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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의 뜯겨진 반지하 창틀에 침수된 반지하방에서 구출되지 못하고 숨진 3명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의 뜯겨진 반지하 창틀에 침수된 반지하방에서 구출되지 못하고 숨진 3명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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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 1907년 서울의 기상 관측 이래 최고량이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는 주거취약계층의 거주공간인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중 반지하 주택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반지하 주택의 거주자들은 홍수 범람 위험이 높은 하천 인근 지역뿐 아니라 지대가 높더라도 방심할 수 없다. 이번 폭우로 인해 구로구 개웅산 주변에 있는 반지하 주택에도 산사태의 토사물들이 밀어닥치면서 피해가 발생했다. 천재지변과 같은 재난 앞에서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공간은 위치가 어디든 위태롭다.

반지하 건축 무작정 금지?... 풍선효과만 일으킬 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세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수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세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수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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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인해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하자 정치권은 반지하 주택에 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지하 공간의 주거용으로써의 건축 허가를 전면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 주택도 10~20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사람이 살지 않는 창고·주차장 등으로 용도를 변경해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방향과 포부는 좋다. 그러나 반지하 주택을 없애는 것은 선언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이 반지하가 좋아서 사는 게 아니다. 본인의 소득 상황과 반지하 주택의 입지 조건 및 주거환경을 감안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더 나은 선택지를 제공해 주지 않고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이 또 다른 열악한 주거공간인 옥탑방, 고시원 등으로 수평이동하는 풍선효과만 일으킬 뿐이다.

반지하 주택이 많던 노후 저층주거지의 재개발 및 저층주거지의 일반적 유형인 필로티 구조의 다세대주택 건축으로 인해 전국의 반지하 주택 거주 가구는 2005년 59만 가구, 2010년 52만 가구에 비해 2020년 33만 가구로 줄어들었다. 2005년에 비해 반지하 주택은 절반가량 사라졌지만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들의 소득수준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결국 또다른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 중 한 곳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풍선효과는 주택매매시장에만 있지 않다.

반지하 문제 해결의 핵심은 결국 '돈'
 
침수된 반지하방에서 구출되지 못해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의 반지하방에서 지난 12일 오후 한 소방대원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침수된 반지하방에서 구출되지 못해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의 반지하방에서 지난 12일 오후 한 소방대원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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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주택 건축 금지라는 법 개정을 넘어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에게 더 나은 주거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청사진과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오지 않는다면 일가족 참사로 인해 집중됐던 반지하 주택 개선 이슈도 잠시 끓어올랐다가 가라앉았던 수많은 이슈 중 하나가 되고 말 것이다.

주거취약계층인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에게 더 나은 주거 선택지 제공은 이윤추구 중심인 시장이 공급하기는 어렵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의 질을 개선하는 일은 결국 공공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임시 방편으로 현재 반지하주택에 차수판(물막이판)을 설치하든, 매입임대·전세임대·국민임대주택과 같은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든 결국 관건은 돈이다.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에게 더 나은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얼마나 많은 재정을 투입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는 선언과 반지하 주택 건축을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의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20만 가구에게 더 나은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반지하 주택 해결 방안을 말하는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이 진정성이 있는지 구분하는 방법은 주거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그에 수반되는 공공재정 규모에 대해 말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말만 보면,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반지하 주택 문제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반지하 주택 건축 금지를 넘어 주거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과 최저주거기준 이상의 주택으로 옮겨갈 수 있는 주거 사다리 확보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과 비용 조달 방안까지 소식까지 들려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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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불로소득 없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희년함께 상임대표 겸 토지정의센터장/ 주거중립성 연구소 수처작주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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