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걸그룹 WSG워너비가 4개월의 여정을 아름갑게 마감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8월 6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는 WSG워너비의 대미를 장식한 피날레 콘서트 무대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된 WSG워너비 콘서트 2부에서는 반가운 깜짝 손님들이 등장했다. 바로 MSG워너비(박재정, 이동휘, 정기석, 김정민, 지석진, 원슈타인, 이상이, 강창모)의 귀환이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MSG워너비는 '난 너를 사랑해'를 열창하며 감미로운 보컬로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놀면 뭐하니?>는 MSG워너비가 방송 당시 코로나19로 인하여 관객들이 있는 무대에 서지못했던 아쉬움을 만회하듯, 2부 시작부터 약 30분에 이르는 분량을 MSG워너비의 무대에 할애했다. 유닛별 무대가 이어지며 '정상동기'(김정민, 이동휘, 이상이, 정기석)팀의 '나를 아는 사람'을, M.O.M은 '바라만 본다', '듣고싶을까' 등으로 무대를 선보였다. 관객들도 객석에서 노래를 따라하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이번에는 WSG워너비 멤버들의 새로운 조합으로 구성된 다양한 유닛 무대를 선보였다.시청자들의 요청을 가장 많이 받았던 두 팀 중 정지소-권진아-조현아 '막내즈'가 먼저 등장하여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를 열창했다. 권진아의 나른한 음색과 조현아의 파워풀한 보컬, 정지소의 풋풋한 감성이 더해지며 색다른 매력을 전했다.
 
이번엔 고령자들로 구성된 '언니즈'가 등장하며 씨스타의 'Ma Boy'를 선곡했다. 걸그룹 경력자인 이보람과 윤은혜, 워킹맘의 자존심 나비는 수준급 웨이브에 랩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언니라인다운 연륜과 섹시한 반전매력을 과시했다. 객석에서 응원하던 나비의 남편은 아내의 강렬한 웨이브 댄스에 유독 열광하는 리액션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흰과 박진주는 '백진주' 듀오를 결성했다. 선곡부터가 놀랍게도 남성 고음의 대명사인 '쉬즈 곤'이었다. 시원한 가창력의 소유자들답게 두 사람은 끝없이 올라가는 돌고래급 초고음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강렬한 록스피릿을 과시했다. 박진주는 노래의 결정적인 클라이맥스 순간, 흰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고음 토스'를 선보이며 센스있는 예능감도 드러냈다.
 
처연함이 깃든 다이아몬드같은 보컬의 소연과 몽환적인 음색의 쏠은 '로즈골드'팀을 결성하여 태연의 'Fine'을 선곡해 애절하면서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KCM와 정지소는 혼성콤비 '지소하모니카'를 이뤄서 양정승의 '밤하늘의 별'을 열창했다.
 
정지소는 KCM의 트레이드마크인 팔토시를 커플로 맞춰서 등장했다. 노래 시작과 동시에 KCM 특유의 느끼한 표정과 율동을 보고 웃음이 터진 정지소는 노래를 이어가는데 애를 먹었다. 중반부에는 돌연 유재석이 깜짝 난입하여 오랜만에 노래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흥에 겨운 유재석과 강창모가 뜬금없이 막춤을 경쟁적으로 선보이자, 또다시 웃음관리에 애를 먹던 정지소도 자포자기하고 삼촌들과 댄스 삼매경에 동참하면서, 결국 명절노래자랑같은 분위기로 유쾌하게 막을 내렸다.
 
코타와 엄지윤, 지석진(별루지)은 '엄지코'를 결성하며 쿨의 '아로하'를 선곡하여 세대를 뛰어넘어 청량감 가득한 무대를 선보였다. 코타와 엄지윤의 보컬이 과즙미가 넘쳤다면, 지석진은 아내와 WSG워너비에 바치는 애정고백을 담아 "말로는 할 수 없지만 사랑합니다. 눈감는 그날까지 WSG워너비,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라는 나레이션으로 전했다.
 
