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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모녀(47, 13)와 발달장애인(48) 세 식구가 숨졌다. 9일 반지하 집 앞에 널브러져있던 토끼 인형.
 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모녀(47, 13)와 발달장애인(48) 세 식구가 숨졌다. 9일 반지하 집 앞에 널브러져있던 토끼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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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 이름표가 붙은 12색 싸인팬과 흰색 토끼 인형이 흙탕물에 젖어 널브러져 있었다. 먹다 만 비빔면 봉지에서 흘러 나온 면과 짜파게티, 라면사리는 여기저기 물에 불어 있었다. 주민센터에서 받은 마스크 상자가 집안을 둥둥 떠다녔다. 반지하 창문으로 쓸려 나온 빨간 성경책은 갈갈이 찢겼다. 성경책 앞에도 'OOO'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전날(8일) 밤 내린 폭우로 이 빌라 반지하가 완전히 잠겨 한 집에 살던 세 여성이 익사했다.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OOO(13)과 어머니 A씨(47), 그리고 A씨의 언니 B씨(48)가 숨졌다. B씨는 발달장애를 갖고 있었다. A, B씨 자매의 어머니 C씨(74)도 함께 살고 있었지만, 그날 낮 병원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당시엔 집에 없었다.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방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참사가 발생한 빌라 반지하의 9일 오후 모습. 고립된 주민 구조작업을 위해 창틀이 뜯겨져 나가 있다.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방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참사가 발생한 빌라 반지하의 9일 오후 모습. 고립된 주민 구조작업을 위해 창틀이 뜯겨져 나가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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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방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9일 오전 참사가 발생한 빌라의 침수된 주차장 입구쪽 모습.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방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9일 오전 참사가 발생한 빌라의 침수된 주차장 입구쪽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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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과 연결돼 있는 이 빌라 반지하에는 총 두 세대, 8명이 살고 있었다. 이중 한 가구는 집에 물이 허리쯤 찼을 때, 소식을 듣고 온 가족 전아무개(52)씨가 바깥에서 방범창을 뜯어내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다. 8일 밤 9시에서 9시 30분 사이였다. 이 집에도 성인 여성 셋이 있었으나 이미 바깥에 물이 차 힘으로는 현관문을 열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전씨와 이웃들이 곧바로 A씨 가족 구조를 시도했지만, 물은 순식간에 불어났다. 게다가 창문이 지하 주차장 진입 경사로에 있어 비교적 탈출이 용이했던 전씨 집과 달리, A씨네 반지하 집의 창문은 평지를 바라보고 있어 방범창 제거가 더 어려웠다. 평지에 섰을 때 무릎까지 오는 A씨 집 반지하 창문 높이는 불과 30센티미터 정도였다.

네 여성만 살던 집이라 A씨네 반지하 방범창은 단단히 설치돼 있었다. 이웃들이 A씨 집 안쪽을 살펴보려 창문을 세게 두드려봤지만 당시 집 내부는 전기가 차단된 상태라 어두웠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여러 번 시도 끝에 밤 9시 7분께에야 119에 신고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주변 일대가 물에 잠겨서인지 119 통화 자체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미 그땐 골목길에도 물이 무릎까지 올라와 구조대나 양수기가 진입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

"반지하, 사람 살 곳인가"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방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9일 오전까지 물이 빠지지 읺아 반지하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물이 가득 차 있다.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방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9일 오전까지 물이 빠지지 읺아 반지하로 내려가는 계단까지 물이 가득 차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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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층 17세대 규모인 이 빌라 반지하에는 문이 모두 3개 있었다. 계단을 내려갔을 때 오른쪽 문이 A씨 집 현관문, 앞쪽이 구조된 집의 현관문이었다. 왼쪽 문은 지하 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이 빌라 주민들에 따르면, 8일 밤 8시 30분~9시 30분 사이에 갑자기 물이 확 불어나면서 지하 주차장으로 통하는 쇠문이 수압을 못 이겨 떨어져나갔다. 동시에 정문 계단 쪽에서도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양쪽에서 물이 반지하로 쏟아졌다. 전문 장비가 없는 주민들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됐다. 8일 밤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다.

이 빌라 바로 앞에 있는 맨홀 뚜껑 아래 하수도가 터지면서 물이 솟구쳤고, 갑자기 물이 들이닥쳤다는 게 주민들 설명이다. 해당 맨홀 주변에는 9일 오후까지도 1미터 크기 씽크홀이 생겨있었다. 빌라 입구 쪽 땅도 수압을 이기지 못해 아스팔트 바닥이 심하게 솟아 있었다. 주민들은 이 맨홀이 노후화된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평소에도 악취가 심했다고 한다. 이 빌라는 1999년에 지어졌다.

