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우승 위업을 알리는 국제핸드볼연맹 누리집 대회 공식 페이지

한국의 첫 우승 위업을 알리는 국제핸드볼연맹 누리집 대회 공식 페이지 ⓒ IHF.info

 
결승전 관중석에는 태극기를 흔드는 다른 나라 선수들이 꽤 많았다. 대회 마지막 날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프랑스 대표 선수들을 포함하여 많은 참가 선수들이 한국을 응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덴마크라는 우승 후보 0순위 팀과 멀리 아시아에서 온 소녀들의 게임이었으니 웬만한 사람들은 덴마크가 쉽게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승전 뚜껑이 열리고 믿기 힘든 흐름이 이어졌다. 키 차이가 한참이나 나는 우리 선수들은 라인 플레이어(피봇)에게 두 명이 달라붙어 끈질기게 자리 싸움을 펼쳤고 나머지 필드 플레이어들은 매우 빠르게 공간을 이동하며 팔을 이리저리 내뻗었다. 그렇게 온몸을 내던지는 수비력으로 최강 덴마크에 맞선 우리 선수들은 대회 첫 우승이자 비유럽권 국가 최초의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김진순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18세 이하 여자핸드볼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1일(목) 오전 1시 15분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 있는 보리스 트라이코프스키 스포츠 센터에서 벌어진 2022 IHF(국제핸드볼연맹) U18 여자 챔피언십 덴마크와의 결승전을 31-28(전반 15-15)로 이겨 18세 이하 세계 챔피언십 역사상 최초로 우승 꿈을 이뤘다. 예선 리그부터 결승전까지 8게임 모두 유럽 팀(스위스, 독일,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네덜란드, 스웨덴, 헝가리, 덴마크)을 이겨버린 리틀 우생순의 드라마가 멋지게 완성된 셈이다.

대회 MVP '김민서', 센터백 계보를 잇다

한국의 상대 팀 덴마크는 준결승에서 네덜란드를 만나 37-21로 크게 이기고 결승에 올라왔다. 메인 라운드에서 우리 선수들이 네덜란드를 26-24로 이긴 것과 비교하면 덴마크의 우승은 누가 봐도 뻔한 스토리로 보였다. 결승전 전까지 덴마크를 상대한 팀 중에서 30골 이상을 넣은 팀은 아무도 없을 정도로 덴마크의 수비벽은 높아만 보였다. 그런데 이 높은 벽을 우리 핸드볼 소녀들이 넘어선 것이다.

전반전 25분 무렵 점수판이 '덴마크 14-11 한국'으로 찍히며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처럼 결승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 선수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덴마크 선수들에게 바짝 달라붙어 실수를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우리 선수들은 덴마크 점수를 14골에 묶어둔 상태로 내리 4골을 터뜨려 게임을 뒤집어 버렸다. 김지아의 재치있는 오버 슛, 플레이 메이커 김민서의 트레이드 마크인 개인 페인팅 점프슛이 압권이었다. 그렇게 전반전 점수판을 15-15로 만든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에 또 하나의 고비를 잘 넘겼다.

41분, 덴마크 베스테르가르트에게 골을 내줘 20-22로 다시 끌려가기 시작한 흐름을 전반전처럼 내리 4골을 뽑아내며 되돌려놓은 것이다. 라이트 윙 차서연이 얻은 7미터 던지기 기회를 우리 에이스 김민서가 침착하게 톱 코너로 던져넣었고, 1명이 2분 퇴장 징계를 받은 사이에 과감하게 엠티 넷(골키퍼 대신 필드 플레이어 기용) 응용 전술까지 펼치며 점수판을 눈 깜짝할 사이에 24-22로 뒤집어버렸다.

물론 이렇게 점수를 뒤집을 수 있는 원동력은 놀라운 순발력으로 덴마크 선수들의 날카로운 슛을 막아낸 김가영 골키퍼의 헌신적인 활약이었다. 김가영은 오늘도 31%(11/36)에 이르는 슈퍼 세이브 기록을 찍으며 매우 중요한 고비마다 앞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큰 힘을 불어넣었다. 

종료 직전에는 덴마크 선수들이 두 줄 수비 라인을 중앙선 가까운 곳까지 밀어올리며 점수 차를 좁히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이 대응을 예상한 김진순 감독은 적절한 타이밍의 작전 시간을 통해 조직적으로 빠른 패스를 지시하여 김민서와 김세진의 쐐기골을 각각 만들어냈다. 이번 대회에서 수비력 최강의 덴마크를 상대로 30골 이상을 넣은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결승전 직후 시상식이 이어졌는데 우리 선수들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센터 백 김민서(득점 2위, 어시스트 2위)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김민서는 김온아의 뒤를 잇는 한국 여자핸드볼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번 대회를 통해 충분히 입증한 셈이다. 또한 포지션 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올-스타 팀 일곱 명 중에 이혜원(라이트 백), 차서연(라이트 윙) 두 선수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IHF 18세이하 여자 핸드볼선수권 2022 결승 결과
(8월 11일 오전 1시 15분, 보리스 트라이코프스키 스포츠 센터 - 북마케도니아 스코페)

한국 31-28(전반 15-15) 덴마크

한국 선수들 기록
득점 : 김민서 9골, 이혜원 7골, 차서연 5골, 김세진 5골, 김지아 3골, 김서진 2골
골키퍼 세이브 기록 : 김가영 31%(11세이브/36슛)

한국의 8게임 전승 기록
한국 32-28 스위스 / 한국 34-28 독일 / 한국 34-30 슬로바키아(F조 예선 리그)
한국 33-31 루마니아 / 한국 26-24 네덜란드(메인 라운드 3조)
한국 33-27 스웨덴(8강) / 한국 30-29 헝가리(4강) / 한국 31-28 덴마크(결승)

◇ 개인상
대회 MVP : 김민서(한국)
득점상 : 줄리 마티에센 스칼리오네(덴마크) 62골

◇ 대회 올-스타
골키퍼 : 바르홀름 카이센(덴마크)
레프트 윙 : 스텔라 후셀리우스(스웨덴)
레프트 백 : 줄리 마티에센 스칼리오네(덴마크)
센터 백 : 페트라 시몬(헝가리)
라이트 백 : 이혜원(한국)
라이트 윙 : 차서연(한국)

라인 플레이어(피봇) : 로미 마르스칼케르베르트(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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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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