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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진영 비판은 그토록 잘하는데 자본 비판은 자취를 감췄다(...). 내적 완결도 외적 품격도 없다. 그리고 그런 기사들을 서로 베껴 쓴다. 하루에 10개 20개씩 기사를 쓰는 기자가 수도 없이 많다. 일상이 'Ctrl+C와 Ctrl+V'이다. 이렇게 컨베이어벨트에서 생산된 기사들을 매일 혐오의 진열장에 펼쳐놓는다. 그렇게 시민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혐오를 양산하고 분노를 강화하고 진영을 선별한다. 그렇게 기레기가 완성된다."

지난 11일 기자협회보에 실린 <기자는 망했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칼럼 중 일부다. 절창에 가까운 칼럼을 쓴 이는 KBS 김원장 방콕특파원이다. '기레기'라는 기자들을 부르는 멸칭을 언론 스스로가 자처했다는 그는 자본과 진영에 종속된 언론들이 "갈라치고 혐오하고 왜곡하고 비호한다. 우리 사회 모든 모순과 부정을 합친 것보다 언론 산업 하나가 더 위악하다는 말도 들었다"고 한탄했다.

김 기자가 꼽은 진영 논리와 자본 종속 중 전자보다 후자가 근래 들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5월 <미디어오늘>은 창간기획 <건설·금융 자본이 언론을 삼키고 있다>에서 "서울신문, 헤럴드, G1(강원방송), UBC(울산방송), 전자신문, 아시아경제, KBC(광주방송), 매일신문. 8년 전과 비교했을 때 대주주가 바뀐 언론사들"이라며 "5곳이 건설사, 2곳이 사모펀드, 1곳이 운송회사가 대주주가 됐다"고 지적했다.

"특정 유형의 기업이 언론을 소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재벌 미디어는 진영 논리를 앞세우기에 유리하다. 자본에 종속된 미디어들은 끊임없이 클릭 장사에 몰두한다.

그런 환경 속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을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어떤 논조를 펼쳐냈을까. 그 논조들이 과연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동시에 스스로 진영 논리를 깨뜨리며 '기레기'라는 멸칭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였을까.

'맹탕' 논란 불거진 취임 100일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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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상징적 장면이 연출됐던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보자. 서른 번 넘게 진행된 출근길 문답 또한 질적인 측면에서 이날 기자회견과 대동소이하게 '맹탕'이란 지적이 나올 법 했다.

"질문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손을 들면 사회를 보는 강인선 대변인이 질문자를 지목하는 식이었는데요. 공교롭게도 비선논란이나 사적 채용 같은 민감한 주제를 집중 제기한 언론사들의 기자들이 질문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 17일 MBC <뉴스데스크>, <'내 갈길 가겠다'는 윤 대통령과 여당, 맹탕 기자회견?>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현장을 취재한 MBC 기자의 증언이다. 해당 기자는 "지지율 하락의 분수령이 됐던 이른바 '내부 총질' 문자나 윤핵관, 비선 논란 같은 민감한 질문이 없었던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정은 기자는 왜 이런 질문을 안 던졌습니까?"라는 앵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통령실 강인선 대변인이 의도적으로 매체를 고른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인 강 대변인은 이날 매체와 기자 이름을 정확히 호명해 눈길을 끌었다. 수많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 중 강 대변인에게 질문의 기회를 얻은 매체는 SBS, 국민일보, 연합뉴스, 미국 ABC, 채널A, 부산일보, 일본 요미우리신문, 뉴시스, 머니투데이, 한국경제TV, 미국 CNN, 이투데이 등 12개였다.

민감한 질문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첫 질문자로 나선 SBS 기자는 "대통령님께 표를 준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가 석 달 만에 떠나간 이유"에 대해 "원인 세 가지만 꼽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물었다. 채널A 기자는 "조금 껄끄러우실 수 있는 질문일 것 같은데 좀 드려야 할 것 같아서"라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에 관한 윤 대통령의 생각을 질문했다.

거기까지였다. 지지율 폭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 관련 질문은 일절 없었다. 잡음이 끊이질 않는 사적 채용 논란과 윤 대통령이 보냈다는 문자의 진위 여부마저 도마에 오른 윤핵관 문제, 최근 집중 호우 당시 대통령의 퇴근 여부와 함께 떠오른 콘트롤타워 부재 논란, 검찰 인사의 국정 장악 및 이른바 시행령 정치 논란 등 현 정부가 지지율 폭락을 자처한 여러 현안들에 대한 질문은 쏙 빠져있었다.