A씨 옆집 주민인 전아무개씨는 "우리도 반지하에 살지만, 반지하는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반지하만 아니었어도..."라며 고개를 떨궜다. "이번처럼 현관문이 닫히면 나갈 방법이 없지 않냐"는 것. 전씨는 "우리 집도 내가 일을 나갈 땐 여자 식구들밖에 없고, A씨네 가족도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여자밖에 없어서 방범창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밤에 일을 한다는 전씨는 전날 밤에도 오후 9시께 출근을 하려던 중 딸들의 연락을 받고 집으로 황급히 돌아왔다.

전씨는 딸들은 살릴 수 있었지만 A씨네 식구를 살리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씨는 "더 이상 이곳에 살고 싶지 않다. 비만 오면 생각나지 않겠냐"며 "반지하 아닌 곳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방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9일 오전 참사가 발생한 빌라 반지하의 모습.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방이 침수되면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9일 오전 참사가 발생한 빌라 반지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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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주민 김아무개(64)씨는 "같은 빌라에 살아도 서로 속사정은 잘 모르지만, 원래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장애를 가진 딸(B씨) 세 식구끼리 살다가 5~6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이후 어린 손녀와 둘째 딸(A씨)이 할머니 집에 들어와 총 네 식구가 살았다"라며 "어린 손녀가 인사성도 바르고 착했는데 너무 일찍 하늘 나라로 떠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 등 주변에 따르면 네 식구의 생계는 A씨 홀로 책임졌고, B씨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집은 70대 어머니 소유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빌라 반지하는 시세가 2억 정도"라며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두 딸과 손녀까지 잃고 현재 병원에 있다는 C씨는 황망한 마음에 제대로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빌라 주민인 한아무개(74)씨는 "C씨가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 전화를 끊더니 더 이상 연락이 안 되고 있다. 사고 당한 두 딸 말고 아들네 가족이 중국에서 살고 있는데, 그쪽도 비행기 표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씨는 "C씨는 평소 빌라 앞 청소도 자주 하고 눈도 쓸던 분인데 최근 몸이 안 좋은지 몸이 많이 말랐었다. 이런 일까지 생긴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주민들 "맨홀 하수구 미리 관리 됐다면..."
  
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모녀(47, 13)와 발달장애인(48) 세 식구가 숨졌다. 9일 반지하 집 앞에 여전히 남아있는 씽크홀. 주민들은 빌라 앞 맨홀 하수구가 터지면서 물이 급격하게 반지하로 쏟아져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모녀(47, 13)와 발달장애인(48) 세 식구가 숨졌다. 9일 반지하 집 앞에 여전히 남아있는 씽크홀. 주민들은 빌라 앞 맨홀 하수구가 터지면서 물이 급격하게 반지하로 쏟아져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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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당국의 대응에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주민 진아무개(29)씨는 "주변이 다 난리가 났기 때문에 먹통일 수는 있겠지만,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안내되지 못했다"라며 "경찰 몇 명이 먼저 오긴 했지만 아무 조치도 못 했고, 119에서는 구급차가 없다며 양천이나 다른 곳에서 빨리 차를 보내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말했다.

김아무개(73)씨는 "어제 저녁 물이 찼을 때 빌라 앞에 똥이 둥둥 떠다녔다"라며 "맨홀 하수구가 미리 관리됐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오늘도 맨홀 정비가 제대로 안 되고 임시방편 조치만 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현장에 있던 소방 관계자는 "오늘까지 계속 폭우가 예상되고 타 지역 피해도 커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작업을 계속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모녀(47, 13)와 발달장애인(48) 세 식구가 숨졌다. 9일 반지하 집 앞에 있던 12색 싸인팬.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었던 사망자 'OOO' 이름표가 붙어있다.
 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모녀(47, 13)와 발달장애인(48) 세 식구가 숨졌다. 9일 반지하 집 앞에 있던 12색 싸인팬.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었던 사망자 "OOO" 이름표가 붙어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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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모녀(47, 13)와 발달장애인(48) 세 식구가 숨졌다. 9일 반지하 집 앞에 있던 성경책. 앞에 초등학교 6학년 사망 학생의 이름이 적혀있다.
 8일 밤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 반지하에 살던 모녀(47, 13)와 발달장애인(48) 세 식구가 숨졌다. 9일 반지하 집 앞에 있던 성경책. 앞에 초등학교 6학년 사망 학생의 이름이 적혀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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