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현대건설을 꺾고 3년 연속 컵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 KIXX는 19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2 순천·도드람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준결승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4, 25-20, 21-25, 27-25)로 승리했다. 컵대회에서 통산 4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GS칼텍스는 우승을 따냈던 2020년과 준우승을 거둔 작년에 이어 3년 연속 결승에 진출해 이날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세트스코어 3-0으로 꺾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20일 결승에서 격돌한다.

GS칼텍스는 '에이유' 유서연이 서브득점 4개와 1개의 블로킹을 포함해 18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고 권민지 역시 38.46%의 공격성공률로 17득점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미들블로커 오세연은 4개의 블로킹을 포함해 10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교체선수로 출전해 23득점을 올렸던 문지윤은 준결승에서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2득점을 기록하며 봉인(?)됐던 '공격본능'을 마음껏 폭발하고 있다.

포지션 변경해야 하는 토종 아포짓의 비애
 
 문지윤이 벤치를 전전하던 네 시즌 동안 동기들은 각 팀의 주전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물론 몇몇은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문지윤이 벤치를 전전하던 네 시즌 동안 동기들은 각 팀의 주전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물론 몇몇은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 한국배구연맹

 
야구와 축구, 농구 등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들이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배구만큼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높은 종목을 찾기도 쉽지 않다. V리그는 남자부가 2005-2006 시즌, 여자부가 2006-2007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했는데 외국인 선수 제도가 생긴 이후 외국인 선수 없이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팀은 한 팀도 없었다. 게다가 2007-2008 시즌의 한송이(KGC인삼공사)를 끝으로 득점왕은 모두 외국인 선수들의 몫이었다.

이처럼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점점 커지다 보니 외국인 선수와 포지션이 겹치는 토종 선수는 뛰어난 기량에도 백업을 전전하거나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포지션을 변경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생기곤 했다. 그리고 이는 김연경(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과 함께 지난 3번의 올림픽에 모두 출전해 두 번의 4강신화를 견인했던 대표팀 부동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앙여고 시절부터 185cm의 큰 키와 뛰어난 파워로 성인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로 불리던 김희진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기업은행에 지명됐다. 배구팬들은 박정아(도로공사)와 김희진으로 구성된 '토종좌우쌍포'의 탄생을 기대했지만 기업은행은 2011-2012 시즌 외국인 선수로 아포짓 스파이커 알레시아 리귤릭을 영입했고 김희진은 루키 시즌부터 아포짓이 아닌 미들 블로커로 활약했다.

기업은행은 알레시아 이후에도 카리나 오카시오와 데스티니 후커, 리즈 맥마흔 같은 아포짓 스파이커를 외국인 선수로 영입했고 대표팀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 김희진은 수 년 동안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물론 김희진은 매 시즌 속공과 블로킹 부문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면서 중앙에서도 제 몫을 충분히 해줬고 기업은행 역시 6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하면서 강 팀으로 군림했지만 미들블로커는 김희진에게 어울리는 옷은 아니었다.

김희진 외에도 학창 시절 공격에 재능을 보였던 선수들이 프로 진출 후 외국인 선수를 피해 대거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하지만 아웃사이드 히터는 서브 리시브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수비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에겐 상당히 부담스러운 자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018년 프로에 입문한 문지윤 역시 지난 네 시즌 동안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2022년 컵대회를 통해 비로소 배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컵대회서 2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으로 실력 발휘
 
 문지윤은 흥국생명전과 현대건설전에서 45득점을 올리며 외국인 선수가 없는 컵대회에서 GS칼텍스의 토종거포로 떠올랐다.

문지윤은 흥국생명전과 현대건설전에서 45득점을 올리며 외국인 선수가 없는 컵대회에서 GS칼텍스의 토종거포로 떠올랐다. ⓒ 한국배구연맹

 
이주아(흥국생명), 고의정(인삼공사)과 함께 안산 원곡고를 나온 문지윤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기업은행에 지명됐다. 문지윤은 원곡고 시절부터 경남여고의 정지윤(현대건설)과 함께 또래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파워를 가졌다고 평가 받았지만 기업은행에는 외국인 선수 어도라 어나이와 간판스타 김희진 그리고 국가대표 주전 미들블로커 김수지 등이 있었다.

문지윤은 이주아와 박은진(인삼공사), 정지윤 등 동갑내기 선수들이 팀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던 루키 시즌 13경기에 출전해 13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문지윤은 2020년 1월 리베로 김해빈(페퍼저축은행)과 함께 2:2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GS칼텍스에서도 출전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문지윤의 자리엔 205cm의 외국인 선수 메레타 러츠(MEGABOX)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지윤은 GS칼텍스 이적 후에도 2019-2010 시즌 10경기, 2020-2021 시즌 14경기, 2021-2022 시즌 12경기 출전에 그치며 프로 무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차상현 감독은 이번 컵대회에서도 유서연과 권민지, 최은지를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로 투입했고 문지윤은 여느 때처럼 벤치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문지윤은 지난 15일 기업은행과의 첫 경기에서 교체 선수로 투입돼 단 1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문지윤은 17일 흥국생명과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1세트 중반 교체 투입돼 끝까지 주전으로 활약하며 23득점으로 GS칼텍스의 극적인 풀세트 승리를 이끌었다. 19일 현대건설과의 준결승에서도 아포짓 스파이커로 선발 출전한 문지윤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44번의 공격을 시도해 50%의 높은 성공률로 22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문지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20일 결승전에서도 주전으로 출전해 GS칼텍스의 공격을 이끌 확률이 높다.

문제는 컵대회에서 실질적인 주포 역할을 하고 있는 문지윤이 정작 V리그 개막 후에는 벤치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GS칼텍스의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는 바로 지난 시즌 득점 1위(819점)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프로에서 한 번도 아웃사이드 히터로 뛴 적 없는 문지윤의 서브리시브가 갑자기 좋아질 리도 만무하다. 물론 이는 문지윤뿐 아니라 컵대회에서 활약했던 모든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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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GS칼텍스 KIXX 문지윤 컵대회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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