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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산. 그는 시인이자 작가, 사진가다. 그냥 사진작가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다큐멘터리의 어원은 다큐멘트(document)다. '증거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기록'이라는 의미다. 그의 작업은 허구가 아니고 현실이자 진짜다.

이 작가는 2007년 경북 포항 구룡포의 매월여인숙을 처음 흑백 필름에 담았다. 그 뒤로 뒷골목의 전통 여인숙들을 기록하기 위해 전국을 찾아다녔다. 부산에서 서울 종로 창신동 뒷골목까지.

그의 사진은 여인숙 겉이 아니라 속으로 들어갔다. 아예 그의 삶도 여인숙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 작가는 지난 해 대전 중앙동 한 여인숙에 몸을 구겨 넣었다. 1년을 생활하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밀착해 촬영했다. 냉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0.8평짜리 독방이었다.

그의 고된 노동의 결과 지난해 이강산 사진집 <여인숙>이 출간됐다. 2007년 이후 전국의 여인숙을 찾아 헤맨 이강산 작가. 그의 말을 통해 여인숙 쪽방촌 사람들의 삶을 되돌아본다.

"다들 하루에 한 끼 먹고 산다"
 
휴먼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강산 시인. 이 작가는 지난 해부터 대전 중앙동 여인숙 쪽방에 거주하고 있다.
 휴먼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강산 시인. 이 작가는 지난 해부터 대전 중앙동 여인숙 쪽방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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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여기에서 살았나.

"이 여인숙은 3월에 왔고, 옆에 있는 여인숙은 작년까지 만 1년 살았다. 이 동네에서만 3년째 살고 있다."

- 직접 여인숙에 들어와 생활하게 된 이유는.

"하고 싶은 작업이 휴먼 다큐멘터리다. 재개발과 철거촌, 여인숙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은 철거 예정지다. 올 연말에 철거예정이다. 전통여인숙과 철거민들의 소외된 삶과 뒷골목에 사는 사람들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지난 14~15년간 여인숙을 촬영했다. 외부는 찍었는데 사람은 제대로 찍지 못했다. 직접 들어와서 살고 있고 잘 적응해 가고 있다."

- 이곳 생활은?

"제 꼴이 엉망이죠(웃음). 제 복장을 바깥(시선)에서 보면 엉망이겠지만 이마저도 (여기선) 굉장히 좋은 복장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기초생활급여와 주거급여비를 포함해 월 70만 원에서 75만 원 정도가 수입 전부다. 달방 월세를 내고 나머지 40~50만 원으로 하루 한 끼 먹고 지낸다. 그분들 삶은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 나도 그분들 삶처럼 살려 하고 있다. 쉽지 않다."

- (여인숙 거주자들이) 하루 한 끼만 먹는다고 들었다.

"하루 한 끼 먹는 분이 한 80~90%다. 하루 세끼 먹는 사람은 없다. 나도 못 먹는다. 하루 두 끼 먹는 분은 여인숙 사장이나 관리자 정도다. 가끔 무료급식이나 단체에서 빵 같은 후원 물품이 온다. 후원물품 그런 걸로 간식처럼 먹는다. 요즘처럼 폭염이 있으면 저기 블루스타(휴대용 가스레인지)가 있지만 실내에서 (라면이나 음식을) 끓일 수가 없다.

(현재 거주하는) 내 방은 이곳에선 아주 넓은 편이다. 지난주 실내온도가 38도였다. 잘 때 온도는 32도다. (이곳 사람들이) 70만 원 정도 생계급여를 받으면 15만 원에서 25만 원 정도 월세를 낸다. 그러면 50만 원이 남는다. 그럼 30일을 50만 원으로 버텨야 한다. 그 분들이 식사하는데 하루에 6000원 쓰면 딱 맞다.

서울만 해도 일자리가 있다. 지방은 일자리가 전혀 없다. 옆 여인숙에 40대 후반의 남성 2명 이 산다. 건설 일용잡부 일을 하는데 있으면 나가고 없으면 무조건 자는 거다. 움직이면 배가 고파지니까? 나가면 할 일 없고 움직이면 허기지고 움직이면 덥다."

"방 안 온도는 38.5"
 
이강산 작가의 여름나기. 한 여름 그의 방의 온도가 38.5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강산 작가의 여름나기. 한 여름 그의 방의 온도가 38.5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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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난방이 전혀 안 된다고 하더라.

"냉난방이 전혀 안 된다. 전혀. 방구들도 없다. 겨울엔 전기장판 하나. 여름엔 선풍기 하나가 전부다. (겨울에 추워서) 도저히 못 참겠으면 블루스타(휴대용가스렌지)를 켜고 손을 녹인다. 전열기를 쓰기도 하는데 화재 위험 때문에 주인이 간섭한다. (건물) 단열이 안 되니까 지난겨울에는 한낮에도 얼음이 얼었다. 그것도 커피포트 안에 있는 물까지 얼었다."

