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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이틀 전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가 살던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 주택 1층 집 현관문에 엑스자 형태로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23일 오전 이틀 전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가 살던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 주택 1층 집 현관문에 엑스자 형태로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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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두 건의 죽음이 발견됐다. 한 건은 광주 광산구에서, 다른 한 건은 경기 수원시에서. 광주 광산구에서의 죽음은 '보육원 출신 새내기 죽음'으로, 경기 수원시에서의 죽음은 '수원 세 모녀 비극'으로 알려졌다. 두 죽음의 공통점은 생활고다. 현실을 옥죄는 생활고는 미래를 포기하게 했다.

8년 전 '송파 세 모녀'와 닮은꼴이 많았던 수원 세 모녀 비극에 정치권은 명복을 빌었다. 문제는 정치권의 애도의 말 역시 8년 전과 닮았다는 점이다.

위기 가구 발굴 못한 것이 비극 원인인가?

정치권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 비극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복지 사각지대의 원인으로 꼽는 것도 많다. '위기 가구 발굴'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면, 김동연 경기도지사처럼 '도지사 핫라인 개설'을 약속한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어디에 지원을 요청해야 할지 모른다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해 도움을 청하라는 취지다.

김동연 도지사 발언에 대해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은 "주민센터에도 전화를 못 거는데, 도지사에게 어떻게 전화하겠습니까?"라고 비판했다. 위기 가구 발굴 체계는 반복되는 비극을 경험하면서 발전해왔는데, 이 체계 속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위기 가구 당사자가 도지사에게 직접 전화해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파 세 모녀 비극 이후 정부 및 지자체에서 가장 공들인 것은 '위기 가구 발굴'이었다.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 사회보장협의회 등이 구성돼 주민 일상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통·반장도 복지 위기 가구 발굴에 함께하고, 지자체에는 위기가구 사례 관리하는 부서도 만들어졌다. 비극적인 사례가 하나씩 늘 때마다 위기 가구 기준도 확대됐다. 그런데도 비극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수원 세모녀의 경우, 위기 가구 기준 중 하나인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지자체에서 위기 가구임을 인지했다. 하지만 등록된 거주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르고 연락처도 몰라 이들을 직접 만나거나 연락할 수 없었다. 정부는 위기 가구 소재를 알 수 없으면 경찰 지원으로 소재지를 파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왜 복지 신청을 하지 못했나'에 대한 답을 찾기보다 '찾으면 해결된다'는 인식으로 여전히 '발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위기 가구 발굴 넘어 제도 보완 목소리도

수원 세 모녀 소식이 알려진 뒤 그들이 복지시스템 안에 들어왔다면 받을 수 있는 여러 지원과 관련된 보도도 쏟아졌다.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긴급 지원 필요성이 인정됐을 경우의 지원이었다. 제도는 있지만 사회적 약자를 충분히 지원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선별 기준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초생활수급제도 개선,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등을 다가오는 정기국회에서 당장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복지 사각지대는 기존의 복지로 해결할 수 없다며, 지난달부터 서울시에서 500가구에 시범 운영 중인 안심소득제를 전국으로 확대하자고 건의했다. 서울형 안심소득제는 중위소득 85%를 기준으로 소득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기준액과 소득의 차액 중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기본소득당 오준호 전 대선후보는 "현 복지제도의 신청주의를 개선하고 사각지대를 줄이자는 논의의 전제는 여전히 '수급 자격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구분에 서 있다"고 밝혔다. 이은주 위원장과 오세훈 시장의 의견은 결국 국민에게 직접 현금 지원하는 복지의 경우 선별을 전제로 하되 선별 기준 완화에 그친다는 것이다.

'정치복지' 신색깔론 넘어 기본소득을 바닥에 까는 복지 고민해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 관련 긴급 관계부처회의를 열고 입장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원 세 모녀 사망사건 관련 긴급 관계부처회의를 열고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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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역시 선별에 초점을 둔다. 이를 '약자복지'라고 표현했고, 생소한 '정치복지'라는 표현으로 차별성을 강조했다. 선별 이전에 모두에게 사회안전망 밑바닥을 깔아야 한다는 것을 '정치복지'로 이념의 색깔을 입히는 듯하다.

약자를 찾아내고 잘 관리하는 것에 정책 방점을 찍는 것도 약자에 대한 시혜와 동정을 전제로 한다. 윤 대통령의 '정치복지' 언급에 대해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은 "극단적인 선별복지의 강화는 재원 자체를 절약하려는 생각으로 연결되고, 88% 재난지원금처럼 국민을 가르고 분열시키며, 같은 시민을 세금을 낭비하는 '벌레 같은 존재'로 격하시킨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복지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생기고 있는데, 복지에 대해 신색깔론을 덧대는 것은 복지를 모두를 위한 권리로 확대하는 길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비극을 반복하지 않고, 복지가 모두의 권리라는 인식으로 확장되기 위해선 선별을 전제로 하는 복지 자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기본소득당 오준호 전 대통령 후보는 "빈곤 상태로 떨어진 사람에게 로프를 던져주자는 발상에서, 빈곤으로 떨어지는 일이 아예 없도록 바닥을 만들어놓자"며 기본소득의 경제적 안전을 강조했다. 이제 명복을 비는 정치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안전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필자 신지혜는 기본소득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세모녀, #위기가구, #사각지대,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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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의 새 이름, 새진보연합 대변인입니다. 2022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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