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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메시지 수신음이 울렸다. 휴대폰을 열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환상적인 풍경이 도착해있었다. '웅도'라고 했다. '찾아가고 싶은 여름 섬'에 선정된 그곳은 충남 서산시 대산읍 웅도리. 사진을 접한 이상 가보지 않을 도리란 없었다.

웅도는 육지와 '잠수교'로 연결되어 있었다. 잠수교는 '유두교'라고도 불렸다. 하필 다리의 이름이 유두교인 이유가 궁금했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도 알 길이 없었다. 웅도에서 갯벌 체험을 하기 위해 모래놀이도구를 챙겼다.

하루 2번 물길이 닫히는 웅도를 드나들기 위해선 물때를 알아야 했다. 물이 서서히 드나드는 '조금'과 달리 '사리'가 되면 삽시간에 물이 차오른다고 했다. '물때와 날씨' 앱을 확인하여 잠수교에 물이 차오르기 직전 웅도로 건너가는데 성공했다. 혹시나 모를 고립을 상상하자 잠수교를 건너는 순간 심장이 쫄깃해졌다.

웅도에서 뭍을 바라보며 잠수교 주변의 갯벌을 거닐었다. 서해의 얕고 따뜻한 바다는 아이들과 놀기 좋았다. 모래놀이도구로 갯벌을 파며 작은 조개류를 잡는 아이들이 여유로워 보였다. 일광욕을 하듯 물가에서 쉬다가 가까이 가면 느닷없이 통통 뛰며 달아나는 망둥어와 신나게 뛰어도 보았다.
 
갯벌체험
▲ 웅도 갯벌체험
ⓒ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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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도
▲ 웅도 웅도
ⓒ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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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노니는 사이 잠수교가 바닷물로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바닥에 찰박찰박하던 물이 종아리까지 찰랑찰랑 올라왔다. 신나게 사진을 찍으며 해수면이 상승하는 시간을 즐겼다. 사진과 추억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뉘어 있었다. 나는 운 좋게도 섬으로 초대받은 쪽이었다.

잠수교에 물이 차오르는 광경은 신비롭고도 아름다웠다. 노을이 지는 시간대였다면 더 아름다웠으리라. 그러나 웅도는 관광지이기 이전에 주민들이 사는 거주지다. 다리를 건너 학교에 가려던 학생들이 실종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잠수교는 주민들의 사연을 품고 있는 아픈 손가락일지도 모르겠다.
 
잠수교에 물이 차오르는 광경
▲ 웅도 유두교 잠수교에 물이 차오르는 광경
ⓒ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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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 중인 아이들
▲ 웅도 물놀이 중인 아이들
ⓒ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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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유리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별장에서 하루를 묵었다. 전날 밤에 보았던 검은 바다는 썰물이 빠져나가 황량해 보이는 갯벌로 변해있었다.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광고 '머드맥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이런! 자동차들이 한 줄로 갯벌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머드맥스가 눈앞에서 재현되는 기분이었다.

그날은 마침 웅도 주민들이 조개 캐는 날이라고 했다. 황급히 짐을 싼 후 현지 주민이기도 한 지인을 따라나섰다. 갯벌에 나 있는 거친 도로를 따라 '웅도'에서 '조도'까지 드라이브를 했다. 지인이 물범이 자주 출현하는 포인트를 가리켰다. 옛날에는 물범들과 같이 수영도 했다는 말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신문에서 본 가로림만의 점박이물범이 떠올랐다. 동물원이 아닌 이곳에서 물범을 본다면 얼마나 황홀할까.

우리가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아이들은 작은 웅덩이에서 게, 소라게, 다슬기를 잡느라 한창이었다. 어린 굴들이 도처에 널려있었다. 이 정도면 훌륭한 갯벌체험이다.
 
갯벌체험 중인 아이들
▲ 웅도 갯벌체험 중인 아이들
ⓒ 최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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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햇살을 있는 그대로 머금으며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 본 웅도에서의 여행이 막을 내리고 있었다. 안온한 웅도 여행의 8할은 지인의 공이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바지락 칼국수가 우리를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서산시대]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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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웅도, #잠수교, #유두교, #가로림만, #머드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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