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지난 6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십자가와 경고문'편이 방영되었다. 이번 편에서는 2020년 봄, 포항시에서 고양이 연쇄 살해 사건을 취재했다. 살해범은 대학 기숙사 인근의 6m 높이에 고양이 사체를 매달았다. 마치 모두가 보란 듯이 말이다.

포항시 내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사람들은 이를 두고 동일한 범죄자의 소행으로 추측했다. 이유는 사체가 발견된 지역 인근에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경고문에는 고양이가 생태계 교란 종이며 전염병을 옮기는 동물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불법 행위라고 명시했다.

생태계 교란 종은 아니지만 생태계에 영향 주는 고양이

과연 고양이는 생태계 교란 종일까. 팩트 체크를 해보자.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계 교란 생물' 중 포유는 '뉴트리아'만 해당한다. 즉 고양이는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개만큼이나 사랑을 받는 동물이 고양이다. 하지만 그만큼 미움을 받고 학대를 당하는 동물도 고양이다. 국내에 고양이만큼 호불호가 강한 동물, 논쟁적인 동물이 있을까.

고양이가 생태계 교란 종은 아니지만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호주에서는 하루에 죽는 새가 100만 마리이며 고양이에 의해 번식에 실패하거나 멸절된 종도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호주에서는 들고양이 사냥을 허가하기도 한다.

또한 2013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지(Nature Communications)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고양이에 의해 1년에 평균 24억 마리의 조류와 123억 마리의 포유류가 죽는다.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유튜브 '새덕후'와 KBS 환경스페셜에서는 섬에 서식하는 고양이에 의한 조류 사고의 피해에 관해 소개한다. 영상에는 수많은 새가 고양이에게 공격받는 장면이 나온다.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 처벌 강화되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양이는 논쟁적인 동물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고양이가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사냥하여 공개적으로 목을 매달거나 피부와 살점을 조각내는 게 마땅하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잔혹한 행위에 그치지 않고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영상을 촬영하여 올리는 기괴한 행위는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이는 동물보호법 8조에 따른 불법적인 행위이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엄연한 범죄 행위다.

모든 사람들이 고양이를 사랑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학대할 이유도 없다. 잔인한 살해범이 아니더라도 고양이를 싫어하고 학대하는 이들이 적진 않은 것 같다. 3-4년 정도 전이었다. 필자가 길고양이 돌봄 활동(캣맘 혹은 캣대디라는 용어에는 은연중에 소유관계를 설정한다. 미국에서는 케어테이커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기사에서는 길고양이 돌봄 활동이라 부르고자 한다) 당시 겪은 일이다. 지역 주민은 고양이가 자동차에 올라가 흠집이 난다는 이유로 근처에 먹이를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한 1년 전쯤에는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서 미화원이 돌보던 순이라는 고양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기도 했다. 방사를 한 건지 어떻게 처리를 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지속된 민원으로 관리사무소 측에서 순이를 포획하여 치워 버린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SNS를 둘러보다 보면 동물권단체 등을 통해 고양이 학대 및 살해 사례는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다. 동물보호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십자가와 경고문' 편에 나온 살해범도 불구속 수사에 그쳤다. 동물보호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는 반드시 높아져야만 하고 실제 처벌 판례도 늘어나야만 한다. 솜방망이 처벌은 고양이를 다시 나무에 매달게 할지도 모른다.

먹이 주기가 불법은 아니지만 고통을 양산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이용한 작가의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에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지만 조심할 필요는 있다고 말한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활동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내 활동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혹여 불편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씩 체크해 보는 게 좋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226p

예를 들면, 먹이를 주는 장소 주변 청소와 같은 관리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길을 다니다 보면 거리에 고양이용 캔이나 파우치, 츄르 스틱 봉지가 어질러져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길고양이를 챙기는 모습도 좋지만 돌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는 돌봄 활동자들이 수거해가야만 한다.  

그러나 단순히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기 위해 먹이 주기를 주의해야 하는 건 아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은 단순히 길고양이를 배 불리는 일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책 <고양이 생태의 비밀>에서는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일을 경계해야만 한다고 경고한다. <고양이 생태의 비밀>은 고양이 생태학자 야마네 아키히로가 아이노시마 섬에서 7년간 추적 관찰한 고양이 생태를 기록한 책이다.

일본에서는 매년 10만 마리의 고양이가 살처분된다. 저자는 이것이 먹이 주는 행위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고양이는 보통 1년에 한 번 발정하는 반면, 도시 내 길고양이는 인간이 급여하는 고단백질 사료 때문에 영양상태가 좋아져 1년에 몇 번이나 새끼를 낳게 된다. 

