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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후 발표한 시정 50대 과제와 정치·정책적 행보를 지역 시민단체와 각 영역 전문가가 평가하고, 대구시 발전과 시민의 삶에 필요한 과제들을 제언합니다. [편집자말]
홍준표 대구시장이 7월 5일 동인동 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7월 5일 동인동 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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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카콜라. 아마 홍준표 대구시장이 가장 아끼는 별명인 듯하다. 본인의 유튜브 채널 이름으로 붙일 정도이니 말이다. 이 별명이 말해주듯 무엇이든 솔직하고 시원하게 내뱉는 발언들은 청년층의 호응을 끌어낸 비결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앞과 뒤가 다른 정치권에서 분명한 차별점이다.

그의 추진력도 이 별명을 닮았다. 공공기관 통폐합이나 임원 연봉 제한과 같은 개혁 역시 시원시원하다. 홍준표 시장을 선택한 시민들의 기대도 그런 점일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초기 확산이 집중되면서 큰 상처를 입은 대구 시민들에게 무언가 시원시원한 정책으로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품고 있을 것이다.

말만 번지르르... 흔한 정치꾼 되나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은 코카콜라의 시원함보다는 공허한 트림에 가깝다. 대구통합 신공항 건설, 공항 후적지 두바이 방식 개발, 금호강 르네상스,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두류공원 첨단테마파크 등 장밋빛 구호가 난무하지만 당장 팍팍한 삶에 위안이 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정책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아무리 홍카콜라의 추진력이라고 하더라도 임기 4년 안에 이룰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걱정이다. 대선후보를 거친 홍준표 시장이 대구시장 출마를 결심한 것은 나름의 전략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국민에게 미움받는 정치 다툼에 휩쓸리기 쉬운 국회의원보다는 정책적 성과를 뚜렷이 보여줄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아래 지자체)장이 더 유리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허망한 장밋빛 구호만 쫓다가 4년을 보낸다면, 결국 말만 번지르르한 흔한 정치꾼들과 무엇이 다를까.

홍 시장이 지자체장으로서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복지다. 복지혜택을 포퓰리즘식으로 나누어주라는 말이 아니다.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개혁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고, 시민들에게도 절실한 문제에 체감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돌봄 문제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복지정책과 관련한 오해가 있다. 예산부터 늘려야 한다는 강박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복지를 말할 때마다 예산은 어떻게 할 거냐는 핀잔이 따라붙는다. 물론 국가 수준에서는 그럴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의 절반 정도로 최하위권이다. 연금과 같이 돈이 크게 들 수밖에 없는 복지영역은 국가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이다. 지역의 역할이 더 필요한 돌봄은 문제가 좀 다르다.

노인·장애인 돌봄 지출 수준은 이미 OECD 평균(국내총생산의 1.5%)에 육박한다. 하루가 멀다고 간병살인, 간병자살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의외의 사실이다. 지자체의 과감한 개혁과 추진력이 필요한 이유다.

돌봄이 답
 

돌봄은 현금지원이 주된 기존의 복지제도와 성격이 다르다. 현금이 주는 혜택은 사람마다 큰 차이가 없지만 아동이든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필요한 돌봄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돌봄정책을 중앙정부에서 추진하고 지자체는 단순 집행하는 게 아니라 지자체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돌봄을 챙기고, 중앙정부는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돌봄의 책임을 지자체에 부여하고, 지자체가 돌봄정책과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장기요양보험, 장애인활동지원 등 핵심적인 돌봄제도는 물론이고 무려 260여 가지에 달하는 수많은 돌봄관련 제도와 급여들을 모두 중앙정부가 일일이 예산과 지침으로 통제한다.

중앙에서 만든 기계적인 기준이 다양한 개개인의 욕구에 맞을 리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필요에 따라 돌봄을 받는 게 아니라 그 기준을 맞출 요령과 능력에 따라 돌봄을 얻어낸다. 정작 위급하고, 절실할수록 여유가 없어 더 소외되고 배제된다. 돌봄지출이 늘어나고 제도가 확대된다고 해도 간병살인, 간병자살의 비극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자체장은 이를 과감하게 바꿀 수 있는 자리다. 물론 법제도의 장벽도 있다. 하지만 일선 집행을 담당하는 지자체의 개혁만으로 주민의 체감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중앙정부의 현실에 맞지 않는 지침에 목을 맬 게 아니라 지자체가 주민을 위해 지역에 맞게 계획하고 집행하도록 지자체장이 뒷배가 되면 된다. 지자체장의 능력과 의지에 따라서 복지의 체감이 달라지는 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변하는 지자체들

전북 전주시는 건강·의료 안전망을 구축한 대표적인 지자체다. 2020년부터 지역의 병원과 의사회,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등과 협력해 시에 거주하는 모든 75세 이상 어르신을 1시간 내외의 의료평가 후 월 1회 의사가 방문하는 집중관리 대상자로 분류했다.