- 이 사람들이 여기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상상 이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임대업자(건물주는 따로 있다)나 관리자, 성매매하는 사람,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 도피자, 젊은 여성도 산다. 가끔 정체불명의 사람도 있다.

대부분 기초생활급여 수급자다. 20~30% 정도 기초생활급여수급자 조건에 미달한다. 이들은 더 굶는다. 공통점은 대부분 가정이 없다. 이들은 이곳 여인숙을 가정처럼 거주지로 본다. 생존의 공간으로 본다. (쉽게) 떠날 수도 없다. 떠나도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이곳에서 살다가) 도저히 몸이 아파 못 살 정도가 되면 시설에서 데려간다."

- 주거취약계층에 상대로 정부가 펼치는 다양한 정책이 있다.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면 좀 더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

"이곳 사람들은 정부 시책, 거주비 정책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매달 20일만 되면 수급비가 통장으로 꼬박꼬박 들어온다. 여기선 (수급비가 들어오는 20일을) 월급날이라고 부른다.

중간중간에 후원 물품도 들어온다. 계층으로 보면 최하층이지만 집이 없고 여기를 거주지로 보면 (그럭저럭) 살만하다. 최후의 생존에 필요한 정도면 되는 것이다. 최후의 연명 수단이다. 이 정도에 이분들은 만족한다. 정부 정책중 영구임대주택이나 전세임대, 매입임대 주택에 들어가려면 보증금이 100만 원이나 200만 원 이 필요하다. 어렵다. 여기는 통장을 가지고 있는 분이 거의 없다. 열 명이면 아홉 명이 없다.

왜냐? 최저생활급여 받고 살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가 많다.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 자산은 0원이다. 매월 나오는 생계급여비를 '깡' 하듯이 미리 건물주나 사장에게 빌려 쓰고 있다. 악순환이다. 그분들이 소지한 잔액은 없다. 그렇게 되다보니 보증금으로 내야 할 목돈이 없다."

- 복지시설과 이곳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냉정하게 보면 '밥그릇' 싸움이 벌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 각 시설과 여인숙 사이에 상당한 다툼이 있다. (여인숙 입장에선) 손님 안 뺏기려 하고. 살던 사람이 옆으로 가면 본인 의사로 가도 빼돌린 것처럼 된다. (세입자) 10명이면 월수입이 200만 원이다.

인근 여인숙에 거동이 불편한 사람 있다. 몸을 못 가눠 냄새가 많이 난다. 방문 목욕을 신청하면 할 수 있다. 신분증만 복사해 제출하면 된다. 사회복지시설 입장에서 보면 시설거주자 한 명에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을 준다. 시설에서도 계속해 온다. (여인숙 업주들은) 막아낸다. 수입이 끊기니까. 여기선 막아낸다. 복잡한 함수관계가 있다."

- 이곳 여인숙 거주민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곳 재개발사업이 빨리 진행돼 이곳 세입자에게 공공주택을 지어주는 것이다. 삶의 공간 즉 거주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이곳은 철거예정지역이다. LH공사가 시공사다. 역전 역세권으로 주상복합 건물을 짓고, 일부 구역에 국민공공 주택을 지을 계획이 있다. 국민공공주택은 여기 거주하는 500명의 생존을 담보해주려는 거다. 예전 말로 하면 영구임대주택이고 지금은 공공임대 주택이다. 이것이 지어지면 이곳 세입자들은 냉난방이 되는 반듯한 방에서 거주할 수 있다.

작년 10월 철거가 완료될 계획이 잡혔는데 LH 측 문제로 1년, 철거지역 내부갈등으로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지장물 조사나 건물주 보상 문제로 전혀 진척이 안 되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면) 누가 피해를 보게 되나? 세입자다. 냉난방 전혀 안 되는 곳에서 계속 살게 된다.

- 우리 사회 공동체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 이 골목 여인숙이나 쪽방촌 밖에 있는 사람도 당대를 사는 (같은) 국민들이다. 이 순간 붕괴위험, 화재위험, 냉·난방이 전혀 안 되는 한 평, 채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최저생계비로 사는 사람들이다. 사진 한번 찍고 가는 일시적인 후원이 아니고 적어도 지속적인 후원, 물적인 것보다도 마음으로 보살펴 주는 관심이 필요하다.

며칠 전에도 새로 취임한 대전시장이 다녀갔다. 40~50명이 다녀갔다. 여기 세입자들도 살아있는 사람이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추하게 보이고 안 좋게 보이지만 다 똑같은 사람이다. 슬프면 울고, 아프면 고통받고 병원 가야 한다. 배고프면 먹어야 되고 배부르면 용변을 봐야 한다. 같이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관심을 많이 가져달라."
 
이강산 작가가 펴낸 사진집과 그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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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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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 '3평' 넓은 방으로 이사가는 게 소원" http://omn.kr/204r0
신문지 다섯 장 크기에 사람이 산다 http://omn.kr/2049c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이강산, #여인숙, #주거 빈민, #쪽방촌, #숙박업소에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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