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놉> 포스터

영화 <놉>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우리는 영화,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 등을 관람하고 그것이 보여주는 이야기와 음악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느낀다. 그건 일종의 대리만족일 수도 있고 심리적인 안정감이나 쾌감일 수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공연들이 있어 왔고, 조금씩 형태가 변해 왔다. 아마도 인류가 시작된 이후에 이런 공연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전달해 주었을 것이다.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남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 그것이 주는 만족감에 도취된 사람들은 계속 다양한 시도를 했다. 다른 형태의 볼거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로 들어오면서 카메라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 카메라 안에는 점점 자극적인 것이 담기기 시작했고, 그 자극이 커질 때마다 사람들은 콘텐츠에 열광했고, 만든 사람들의 만족감도 커졌을 것이다. 일종의 도취감이랄까.     

외계 물체의 등장 이후 기이한 일을 겪다

영화 <놉>의 중심인물인 OJ(다니엘 칼루유야)는 아버지와 목장을 운영하는데 목장에서 기르는 말들은 주로 영화 촬영에 활용된다.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가 기이한 현상 때문에 죽게 되고 다시 목장으로 돌아온 동생 에메랄드(케케 팔머)와 OJ가 겪는 기이한 일이 영화에 담긴다. 외계 비행체처럼 보이는 물체가 상공에 나타난 이후, 그 물체는 주기적으로 말을 납치해가고 그 존재의 영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OJ와 에메랄드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게 된다.

영화는 이야기의 시점보다 훨씬 과거에 벌어졌던 방송이 나오면서 시작된다. 고디라는 침팬지가 출연하는 TV쇼에서 갑자기 돌변한 고디가 출연자들에게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이후의 모습이 보인다. OJ와 고디의 일은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이야기의 접점이 만들어진다. 

고디가 출연하는 TV쇼에서 끔찍한 현장을 모두 목격한 리키(스티븐 연)는 OJ의 목장 근처에서 주피터 파크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서 말을 이용해 쇼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 <놉> 장면

영화 <놉>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OJ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말을 이용한 영화 촬영에 참여하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말의 행동으로 촬영에서 배제되는 인물이다. 꽤 과묵한 성향을 가진 그는 쇼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고 한편으로는 말이 그런 촬영에 소비되는 것이 못마땅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 여동생 에메랄드는 무척 적극적이고 무대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쇼 비즈니스에 편입되어 자신의 존재감이 높아지는 것을 원한다. 완전히 다른 성향의 남매의 외계 물체를 알리려 하는 목적도 다르다. OJ는 자신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고, 에메랄드는 그 증거를 찍음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 큰돈을 벌려고 한다. 영화는 이 둘의 성향 차이과 목적을 의도적으로 다르게 구성하여 이야기의 흥미를 높인다.

쇼 비즈니스의 주변 인물들

남매와 말 거래를 위해 만나는 리키도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주피터 파크에서 말을 이용한 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는 이미 어린 시절 침팬치가 착취당하는 과정에서 과격한 행동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다른 동물인 말을 이용해 쇼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카메라 촬영이 없을 뿐 그는 관객 앞에 서서 말을 희생시키는 쇼를 보여준다. 그의 행동에는 어떤 죄책감도 보이지 않는다. 과거의 끔찍한 경험은 그에겐 훈장과도 같다. 그가 OJ와 에메랄드에게 자신의 과거의 일과 자부심을 이야기하는 장면만 봐도 그렇다. 

외계 물체는 영화의 중반 이후 OJ에 의해 진 재킷이라 이름 붙여진다. 진 재킷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관점도 모두 다르다. OJ와 에메랄드는 일단 진 재킷이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두 사람의 목적이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마트 직원인 엔젤(브랜든 페레아)과 함께 그것을 영상에 담기 위해 애쓴다.

반면 뒤늦게 합류하는 전문 촬영 감독 앤틀러스(마이클 윈콧)는 촬영에는 도가 튼 인물이다. 그래서 좀 더 어렵고 현장감 있지만 세상에 없을 것 같은 화면을 담으려 애쓴다. 그는 수동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서 진 재킷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에게 이 촬영은 과거에 해본 적 없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다. 

여기서 가장 동떨어져 있는 리키는 진 재킷을 자신의 쇼 비즈니스에 활용한다. 그는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착취적인 사람일 것이다. 수많은 말들뿐만 아니라 외계 물체까지 자신의 쇼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의 이미지는 내내 자신만만하지만 그의 쇼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을 준다.

영화 후반부 그가 진 재킷과 말을 이용해 벌이는 쇼는 무척 경쾌하게 시작해 이상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끝이 난다. TV 쇼 비즈니스의 최정점을 경험한 인물이 자신만의 공연을 만들고 결국 그것 때문에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는 이 영화에서 가장 쇼 비즈니스에 중독된 사람처럼 보인다.
 
 영화 <놉> 장면

영화 <놉> 장면 ⓒ 유니버설 픽쳐스

 

쇼 비즈니스에 대한 비판적 시각 그리고 다양한 해석

영화 <놉>은 외계 존재를 조금씩 화면에 비추다가 후반부에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그 과정은 무척 천천히 진행되지만 전반적으로 점점 속도가 빨라져 후반부에는 그 속도가 절정에 이르면서 끝을 맺는다.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영화들의 특성처럼 후반부의 진 재킷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드러내며 이 이야기를 절정으로 몰고 간다. 이 영화 자체가 거대한 쇼 비즈니스의 하나이며, 그 안의 다양한 인물들은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진 재킷을 이용한다.

<겟 아웃>, <어스>를 연출한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놉>은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특히 전반부에 동물을 이용한 쇼 비즈니스의 참혹한 모습으로 운을 띄운 이후,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쇼 비즈니스에 대한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 진 재킷의 존재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영화에 등장하는 촬영감독 앤틀러스나 동물을 이용한 쇼를 전문으로 하는 리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명을 붙일 수 있다. 

마냥 어렵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이야기는 단순해졌고 속도감은 빨라졌다. 이야기의 깊이는 꽤 깊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풍성하게 들어갔다.

외계 물체인 진 재킷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공포감과 서스펜스도 굉장히 압도적이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드러나는 후반부는 꽤나 흥미진진하다. 또한 여러 가지 사회적 메시지도 담겨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조던필 조동필 공포 사회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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