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의 '명가재건'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김상우 감독이 공식 경기 첫 승을 맛봤다.

삼성화재는 22일 오후 전라남도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B조 예선 국군체육부대와 첫 경기서 세트스코어 3-0(25-20, 25-22, 25-2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국군체육부대에는 불과 직전 시즌까지만 해도 삼성화재서 활약한 김동영을 비롯해 최익제, 전진선, 이시우 등 반가운 얼굴이 많았다. 그러나 잦은 실수에 조직력까지 흔들리면서 대회 첫 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홍민기(15득점)였다. 홍민기는 주로 미들 블로커를 소화하고 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었다. 팀이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22일 2022 순천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B조 국군체육부대와 맞대결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삼성화재 홍민기

22일 2022 순천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B조 국군체육부대와 맞대결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삼성화재 홍민기 ⓒ KOVO(한국배구연맹)

 
변수를 기회로 만든 홍민기

아포짓스파이커로 1세트를 출발한 정수용이 블로킹을 시도하다가 착지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다쳤고 더 이상 경기를 뛰기 어려운 상태였다. 결국 김상우 감독은 급한대로 과거 아포짓 스파이커 경험이 있는 홍민기를 호출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홍민기는 코트에 들어오자마자 위력적인 공격을 선보였다. 1세트 중반 날카로운 후위공격으로 국군체육부대를 압박했다. 홍민기의 상승세에 탄력을 받은 삼성화재는 점수 차를 벌릴 수 있었다.

2세트 역시 홍민기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오픈 공격을 연달아 성공시키는 등 2세트에만 6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안정감 있는 볼 배급이 장점으로 손꼽히면서 홍민기와 현대캐피탈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주전 세터 노재욱의 토스도 안정적이었다. 

3세트에는 사실상 국군체육부대가 자멸한 세트였다. 기본적인 서브부터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았고 공격범실이 많아졌다. 조금씩 거리를 좁히는 듯했지만 기본기에 충실했던 삼성화재가 김동영의 강력한 서브를 앞세운 국군체육부대의 맹추격을 뿌리쳤다.

홍민기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가운데, 윙 스파이커 신장호(12득점) 역시 팀 승리에 기여했다. 국군체육부대는 이시우(11득점)만 유일하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해 아쉬움을 삼켰다.

홍민기의 재발견, 예상치 못한 수확

2017-2018시즌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1라운드 7순위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홍민기는 쟁쟁한 주전급 선수들에 가려져 코트를 밟을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이따금씩 원 포인트 블로거로 나온 것 이외에는 팀에 큰 보탬이 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결국 홍민기는 2020-2021시즌 초반 자유신분선수로 공시되면서 더 이상 현대캐피탈에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단 3경기만 뛰고 짐을 싸야했던 홍민기는 부산시체육회 소속으로 실업팀 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던 중 지난 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가 홍민기와 계약을 맺으면서 다시 V리그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높이 강화가 필요했던 팀 사정에 맞게 홍민기의 역할은 아포짓 스파이커가 아닌 미들 블로커로 고정됐다.

지난 시즌 34경기에 출전하면서 현대캐피탈 시절보다 홍민기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팀 성적이 하위권에 머무르기도 했고 홍민기 역시 아쉬움이 없잖아 남은 시즌이었지만 분명 가능성을 엿본 시즌이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이후 우리카드와 3대 5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등 전력 면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는 삼성화재에 홍민기도 보탬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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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 삼성화재 홍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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