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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를 가로지르는 도로에서 언제부턴가 바이크족들이 모여들었고 교동은 오토바이카페가 있는 관계로 성지로 불리고 있다. 원주민들의 삶이 너무 황폐하게 변하고 있다.
 강화도를 가로지르는 도로에서 언제부턴가 바이크족들이 모여들었고 교동은 오토바이카페가 있는 관계로 성지로 불리고 있다. 원주민들의 삶이 너무 황폐하게 변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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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시골, 두 집 살림으로 교동 오지마을에 자리 잡은 지 벌써 3주가 지나간다. 밤과 낮의 변화도 언제나 새롭고 새벽이슬의 잔향도 어느덧 익숙하다. 풀벌레 선율과 청개구리 재잘거림, 이름 모를 파랑새들의 애틋한 속삭임도 소소한 일상이 되었다. 매주 금요일이 끝나면 드디어 시골로 향할 수 있다는 기쁨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고요와 평화만이 가득한 토속 마을의 시골살이는 그 자체로 예술이자 낭만이고 사랑이다. 나만의 파라다이스를 만든 것처럼 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골은 직장 스트레스와 우울한 마음을 다독이는 데 최고의 치료제다. 대문 앞 통나무 데크 위로 가끔 고라니가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 장수하늘소도 우정의 인사를 건넨다. 고양이 가족은 수시로 드나들며 쓸쓸한 외지인의 벗이 되고자 친근한 시그널을 보낸다.

도로는 떨어져있는데... 오토바이 소음이 들린다

거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한다. 새하얀 햇살을 머금은 녹색 충만한 논두렁을 바라보며 머리를 비우고 멍 때리고 우주를 품는다. 그러나 고요한 평화도 잠시뿐, 불과 3주도 되지 않아 어느 순간 논두렁 너머 야트막한 산 위로 이상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창문을 열어 놓으면 이상한 메아리가 울려퍼졌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두둥두둥두두둥... 위이이이잉... 끼이익"

거실 창문 사이로 울려 퍼지는 사랑스러운 풀벌레의 아릿한 지저귐이, 청개구리의 소박한 우정의 찬사가 그대로 오토바이 소음에 겁에 질렸다. 분명 집에서 일반 도로까지 약 100미터가 넘는 거리인데 산하를 뒤덮는 오토바이 비명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다니. 마치 스피커 서라운드시스템처럼 메아리로 반사되어 높고 넓게 울려 퍼진 듯하다.

이곳저곳 수소문한 사정은 이랬다. 우연히 산책하다가 마주친 포도밭 할아버지 말에 따르면 교동에 고급 오토바이로 군집을 이룬 바이크족 카페가 생기고 나서 전국에서 행렬이 이어졌다. 강화도가 서울과 경기도에서 가깝고 해안도로가 여러 군데 뚫려 있으며 관광코스가 많아 전국 바이크족들의 집결지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포도밭 할아버지 집은 봉소리 마을회관이 걸친 도로 옆에 바로 위치해 그는 처음 오토바이 행렬이 지나갈 때는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봉소리 마을 이장님도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백년 고향을 지켜온 교동도 원주민들은 오토바이 소음으로 몇 번이고 경찰에 신고하고 민원을 넣었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다. 이장님은 오죽했으면 교동대교 해병대 검문소에서 바이크족을 막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단다.

이장님은 "최근 새로 집을 개조한 주민은 방음이 좋아 그나마 견딜 수 있지만 옛터를 지켜온 시골 초가집 등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방음처리가 제대로 안 돼 그 고통이 몇 배나 가중된다"고 호소했다.

이것은 소음공해

도심 속 무례한 오토바이 소음에 지쳐있던 나는 근 10년 만에 귀향을 선택해 주말 시골살이를 하고 있건만 오지마을 시골까지 이런 상황인 줄 꿈에도 몰랐다. 자연의 숨소리를 오롯이 품어보고 산새들의 애틋함을 귀담으려 했지만 이젠 창문을 여는 게 두렵다.

아무리 자신들만의 즐거움도 좋고 낭만도 좋다지만 정말 아닌 건 아니다. 특히 오랫동안 고향 마을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의 소음 고통을 배가시킨다면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테면 교동대교 제2검문소부터 대룡마을 넘어 일반 도로 전 구간을 '오토바이 전용 구간단속 CCTV'를 설치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규정속도 위반 무인단속카메라를 설치해 집중 단속하는 것도 방안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녹지 않아 보인다. 교동 어르신들이 몇 번이나 경찰에 신고했지만 오토바이 굉음소리를 처벌할 기준이 마땅하지 않는다는 것.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개별로 오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또 법에 저촉되지 않을 만큼 그 순간만 잘 처신하기도 한다. 오토바이 소음 수치도 법적인 처벌에 한계가 존재한다.

교동 대부분의 시골 주택들은 작은 도로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어 소음피해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교동 일반도로는 대부분이 시속 50키로로 제한되어있지만 바이크족들은 오직 그들만의 리그만 중요할 뿐이다. 이제 갓 3주차 어엿한 교동 주민이 된 이상 이곳 어르신들을 위해서라도 오토바이 소음공해를 어떻게든 해결했으면 좋겠다.

자신들의 행복과 맞바꾼 낯선 외지인들의 무례한 이기심에 맞서 어르신들의 평화의 고향은 그 자체로 오롯이 고요하게 지켜져야 한다. 남과 북의 접경지역, 평화의 섬 교동은 평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고요한 시골 마을의 오롯한 정취와 풍경의 온유함이 그대로 오래도록 간직돼야 한다. 부디 바이크족 등의 오토바이 소음공해가 한적한 시골 마을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깨트리는 일은 더는 일어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태그:#강화도, #교동도, #바이크족, #오토바이카페, #소음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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