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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적용 최저임금이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결정 이후에도 민주노총, 경총,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이의제기로 논란이 심하다. 윤석열 정부의 등장 이전부터 지금까지 연공제 폐지 및 직무 성과급제 중심의 임금 개악, 최저임금제도 무력화를 위한 업종별 구분 적용과 코로나19 이후 경제위기 상황에서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노-사간 입장 등 첨예한 대립이 여럿이다. 또한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윤석열 정부 남은 임기 동안 추진되는 노사관계 및 노동정책을 볼 수 있는 첫 번째 전선이었기에, 관련 쟁점을 살펴보고 과정을 복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노동자 권리로 본 최저임금의 중요성

사람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자주성을 실현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임금이라는 형식을 통해 보전받아 삶을 영위한다. 여기서 대가로 지불되는 임금은 최소한 노동자 자신 혹은 그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구의 생계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 이를 위해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하고 이 법의 제1조에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고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즉, 최저임금은 임금 격차 해소와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하며, 최저임금과 연관된 50여 가지의 정책과 이에 영향을 받는 절대 다수의 노동자, 서민의 임금 안전판이다.

업종별 차등 적용의 문제점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150만 원 받고도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하게 해야 한다. 지역과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사용자들이 오래전부터 요구하던 주장을 그대로 뱉어내고 있다.

특히 업종별 구분 적용은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긴 공방과 논쟁이 있었다. 표결까지 가는 과정을 통해 내년에도 업종별 구분 적용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대통령도 그렇고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 측도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 조항은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이래 단 한 차례, 그것도 법이 시행된 88년에 적용되었을 뿐이다. 이후 30년이 넘도록 사장된 '사문화'된 조항이다.

사용자 측이 지속적으로 구분 적용을 제기하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는 제도 개선 TF를 구성해 ▲ 사회적으로 최저선이라는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맞지 않음 ▲ 차등 적용을 위한 업종별 구분 기준이 모호 ▲ 차등 적용 업종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 등을 지적하며 업종별 구분 적용 주장에 대한 결론을 낸 바 있다.

사용자들이 업종별 구분 적용을 얘기하면서 소상공인의 이해를 얘기하지만, 결과적으로 재벌, 대기업의 이익 극대화에 기여하게 된다. 업종별 구분 적용의 대상으로 '숙박업, 요식업, 도소매업'이 거론되는데, 신라호텔이 숙박업으로, 신세계 이마트가 도소매업으로 분류가 되어 있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이들 주장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2022.6.23 열린 ‘최저임금 올리고 불평등 없애고 투쟁문화제’
 2022.6.23 열린 ‘최저임금 올리고 불평등 없애고 투쟁문화제’
ⓒ 호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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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노동자 증가와 더불어 더욱 중요해진 최저임금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임금의 최저선이다. 하지만 이것이 악용돼 최저임금이 보편적인 임금으로 활용, 고착되는 경우가 많으며 사용자들은 지속해서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려 노력한다. 대표적인 예가 '주휴수당 폐지'다. 이러한 시도는 노동시장의 심각한 이중구조로 인해 증가하는 불안정 노동자의 피해를 가중한다. 역으로 이러한 현실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정당성을 웅변한다.

'좋은 일자리'로 불리며 상대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이 줄어들고 불안정 노동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과 취업난이 심화되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은 노동자들이 원해서 만든 결과가 아니다. IMF 이후 노동자, 민중의 삶과 직결되는 '복지'가 끊임없이 후퇴된 상황과 기본급보다 성과와 상여가 더 높은 가분수 형태로 변질하여 온 한국의 임금체계는 서로 맞물려 있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아야 할 영역이 축소되고 사라지는 상황에서, 불안정 고용과 임금구조는 오로지 자신의 임금만으로 삶을 영위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사망선고와도 같다.