예정됐던 40분에서 10여 분을 넘겼다고는 하지만 시간은 부족했고, 매체는 많았다. 강 대변인이 현 정권에 비교적 우호적인 언론들을 선택했는지 여부도 단정하긴 쉽지 않다. 다만 기자회견 형식이나 분량 자체로 볼 때 대통령실에서 취사선택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 측면이 다분하다.

핵심은 질문의 수위나 온도 그 자체였다. 생중계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민감한 질문은 원론으로 일관하거나 핵심을 비켜가기 일쑤였다. 일각에선, 취임 100일 동안 우리 언론들이 보여온 논조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질문이 무디니 논조도 솜방망이 비판이 난무하다는 지적이다. 대신 클릭 장사는 여전하다. 

윤석열 취임 100일, 달라진 잣대 

'코로나 방역 실패', '한국인이라서 미안합니다', '문재인 사회주의', '마스크 사려고 난리인데', '코로나 재앙 탄핵 사유 될 수 있다', '나라 전체가 세월호다' 등등...

지난 정부에서 언론들이 칼럼과 사설, 기사 제목 등으로 쏟아낸 코로나19 관련 논조가 대략 이 정도다. 반면 '과학방역'을 내세웠던 현 정부 방역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은 좀 다른 듯하다. 8월 둘째주 한국의 백만 명당 확진자는 1만6000명으로 216개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80일이 넘도록 공석 중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부재도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질병청과 정부의 대책과 발표를 의심하고 회의하며 '방역참사' 운운하던 그 날카로운 논조들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연장선상에서, 지난 정부 외교를 두고 걸핏하면 '외교참사'를, '홀대론'을 들먹이던 언론들의 죽비는 다 어디로 갔나. 그런 언론사들의 기사 중에, 나토 정상회담의 성과 및 의전, 한일 외교 및 한중 외교의 온도 차, 최근 '펠로시 패싱' 논란으로 이어진 윤석열 정부 외교의 난맥상을 정색하고 우려하는 내용은 과거에 비해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 기준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민정수석실 폐지를 필두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장악하다시피한 검찰 및 법무부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 '조국 사태' 및 '추윤 갈등'을 부각시켰던 지난 정부 때 논조와는 딴판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를 두고도 여당 내 분란만 강조될 뿐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의혹 자체를 파헤치는 언론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취임 100일을 맞는 동안 윤석열 정부를 향한 언론들의 논조는 질문하는 게 업인 기자들이 대통령과 정부에 '껄끄러운 사안'을 감안하고 이해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싼 상반된 논조가 딱 그렇다. 언론의 고유의 정파성을 감안하더라도, 국민 생명이 달린 사안에서조차 기준 자체가 달라 보이는 건 심각한 사안 아니겠는가.

그 대신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언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낸 것이 김건희 여사 패션 보도였다. 한동훈 장관 패션도 포털을 장식했다. 그러는 사이 민영화 이슈와 같은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들은 언론들의 주요 관심에서 배제됐다. 국민들이 '지지율 폭락'이란 준엄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면 이러한 보도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란점은 씁쓸함을 더한다.

"우리 언론 생태계는 괴멸할지도 모른다"
 
기자협회보가 한국기자협회 창립 58주년을 맞아 기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부터 10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7%만이 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는 편이다'에 9.4%, '매우 잘하고 있다'에 1.3%의 비율이었다.

반면 대다수 기자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매우 잘못하고 있다'에 47.6%, '잘못하는 편이다'에 37.8%의 기자들이 응답해, 부정 평가만 총 85.4%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국민들의 대통령 지지율을 밑도는 수치다. - <기자 85.4% "윤 대통령, 국정수행 잘못하고 있다">, 16일 기자협회보 기사 중

85.4%라는 압도적인 부정 평가 수치는 무엇을 말하는가. 기자 개개인의 불호와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보도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간극이 이처럼 벌어진 예는 일찍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언론인들의 평가가 실제 보도 논조에 반영되는지도 의문이다.

앞서 언급한 칼럼에서 김 기자는 "우리 언론 생태계는 괴멸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참고로, 지난 6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서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세계 46개국 중 40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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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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