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다 이긴다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NC 다이노스가 10일 경기서 보여준 모습을 이 표현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NC는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에서 11-0으로 대승을 거두었다. 6위 두산과 7위 NC의 경기는 이날 경기 결과로 1.5경기 차까지 줄어들었다.

두산 선발투수 최원준이 일찌감치 무너지면서 경기 초반 승부의 추가 NC 쪽으로 기울어졌다. 말 그대로 일방적인 경기였다. 한 가지 눈에 띄었던 점은, 이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이들이 모두 두산과 인연이 있다는 것이다.
 
 나란히 10일 두산전에서 활약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왼쪽부터) 이재학-박건우-양의지

나란히 10일 두산전에서 활약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왼쪽부터) 이재학-박건우-양의지 ⓒ NC 다이노스

 
두산을 잘 아는 이들이 선봉장으로 나선 경기

FA 계약으로 총액 100억원 이상을 받은 두 명의 선수, 박건우와 양의지가 1회초부터 최원준을 괴롭혔다. 선취점을 뽑진 못했어도 박건우는 2사 이후 7구 승부 끝에 2루타로 출루에 성공하는가 하면, 9개의 공을 던지게 한 양의지는 몸에 맞는 볼로 걸어나갔다. 이 때문에 최원준은 1회초에만 27구를 던져야 했다.

2011년 말 2차 드래프트로 두산에서 NC로 이적한 선발투수 이재학도 1회말부터 호투를 펼쳤다. 허경민-김인태-양석환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공 9개로 범타 처리했다. 30구 가까이 던졌지만 얼마 쉬지 못하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와야 했던 최원준은 결국 2회초 이명기, 손아섭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손아섭의 우전 안타로 2사 1, 2루서 2루주자 도태훈을 불러들인 장면은 의미가 있다. 처음에는 타구 속도가 빨라서 홈 승부가 될지 확신할 수 없었으나 두산 우익수 김인태의 어깨가 그리 강하지 않은 점을 놓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3루에서 팔을 돌린 이종욱 코치 역시 두산에서 오랫동안 몸 담았던 인물이다.

첫 타석에서 나란히 루상에 나간 박건우와 양의지는 경기 중반 두산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박건우가 4회초 1타점 적시타를 기록한 데 이어 5회초 2사 만루서도 2타점 적시타로 존재감을 알리자 양의지도 5회초 2타점 적시타를 작렬했다. 두 선수의 활약 속에 NC는 8점 차까지 달아나면서 승기를 굳혔다.

확실한 득점 지원을 받으면서 효율적인 투구를 선보인 이재학은 6회말까지 67구를 던지면서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 시즌 2승째를 챙겼다. 이재학이 시즌 첫 승을 신고한 지난 달 13일도 상대 팀은 두산이었다.
 
 박민우와 함께 NC 타선에 힘을 실어주는 박건우(왼쪽)는 불과 지난해까지 반대편 덕아웃에 있었던 선수다.

박민우와 함께 NC 타선에 힘을 실어주는 박건우(왼쪽)는 불과 지난해까지 반대편 덕아웃에 있었던 선수다. ⓒ NC 다이노스

 
두산에 강한 '친정팀 킬러'들, 남은 경기서도 돋보일까

과거 NC는 두산만 만나면 늘 작아졌다. 1군 첫해였던 2013년(4승 12패)부터 2014년(8승 8패), 2015년(8승 8패), 2016년(7승 9패), 2017년(5승 11패), 2018년(4승 12패), 2019년(7승 1무 8패)까지 단 한 번도 상대전적에서 두산을 넘지 못했다.

단기전에서는 NC에게 두산이 높은 벽과 같았다. 2015년 플레이오프(1승 3패), 2016년 한국시리즈(4패), 2017년 플레이오프(3승 2패)까지 세 번의 시리즈 모두 두산에 무릎을 꿇었다. NC로선 분명 한이 맺혀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19년부터 NC의 안방을 지킨 양의지를 중심으로 2020년(9승 7패) 마침내 상대전적에서 처음으로 두산에 우위를 점했다. 그해 11월에는 한국시리즈에서 4승 2패로 두산을 꺾고 그토록 원했던 창단 첫 통합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지난해(6승 10패)와 올해(4승 6패) 상대전적만 놓고 보면 2020년 이전과 크게 다르진 않아도 친정팀에서 온 선수들은 두산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린 양의지(통산 181타수 63안타 9홈런 타율 0.348 vs 두산)는 물론이고 NC와 FA 계약을 맺은 마무리투수 이용찬(통산 8경기 8⅓이닝 1패 평균자책점 1.08 vs 두산)도 두산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NC는 11~12일 경기를 포함해 두산과 여섯 번의 맞대결을 더 치러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한 계단씩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중요한 시점에서 NC가 가장 먼저 뛰어넘어야 하는 팀은 바로 위에 있는 두산이다. 남은 기간 동안 '친정팀 킬러'들의 활약 여부가 더 궁금해지는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NC다이노스 양의지 박건우 KBO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