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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인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2.8.16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인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2.8.1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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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향후 5년간 전국에 270만호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신규 정비구역 추가 지정, 재건축 부담금 감면 확대 등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이 같은 정책을 실시하면 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고, 무주택자보다는 재개발·재건축 대상 부동산 소유주에게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보면, 정부는 2023~2027년 동안 총 270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규제 완화와 절차 단축으로 민간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면서 공공택지 등 공급 기반 강화를 통해 계획 물량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가장 먼저 내세운 정책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정상화 착수'다. 2018~2022년(12만8000호) 대비 9만2000호 증가한 22만호 규모로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을 추가 지정하겠다는 것. 

서울의 경우 정비계획 가이드라인 사전 제시를 통해 구역 지정 소요 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하는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10만호를 지정하고, 경기·인천은 역세권, 산업시설 배후 노후 주거지 등에 4만호를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방의 경우 광역시 내 쇠퇴한 구도심 위주로 8만호 규모로 지정한다. 

재개발·재건축 구역 늘리고, 부담금 감면...안전진단 규제도 완화

재건축부담금 감면 계획도 발표했다. 현행 재건축부담금에 적용하는 부과율은 1인당 이익이  30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일 때 10%부터 1억1000만원 초과시 50%까지 5개 구간으로 정해져 있는데, 면제 기준을 상향하고 부과율 구간을 확대한다. 사실상 재건축부담금을 감면하는 것이다. [ 재건축부담금 ={준공시점 주택가액 - (추진위시점 주택가액 +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 개발비용)} × 부과율 ] 

이와 함께 장기 보유 중인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선 보유 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감면하고, 공공임대주택 및 역세권 첫 집 등 공공분양 기부 채납분은 부담금 산정 때 제외한다. 더불어 1세대 1주택 고령자의 경우 상속, 증여, 양도 등 해당 주택 처분 때까지 부담금 납부를 유예해준다. 관련 세부안은 다음 달 발표하고,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안도 발의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도 완화한다. 재건축사업 단지 안전진단 항목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50%에서 30~40% 수준으로 줄이고, 주거 환경, 설비 노후도 배점을 상향할 계획이다.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는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시행하도록 하고, 특별·광역시장 등 정비구역 지정권자에게 항목별 배점에 대한 상·하향 권한을 부여한다. 

이밖에도 주민이 원할 경우 조합 설립 없이 전문개발기관인 신탁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도 도심복합사업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할 계획이다. 공공택지 조성과 관련해선 내년까지 15만호 내외 후보지에 대해 지자체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한다. 공공택지사업 수반 광역교통사업·훼손지복구사업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한다. 

"건설업자·집주인에 불로소득, 서민·중산층 위한 정책 아냐"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와 주거권네트워크, 집걱정없는세상연대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며 서민 주거 안정 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와 주거권네트워크, 집걱정없는세상연대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며 서민 주거 안정 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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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재개발·재건축 대상 부동산 투기 심리를 부추겨 집값 하락을 막고, 서민·중산층 무주택자들은 혜택을 보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송기균 집값정상화시민행동 대표는 "지난 7년 동안 재건축 아파트로 시작된 투기가 서울, 수도권, 지방 대도시까지 확대돼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집값 하락을 막겠다는 악의적인 의도다.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 아파트 투기 심리가 다시 꿈틀거리고, 이는 서울 전 지역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는 실질적인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송 대표는 "어차피 30년 넘은 노후 아파트는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하지 않아도 조만간 재건축을 해야 한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공급 증가 효과는 전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투기 불씨가 살아나 집값이 오르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무주택자들의 분노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 교수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 양상이 완연한데,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경기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정책"이라며 "결국 건설업자나 강남 등 요지에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주겠다는 정책으로,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개발·재건축으로 주택 순증가분이 과연 나올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하고, 그런 식으로 했을 때 저소득층이 그 지역에 계속 살 수 있느냐의 문제도 있다"며 "서민이나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했지만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경기와 상관 없이 투기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로는 한국 사회가 당면한 부동산 시장 불안정, 주거 취약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태그:#부동산, #재건축, #규제완화, #윤석열,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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