그러하기에 지급되는 시급이 수입 대부분인 단시간 노동자를 포함한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물가를 반영해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폭에 더해 소득분배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 역시 반영되어야 한다. 이것이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경제불황과 최저임금

최저임금 논의가 한창인 시기,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급격한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을 부추긴다'며 '기업의 임금인상 억제'를 주문했다. 물가 폭등으로 노동자, 서민의 삶이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나온 이 발언은 시민들에게 즉시 비판받았다.

사용자는 늘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 인상의 주범이며 고용불안의 원인임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경제위기, 경제불황이 자본주의 체제가 가지는 모순으로부터 나오는 필연임을 가리고, 모든 책임을 임금노동자와 임금인상으로 돌리는 악질적인 선동이다. 많은 연구자는 '최저임금이 10% 인상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4 ~ 1% 내외'라 밝히고 있으며, 202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3인의 경제학자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오히려 경제불황의 시기에 이를 토대로 천문학적 부를 쌓아 올리는 자본이 있다. 한국의 자본은 노동자, 서민의 빈곤과는 상관없이 천조 원에 가까운 사내 유보금을 쌓아가고 있다. 멀리 돌아보지 않아도 2021년 약 7조 원, 올해 1분기 5조 원의 영업 이익을 올리고 있는 재벌정유사(사우디 국부펀드인 아람코가 대주주인 S-OIL은 제외하더라도)를 봐도 알 수 있다.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은 막중하다.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고용정책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것이 상식일 텐데 한국은 애써 이를 부정한다. 우리는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최초로 도입했던 당시의 대통령 루스벨트의 "하루에 1000달러씩 버는 경영자들이 당신이 받게 된 주급 11달러 때문에 미국 산업이 재앙적 해악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시오"라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은 사회적 협약임금이다. 다수의 위기가 극소수의 기회가 되는 경제불황의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수탈구조의 맨 아래 위치한 노동자, 서민의 삶을 지키고 지탱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의 발현이다.

2023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아쉬움과 과제

결과적으로 경제위기 시대 노동자, 서민의 삶을 유지하고 지탱하기 위해 대폭 인상이 필요했던 2023년 적용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5% 인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관련하여 노동생산성에 기초한 '물가상승률 + 경제성장률 – 취업자증가율'이라는 계산식이 2년 연속 사용되고, 심지어 이를 '향후 최저임금 결정에 기초로 사용하겠다'라는 공익위원 간사의 발언이 나오는 등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사용자들의 논리가 적용되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퇴장으로 반대입장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사용자들이 주장했던 '업종별 구분 적용' 논쟁을 제어, 종식하지 못하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권고로 이를 고용노동부 연구용역으로 발주하게 되어 향후 사용자 측 주장의 근거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근거로 '노동자 가구 생계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올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나온 가장 큰 성과라 하겠다. 그간 최저임금 요구안을 산출하기 위한 '주장'으로서의 '가구 생계비'가 주요한 '근거'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또한 노동자 서민들이 최근 몇 년과 다르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형성하고, '최저임금 인상이 만악의 근원'이라고 선동하는 사용자와 정부의 주장을 희석시켰다. 현재의 경제 상황과 맞물린, 최저임금의 의미와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과 처지를 돌아보게 하는 우호적인 언론과 여론의 형성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으로 이어지며 저들의 선동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를 기반으로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 및 투쟁의 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해마다 다음 해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액수가 결정되면 정리됐던 그해의 최저임금 투쟁이, 올해는 최저임금법 개정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또 연속성을 가지고 지속 과제를 도출했다. 좁게는 업종별 구분 적용을 폐지하기 위한 법안 발의부터, 현재 최저임금법이 가지고 있는 차별 요소를 드러내고,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가구 생계비로 명확히 하며, 최저임금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공익위원 선출 등 결정구조까지 근본적 개정을 위한 법안 발의, 사업, 투쟁이 그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은 2022년 최저임금 투쟁 평가가 진행 중이다. 제출된 평가(안)를 바탕으로 지역과 산별의 토론을 거쳐 성과와 한계를 도출하고 이후 사업과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 서민들이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한상진 님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입니다.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일터 8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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