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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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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채무탕감을 안 해주면 안 해줄수록 금융기관들은 더 이익이겠죠. 그렇지만 우리가 이 새출발기금을 만든 이유가 뭡니까? 그냥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진 분들이 이 빚에 쪼들려서 압류당하고 강제경매 당하고, 계속 연체자로 남아서 정상적인 거래(를 못하는) 이것을 빨리 정리해주자고 하는 게 새출발기금의 목적 아닙니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변을 토했다. 이날 기자들에게 금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30조 규모의 새출발기금이 '과도한 빚 탕감'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답하면서다. 

새출발기금은 정부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부실 차주(연체 일수 90일 이상)와 부실 우려 차주(연체 일수 10일 이상 90일 미만)의 부실 채권을 사들여 채무를 조정해주는 제도다. 정부는 당초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사업자·소상공인의 부담을 던다는 취지로 새출발기금을 기획했다. 부실 차주의 채무 원금 60∼90%를 감면해주고, 부실 우려 차주의 연체이자를 감면하고 금리도 연 3~5% 수준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금융권에선 '빚 탕감 폭이 너무 크다'거나 '빚을 열흘만 갚지 않아도 연체이자를 감면해주니 빚을 잘 갚고 있는 정상차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중은행들은 원금 감면율이 높은 만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은행들로부터 부실 채권을 낮은 가격에 사들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은 정부에 원금 감면율을 '10∼50%'로 조정하는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김 위원장은 "(새출발기금과 관련한) 논의는 현재 금융권과 보증 기관, 중소벤처기업부와 지자체 모두와 함께 하고 있다"며 "논의 과정을 통해 제도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면 언론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오해는 대부분 다 해소되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브리핑 말미에 김 위원장은 "새출발기금과 관련돼서는 도덕적 해이 문제부터 시작해서 탕감률도 어떻다, 제2금융권이 손해 본다, 이런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저는 이런 생각을 한다"며 열변을 토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이 부실화 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소위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것"이라며 "(법정관리 절차를 통해) 기업은 부채 탕감·채무 조정 등의 굉장히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왜 기업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냐, 그건 법정관리를 아무나 신청할 수 없을 뿐더러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면 기업이 엄청난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며 "개인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빚을 90일 이상 갚지 못한 채무자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로 등록돼 금융 거래에 상당한 제약이 생긴다. 새로 신용카드를 발급받거나 갱신할 수 없고, 할부거래와 신규 대출이 제한된다. 그 만큼 새출발기금에 따른 원금 감면이 '과도하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비슷한 취지의 제도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왜 나는 빚을 열심히 갚고 있는데 채무 탕감이라는 이상한 제도가 있냐'는 의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다른 지원책들과 달리 탕감률을 더 높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회생 제도에서 인정해주는 탕감률 범위 내에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며 "탕감률 등 새출발기금의 운영방안은 확정된 게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실제 현재도 작동하고 있는 '개인워크아웃' 제도에 따라, 실제 금융기관은 현재도 빚을 90일 넘게 갚지 못한 장기 채무자 등 일부 대상자에게 70%까지 원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기초수급자·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겐 최대 90%의 원금 감면이 적용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에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에서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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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반발하는 이유

김 위원장이 열변을 토했듯 새출발기금을 시행하고자 하는 금융 당국의 의지는 높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은 금융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시장과 도지사로 구성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제안으로 정부의 새출발기금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도협은 새출발기금 시행으로 지방 재원에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 캠코를 통해 매입하게 될 부실채권의 상당수가 지역 신보가 앞서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위해 보증을 섰던 채권이기 때문이다. 지역 신보는 지자체의 출연금 등으로 운영된다.

가령 소상공인이 부실 차주가 되어 은행에 돈을 갚지 못하면, 앞서 보증을 섰던 지역 신보가 빚을 대신 갚고 소상공인에게 직접 돈을 회수할 권리인 '구상채권'을 갖는다. 그런데 정부가 새출발기금을 도입하면, 지역 신보는 캠코에 해당 구상채권을 팔아야 한다.

관건은 정부가 이 구상채권을 '얼마에 사줄지'다. 지자체는 정부의 출자 금액(3조6000억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정부가 지역 신보로부터 해당 부실 채권을 '헐값'에 사들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지역 신보가 소상공인 부실에 따른 부담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시장가에 기반한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채권을 매입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지자체의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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