이어 분기별 주치의 상담을 받는 예방·건강증진 대상자까지 4개의 그룹으로 구분해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을 관리했다. 그 결과 불과 1년여 만에 사업 참여자가 비참여자에 비해 의료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광주광역시 서구는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동 주민센터에 신청만 하면 3일 이내 공무원이 방문해서 욕구조사를 하고 욕구에 맞는 일상지원·식사영양·주거환경 등 포괄적인 돌봄 서비스를 계획해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충북 진천군에서는 관내 65세 이상 어르신이 지역과 인근 병원에 입원하면 입원 시점에서부터 상담을 통해 퇴원 후에 바로 적합한 돌봄을 집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퇴원환자 병원연계 사업을 한다. 어르신들이 병원치료를 받더라도 퇴원 후에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해 악화가 되고 재입원을 반복하다가 중증으로 발전하는 악순환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의 우수사례다.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해서 가능했던 사업들이지만 사업 종료를 앞둔 지금은 자체 예산 등을 통해 스스로 운영할 준비를 한다.

광역시 차원에서 이러한 개혁을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시에서 돌봄이 필요한 주민에게 장기요양 등 공적제도 서비스를 받기 전까지 수발 및 가사 지원, 병원 등 외출 동행, 주거편의, 식사지원 등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해주는 돌봄SOS센터 사업은 전임 시장 때 시작됐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이 사업을 12개 상급종합병원과 협약해 50대 이상 퇴원환자 ·6세 이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병원 퇴원환자 연계서비스와 결합해 확대하고 있다. 대전시도 구별로 다양한 돌봄서비스 시범사업을 벌인데 이어 현재 본격적인 시차원 정책으로 추진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이다.

중앙부처 정책, 신줏단지 아니야

이런 정책을 위해 처음부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미 하지만 제각기 흩어져있는 돌봄 서비스들을 주민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핵심적인 서비스가 긴밀하게 연계될 수 있는 체계만 만들어도 상당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지역과 현실에 맞지도 않고, 각 중앙부처와 부서의 실적챙기기를 위해 지자체에서도 수십 가지, 수백 가지 서비스를 다 따로 운영하도록 강요하는 중앙부처의 지침을 신줏단지 모시듯 할 게 아니다. 주민을 위한 복지행정을 할 수 있는 체계와 절차를 만들겠다는 지자체장의 인식과 의지가 중요하다.

대구시에서는 코로나19뿐 아니라 아버지의 병원비와 간병을 감당하지 못해 쌀값도 없는 빈곤의 절망 속에서 존속살해의 혐의까지 쓰게 된 가족돌봄청년,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조손 가정에서 손자녀가 할머니를 살해한 충격적 사건 등 돌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비극들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좀더 책임있게 시민들을 돌보고 보살필 수 있는 행정의 역할이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건들이었다. 이러한 비극을 보고도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이루어지고 있는 개혁들조차 따라잡지 못한다면 그렇게 역량을 발휘하는 지자체의 주민과 그렇지 못한 대구시의 삶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대구시는 전국적으로 설립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을 제일 먼저 설립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방치될 수 있었던 노인들과 장애인들에게 긴급돌봄을 제공하는 모범사례도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기관들마저 비전도 불분명한 기관 통폐합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홍준표 시장은 자신이 경험했던 부채의 무서움을 이야기하면서 대구시의 부채부터 줄이겠다고 대대적인 예산 감축을 추진한다.

홍 시장이 부채의 무서움을 그렇게 잘 알고 있다면 시장으로서 시민들이 그런 부채에 고통을 받지 않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부채에 고통받는 시민에게 필요한 예산조차 가위질당할 수 있는 예산감축부터 추진한다는 것은 무언가 거꾸로 된 인식으로 보인다.

홍카콜라의 추진력

과감한 추진력은 지금과 같이 시민들의 삶이 어려운 시기에 분명 필요한 지도자의 역량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시민을 위할 때 그렇다는 얘기다. 시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통폐합하고, 예산을 줄여 대구시의 행정부담만 덜어내겠다는 추진력은 오히려 시민에게는 재앙으로 돌아갈 수 있다. 불필요한 곳에 아낀다면 그것은 정말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한 목적이 있어야 시민에게 정당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런 목적이 없다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대구시가 아니라 대구시 행정만을 위한 좀스러운 대구시가 될 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홍카콜라의 추진력을 고작 좀스러운 대구시를 만들기 위해 쓸 것인가. 아니면 시민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 쓸 것인가. 이제 임기 초반을 맞이하는 홍카콜라 앞에 놓인 분명한 선택지다.
 

태그:#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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