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배우이자 화가인 정은혜씨가 서동일 감독, 어머니 장차현실 씨 등과 함께 영화 상영회에 참석했다.
 배우이자 화가인 정은혜씨가 서동일 감독, 어머니 장차현실 씨 등과 함께 영화 상영회에 참석했다.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했던 다운증후군이 있는 배우 정은혜씨가 지난 10일 제주 서귀포를 찾았다. 이날, 서귀포시장애인회관에서는 정씨가 주연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 상영회가 있었다. 그는 직접 참석해 그림으로 대인 기피증을 극복하는 과정을 털어놨다.

〈니얼굴〉은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1990년생 정씨의 일상을 담은 영화다. 촬영이 진행된 시점은 정씨가 그림을 시작한 직후로 그때만 해도 "갈 곳도 없고 그림과 뜨개질로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후 화가인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경기 양평 북한강 변에서 열리는 프리마켓에서 캐리커처 작가로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준다. 머리를 너무 크게 그려 다시 그리는 일도, 그림 한 장을 그리는데 1시간이 걸리는 때도 있었다.

플리마켓에는 토마토 총각네·옷지움·하늬·오름도예·꿈꾸는 인형·꽃빛 바느질 등 많은 셀러가 있었는데, 모두 정씨의 친구이자 응원단이다. 이들과 함께 있으면 정씨는 늘 활기 넘쳐 발달장애가 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미경 화가는 정씨의 멘토이자 정신적 지주로 정씨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김미경 화가를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다. 이들이 강원도 고성의 해수욕장에서 끌어안고 춤을 추는 장면은 영화의 압권이다.

정씨는 그림에 익숙해질수록 남들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지고, 대화에도 자신이 생겼다고 고백한다. 28세가 되던 해에는 양평군장애인복지관에서 청소 일자리를 얻었다.

영화에는 재능기부 가수가 정씨가 쓴 가사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도 나왔다.

왜 그랬을까?/ 두렵다/ 외톨이야/ 놀 친구가 없어/ 너무나 힘들다/ 울 땐 울어야 한다.

그는 발달장애인으로 겪은 어려움을 솔직하게 가사로 썼다. '울 땐 울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그동안 힘들어도 드러내지 못한 마음이 읽힌다. 

이외에도 장애인고용공단이 정씨에게 책에 들어갈 삽화 30점을 의뢰하는 장면, 양평의 폐공장에서 다른 장애인 예술가들과 함께 전시회를 여는 장면 등은 그가 사회의 지지속에서 아티스트로 성장했다는 걸 보여준다. 영화에서 어머니 장차현실씨는 "딸이 그림을 그리는 재주가 있는 것을 알고 전율을 느꼈다"고 말한다.

영화 상영회가 끝난 후 (사)누구나 오한숙희 이사장의 사회로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정씨는 "많은 분이 와줘서 감사하다"라면서 과거 대인기피가 있었던 점을 의식한 듯 "이젠 사람들이 날 쳐다봐도 아무렇지도 않다"라고 웃어 보였다.

서동일 감독은 "처음에는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은혜씨가 그림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며 아티스트로 성장했다"라며 "그 의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록했는데 차츰 감독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어머니 장차현실씨는 "은혜를 치료하기 위해 집 한 채 값을 썼는데도 24살이 되니 자기 방에 쑥 들어가더라. 갈 데가 없었기 때문인데, 그때 이를 갈고 말이 없어지며 '틱'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사람을 대하기 시작했고,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다쿠멘터리 영화 〈니얼굴〉 상영회가 10일 저녁, 서귀포시장애인회관에서 열렸다.
 다쿠멘터리 영화 〈니얼굴〉 상영회가 10일 저녁, 서귀포시장애인회관에서 열렸다.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 장태욱

관련사진보기


태그:#정은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