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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입주민 80%가량 외국인


"여름이면 집안 곳곳에서 물이 샌다. 벽은 곰팡이로 가득하고 심한 곳은 구멍까지 생겼다. 그 구멍으로 쥐가 들락거리기도 한다. 천장 위로는 쥐들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밤새 들린다. 6년 넘게 어쩔 수 없이 살고 있지만 여기는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창원시 성산구 목련아파트 거주 주민의 이야기다. 238가구 목련아파트는 1979년 9월 1일 준공됐다. 지어진 지 43년 된 아파트다.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 지도 20년 가까이 돼 간다. 재건축 조합은 2009년에 처음 세워졌다지만 여전히 심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 아파트는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외벽 페인트가 벗겨지고 갈라졌다. 천장에서는 물이 새고 벽지는 곰팡이로 가득하다. 기존 입주민들은 도망치듯 이곳을 떠났다. 그 자리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들었다. 인근 공단과 가깝고 월세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재 입주민 80%가 외국인이다. 이곳 월세는 52㎡(16평) 기준 15만~20만 원에 형성돼 있다. 보증금은 100만 원이다.
 
목련아파트 외벽에 칠해졌던 페인트가 벗겨져 갈라지고 각종 얼룩이 묻어 거뭇거뭇하다.
 목련아파트 외벽에 칠해졌던 페인트가 벗겨져 갈라지고 각종 얼룩이 묻어 거뭇거뭇하다.
ⓒ 경남도민일보 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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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재건축 조합이 설립되면서 창원시 지원도 끊겼다. '창원시 공동주택 관리 지원 조례'에는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공동주택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목련아파트를 비롯한 인근에서 재건축 추진 중인 아파트들은 사실상 10년 넘게 방치돼 있다.

10일 오전 찾은 아파트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주거 환경이 열악했다. 5층 규모 아파트 외벽 곳곳이 색이 변해 거뭇거뭇했고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길게 금이 간 부분도 있다. 아파트 입구에는 2010년 7월 1일 날짜가 새겨진 '재난위험시설(D등급) 지정' 안내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함께 둘러보던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를 따라 아파트 내부로 들어갔다.
 
6년째 목련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주민 ㄱ 씨가 지난달까지 살던 집. 부엌 쪽 천장에서 물이 새 천장을 뜯어내 배관이 드러나 있다.
 6년째 목련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주민 ㄱ 씨가 지난달까지 살던 집. 부엌 쪽 천장에서 물이 새 천장을 뜯어내 배관이 드러나 있다.
ⓒ 경남도민일보 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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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사람이 살던 곳이라며 그가 보여준 집은 문을 열자마자 곰팡이 냄새가 코를 훅 찔렀다. 축축한 공기가 금방이라도 몸을 적실 것 같았다. 부엌 천장 한쪽은 전체가 뚫려 있다. 뚫린 천장 위로 배관이 지나간다. 배관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관리소 직원은 물이 자꾸만 새 천장을 뜯어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지 안 바닥은 너무 오랫 동안 보수를 안해서 포장이 깨져 비포장 처럼 됐다"라며 "여기서 물 안 새고 바퀴벌레 안 나오고 곰팡이 없는 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련아파트에서 6년 째 살고 있다는 주민 ㄱ씨는 최근 같은 아파트 1층에서 다른 동 4층으로 이사했다.

그는 "전에 살던 곳은 1층이라 그런지 1년 내내 집이 습했다. 집안 곳곳이 곰팡이로 시꺼멓게 변했고 옷에도 곰팡이가 생겼다. 몇 번이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가려고 했지만, 형편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도저히 그 집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아 지난달 옆동 4층으로 이사했는데 여기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엌 천장 쪽에서 물이 새 테이프를 붙여놨다. 벽지도 어느 새부터 축축하게 젖어 곰팡이가 서려 있다. 월세로 살다 보니 집주인에게 이것저것 요구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박경봉 내동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은 목련아파트를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했다. 그도 이곳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입주자다.

박 조합장은 "내외부로 드러난 문제 말고도 지하에 오래된 배관이 늘 걱정이다. 빗물부터 생활오수가 지하로 다 유입되는데, 배관이 워낙 오래되다 보니 언제 파손될지 모를 위험이 있다. 지금도 지하에는 온갖 쓰레기로 가득한 물이 있는데 여름에는 그곳에서 모기 등 벌레가 나와 살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어 "집중 호우라도 오는 날에는 지하 물이 넘쳐 감전사고 위험도 있다. 임시로 배수 펌프를 설치해 두긴 했지만 비가 많이 오면 못 버티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전기, 수도가 한순간에 다 끊기게 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목련아파트 지하실에 물이 가득 차 있다. 생활오수부터 빗물 등 온갖 쓰레기가 모여 있어 악취가 진동한다.
 목련아파트 지하실에 물이 가득 차 있다. 생활오수부터 빗물 등 온갖 쓰레기가 모여 있어 악취가 진동한다.
ⓒ 경남도민일보 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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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지만 시는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곳은 현실적으로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창원시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보조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 지원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며 "행정에서도 재건축 심의 절차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목련아파트, #재개발, #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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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기사제휴 협약에 따라 경남도민일보가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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