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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간급 962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대비 460원, 5.0% 인상된 것이다.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이 시작된 게 10년 전이었는데, 아직도 이 수준이다. 심지어 2019년부터는 그전까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던 식대, 교통비 등 현금성 복리후생비도 임금으로 계산되어 그나마 오른 효과를 사실상 갉아먹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가장 임금이 낮은 노동자들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업급여나 산재보상의 기준, 출산전후휴가 급여의 기준, 국가유공자 지급 금액 등 다양한 예산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영향은 크다.

미국에서도 2020년 연방 정부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12달러로 올랐을 때, 전체 노동자의 25%인 3천5백만 명의 임금이 인상되는 효과를 낳았다. 이 중 7백만 명가량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을 받고 있었지만, 간접적 효과로 임금이 인상되었다1).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가 6월 14일 천안터미널 앞에서 최저임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가 6월 14일 천안터미널 앞에서 최저임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 호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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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최저임금과 관련한 주된 쟁점은 고용, 노동시간, 빈곤, 경제 불평등, 자동화와 일자리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 아니냐 하는 식의 논쟁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주된 논의가 여기 머물러 있다. 그런데 이 요인들은 건강의 중요한 사회적 결정요인이다. 최저임금은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불평등 연구의 대가인 마멋 교수는 수입은 세 가지 경로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국가 총생산, 개인의 수입, 수입의 불평등이다. 생물학적 생존을 위한 물질적 필요조건인 의식주의 양과 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동시에 사회 참여와 생활환경을 제어할 가능성에 영향을 주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 중 개인이 물질적 필요조건을 획득할 수 있는 역량을 증가시키고, 수입 불평등을 줄이면서 사회 전반의 건강 수준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다.

사실 생각보다 최저임금과 건강 사이의 관계는 단순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지표에 비해 연구 자체도 많지 않을뿐더러, 노동시간 등 다른 요인과 복합적인 관계를 이루거나 계층이나 직종, 산업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달라 결과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그동안의 영어권 논문을 모두 종합해 분석한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흡연율을 낮춘다는 결과는 일관되게 나타난다. 최저임금 인상 전후를 비교하는 등 장기간에 걸친 영향을 살펴보았을 때, 최저임금 인상은 정신건강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개선했다2).

흡연율을 낮추는 효과는 특히 저임금 노동자, 그중에서도 여성에서 뚜렷하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술, 담배 등 몸에 안 좋은 행동에 사용할 소득이 늘어나 건강에 나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연구자들은 담배가 저소득층이 위안을 얻기 위해 쉽게 구매 가능한 '열등한' 소비재이기 때문에 소득이 증가하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어 흡연율이 낮아진다고 추론한다.

더 필요한 곳에 더 큰 영향이

많은 연구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저학력, 미숙련 노동자 등 취약 계층 노동자들에게서 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역시 한국노동패널 2015~2016년 자료를 이용한 연구에서, 최저임금으로 실제 임금이 인상된 노동자들과 최저임금 차상위집단, 임금이 인상되지 않은 집단을 비교했을 때 고졸 이하 그룹에서는 일 만족도와 가족의 경제적 수입에 대한 만족도 모두 증가했고, 주관적 건강 상태 또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3).

최저임금의 영향이 큰 대표적인 집단은 여성 노동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9년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전체 노동자의 24.8%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되었는데, 남성 노동자 중에서는 16.1%, 여성 노동자 중에는 35.8%나 됐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에서 모성 건강 증진, 어린이 건강 증진으로도 이어진다는 여러 연구와도 연관된다4). 하지만, 최저임금이 많이 인상되면 최저임금 미만 임금을 받는 노동자도 늘어나게 되는데, 이 역시 여성 노동자일 가능성이 크다. 최저 임금 근처에 여성 노동자가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다. 사업장에서 최저임금을 잘 지키도록 하는 것이 성별 임금 격차 등 임금 불평등을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이유다.

모든 것에 돈이 필요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이 더 직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예를 들어 건강 유지에 필요한 대표적인 개인적 실천인 적절한 영양, 신체활동, 심리·사회적 관계와 스트레스 관리 등에 모두 비용이 필요하다. 생활필수품을 구매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에, 건강 행위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합친 '건강생활을 위한 최저소득' 개념이 제안된 배경이다5). 건강 불평등을 줄이고,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 최저임금 대신 '건강생활을 위한 최저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에서 정신질환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검토한 결과, 최저임금의 2.5배 정도를 지급했을 때 치료율이 높아졌다6). 이는 모두가 건강하게 살기 위한 최저 소득은 확실히 지금의 최저임금보단 높은 수준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모두의 건강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적 재화와 서비스 공급이 적을수록 개인의 수입은 건강에 중요해진다. 건강에 꼭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모두 사적 소비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이 사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너무 약한 방어선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그 이상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면 최저 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가 없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 지급 총액을 유지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야금야금 넓혀주며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깎는 행정부, 아예 법을 어겨 최저임금 미만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주가 있는 한국 사회를 돌아보면 된다.

다만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임금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공적 재화와 서비스를 늘리고, 우리의 건강에 소득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줄여나가는 방향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 잠깐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우리가 왜, 얼마나 최저임금을 올려야 할 것인지 토론해야 하는 이유다.

[참고자료]

1) J. Paul Leigh, Wesley A. Leigh, Juan Du. Minimum wages and public health: A literature review, Preventive Medicine 118(2019), p. 122
2) Leigh 등 2019 앞 논문 p.132
3) 박수경, 최저 임금이 주관적 건강 상태와 건강 행태에 미치는 영향, 서울대학교 보건학 석사 학위논문, 2019, p.40
4) 김종숙, 김태홍, 이서현, 노우리, 심승규, 최저임금제도 변화와 남녀근로자의 임금연구, 2019, 한국여성정책
연구원, 54쪽
5) J N Morris, A J M Donkin, D Wonderling, P Wilkinson, E A Dowler, A minimum income for healthy living, J Epidemiol Community Health 2000;54 p.885
6) Nathan Hodson, Madiha Majid, Ivo Vlaev, Swaran Preet Sing, Can incentives improve antipsychotic adherence in major mental illness? A mixed-methods systematic review, BMJ Open 2022;12:e059526, p.1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민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8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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