제 다양화는 생존 문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로고침위원회 활동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로고침위원회 활동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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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게 '기회'는 있다. 황 위원은 "지금 여당이 '경제정책에선 유능한 정당' 이미지를 강하게 가졌는데 현재는 선명하진 않다"며 "어디든 현실정책을 잘하는 정당이 유능하다고 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란 노선을 유지해온 것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실천적으로 뭘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며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은데 안 한다'는 불만이 많았다. '일하는 정당' 이미지를 많이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원재 위원도 "예컨대 '민주당이 기후위기에 굉장히 적극적이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이 정책간담회나 FGI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민주당이 핵심지지층인 평등·평화그룹이 지향하는 노선에선 굉장한 성공을 거뒀지만, 이 지지층이 기후위기 같은 미래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뚜렷하게 지향하지 않았을 수 있고, 성평등 문제에서도 지지층 내부의 분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당이 보다 명확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도 봤다.

우상호 위원장은 "그동안 저희는 정당지지도를 기준으로 무당층, 이념지형으로 중도란 개념을 써왔는데 이 분석의 틀로 보면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셈"이라며 "우리의 외연확장이 '반윤석열'로만 가선 안 된다는 게 또 확인됐다"고 총평했다. 그는 "의제 다양화를 생존의 문제로 격상시켜야 한다. 안 그러면 아깝게 계속 지는 정당으로 돌아간다"며 "평등·평화그룹과 '검수완박' 지지층 같은 개혁우선그룹을 합치면 43%인데, 우리가 여기에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민주당, #새로고침위원회, #유권자 지형,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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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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