필자가 돌보던 동네 인싸 고양이 '달래'는 1년에도 수차례 임신과 출산을 반복했다. 이를 방지하고자 지역 돌봄 활동가들과 함께 중성화 수술을 하고자 달래를 포획하고 병원에 데려갔다. 출산한 지 한 달 정도 된 상태였는데 그 사이에 또 임신을 해서 중성화 수술을 하지 못했다. 결국 또 한 번의 출산 이후 중성화 수술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현장에서 영양 상태가 좋은 고양이들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면서 우후죽순으로 태어나는 '아깽이(아기고양이)'를 목격했다. 매년 봄과 초여름 시기가 되면 일명 '아깽이 대란'이 일어난다. 이 시기면 온라인 고양이 카페는 입양 글이 엄청나게 올라온다. 고양이가 그렇게 좋으면 집에 데려가 키우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선한 마음씨 지닌 몇 명이 입양한다고 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깽이 대란이 지난 요즘, 길 위에서 하루 걸러 새끼 고양이를 만날 정도니 얼마나 많은 아깽이들이 길 위에서 태어나고 동시에 숨을 거두고 있겠는가.

TNR이 고양이 고통을 덜 수 있다

책 <고양이 생태의 비밀> 저자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해결책은 바로 '중성화 수술'. 1997년 일본 이소고구에서 시작된 중성화 수술 활동을 소개한다. 중성화 수술로 번식을 관리하고 먹이와 분뇨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광경이다.
 
"TNR을 하게 되면 우선 길고양이는 발정 스트레스와 출산으로 인한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201p

국내에서도 TNR(Trap and Neuter, 포획 후 중성화 수술)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포획 후 중성화 수술을 하여 원래 살던 장소에 방사하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돌봄 활동가들의 선한 감시로 인해 제도적으로 잘 정착한 듯하다.

TNR은 각 구청별 동물 관련 부서에 전화하여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구조 관련 위탁 업체에서 전화가 온다. 지역 정보와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면, 포획 일자를 정하고 포획틀 설치한다. 포획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중성화 수술을 시행하고 회복 기간을 거쳐 다시 원래 있던 지역에 방사된다. 지자체별 TNR 신청과 진행 절차가 다를 수 있으니 TNR 신청 전 해당 지자체에 문의해볼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가입하고 후원하면 포획틀을 대여할 수 있는데 직접 포획하여 지정된 동물병원에 맡기면 저렴한 금액으로 중성화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TNR 효과는 어떨까? 서울시 '길고양이 서식현황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013년 25만 마리였던 길고양이는 11만6천 마리로 감소했다. 절반이 넘게 감소했는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도시를 다니다 보면 여전히 길고양이 수는 많다. 죽어가는 고양이 수도 늘어나고 있다. TNR 효과가 실감되지 않고 미미해 보일 정도다. 조심스럽게 예측해보건대, 길고양이의 TNR까지 신경 쓰는 돌봄 활동가보다 먹이만 주는 활동가가 늘어난 것도 한몫하지 않을까. TNR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을지라도 길고양이들의 번식 속도를 TNR 속도가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먹이를 주는 일은 간단하지만 TNR은 여간 쉽지가 않다. 여력이 안 되는 이들도 많을 테다. 물론 현장에는 먹이 급여와 TNR을 동시에 수행하는 돌봄 활동가들이 많은 줄로 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먹이만 주는 일반 시민들도 굉장히 많아진 게 사실이다. 어느 편의점이든 츄르나 고양이 사료가 있다는 점은 이를 증명해준다. 지금 도시 길고양이에게 필요한 건 사비를 털어 구매한 츄르보다 TNR이 더욱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인간과 고양이와의 적당한 거리

생명체가 굶주리는 모습을 보면 먹이를 주고 돌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고양이의 묘한 매력도 한몫할 테다. 하지만 먹이만 주는 행위는 하나의 개체를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게 할지는 몰라도 번식으로 인한 고통은 배가 될 수 있다. 암컷 고양이는 발정과 임신 그리고 출산의 고통을, 수컷 고양이는 발정과 영역 다툼의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 먹이만 급여하는 일은 어쩌면 무책임한 행위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매년 8월 8일은 국제동물애호기금(IFAW)에서 만든 '세계 고양이의 날'(International Cat Day). 세계 고양이의 날을 맞이하여 고양이와 인간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고양이와의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고양이 세계에 이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고양이와 인간이 공존하는 이상사회를 생각할 때 언제나 머리에 떠오르는 모습은 아이노시마의 길고양이들이다. (…) 섬사람들은 도시에서 흔히 하는 것처럼 일부러 돈을 들여 캣푸드를 사서 길고양이에게 주지 않는다. 인간의 돈은 인간의 생활을 위해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섬사람들은 길고양이와 같은 집락 안에 함께 살면서도 '사람'은 '사람', '고양이'는 '고양이'라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생활하고 있다." <고양이 생태의 비밀>, 252p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타자에게 덜 폐 끼치는 동물이 되고자 합니다. 그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보고 느낀 것을 씁니다. 채식, 도시 문제, 동물권, 주거권에 대한 글을 씁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