피날레는 WSG워너비 모든 멤버들이 함께하는 대표곡 '눈을 감으면'으로 장식했다. 봄날에 모인 WSG워너비 열 두멤버가 두 계절 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써 내려갔던 이야기를 아름답게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순백의 의상을 맞춰입고 등장한 멤버들은 마지막을 실감한 듯, 친필로 쓴 가사와 함께 한소절마다 각자의 마음을 담아 어느 때보다 진심어린 열창을 선보였다. 목이 메인 맏언니 윤은혜는 음정이 떨리다가 끝내 노래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멤버들 역시 하나둘씩 눈가가 촉촉해졌다. 노래를 마친 멤버들은 서로를 따뜻하게 포옹하여 그동안의 여정을 격려했다.

각자의 마지막 소감을 전하는 시간에, 박진주는 "할머니가 되어도 이 순간을 기억할 것 같다. 아이돌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지소는 "오늘 관객분들 중 제 이름을 들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너무 감사하고 신기하다"라며 감동한 모습을 보였다.
 
이보람은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에 저에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저의 기적이 되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는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윤은혜는 "제가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이 아닌데, 여기서 너무 많은 칭찬을 해주셔서 앞으로 뭔가 도전을 할 때 자신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유재석은 "여러분들 모두 보고싶을 거다"라며 WSG워너비를 비롯하여 정준하, 하하, 이미주, 신봉선, 김숙 등 고생한 동료멤버들에게도 감사를 전하며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12명의 멤버들은 이제 어느덧 하나의 팀을 넘어 끈끈한 가족이 되어있었다. 후일담에서 정지소는 WSG 워너비의 의미에 대하여 "새로운 자매가 생긴 느낌"이라고 밝혔고, 흰은 "무대에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언니들이 선물해주셨다"고 고백했다. 소연은 "우리는 이게 마지막이 아닐 거에요"라면서 새로운 만남과 또다른 이야기을 기약했다.
 
WSG워너비는 지난해 방송된 남성 그룹 MSG워너비에 이은 프로젝트 그룹의 여성 버전으로, 지난 4월 9일 첫 방송 이후 무려 4개월에 걸쳐 많은 인기와 화제를 모았다. <놀면뭐하니>는 이미 초창기부터 '유산슬', '싹쓰리', '환불원정대', '도토리 페스티벌' 등 음악과 예능의 결합시킨 기획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온바 있다.
 
WSG워너비는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설정들을 차용하여 고정멤버들이 기획사 대표라는 부캐로 분하고, 참가자들을 '블라인드 오디션'으로 숨은 진주들을 오직 목소리로만 발굴한다는 목표를 표방했다. 참가자들의 수준급 노래실력과 개성넘치는 캐릭터들은 방영과 동시에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채정안, 이미주, 송은이, 제시 등 탈락한 멤버들조차 화제가 되었을 정도였다. 오디션에만 장장 두달에 가까운 시간을 들이며 최종 12인의 멤버가 완성됐고, 이후 기획사 3사와 멤버들의 소속사 선정, 신곡 발매를 거쳐 완전체 WSG워너비가 선보였다.
 
가야G의 '그그그' 등 WSG워너비의 노래들은 발매와 동시에 음원차트와 음악방송 1위를 일제히 휩쓸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간 실력과 재능에 비하여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흙속의 진주, 한때 스타였지만 한동안 잊혀졌던 추억의 언니들, 떠오르는 라이징스타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개성과 매력을 겸비한 WSG워너비 12인은, 다양한 조합과 케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형식상 오디션 구성을 차용했지만 자극적인 경연이나 경쟁보다는 훈훈한 팀워크와 공감대에 초점을 맞추며 유쾌하고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는 것도 강점이었다. WSG워너비는 관객들과 함께하는 피날레 콘서트를 통하여 아름답게 여정을 마무리하며 끝까지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WSG워너비는 음원 성적이나 화제성에 있어서는 이번에도 충분히 성공적이었지만, 예능으로서의 완성도에 있어서는 많은 숙제도 남겼다. 특히 애청자들에게조차 유독 비판을 받았던 부분은 '우려먹는 사골'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과도한 '아이템 재탕'과 '독창적인 서사 부재'에 대한 지적이었다.
 
음악예능 프로젝트가 <놀면 뭐하니?>의 대표적인 히트상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WSG워너비는 모든 면에서 남성팀이 여성팀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MSG워너비와 구성이나 재미 면에서 그저 재탕에만 그치며 크게 발전한 것이 없었다. 냉정히 말해 음원이나 음방에서의 성적도 WSG워너비 자체의 힘이라기보다는 <놀면 뭐하니?>라는 방송의 후광이라고 봐야한다.

반면 보통 길어야 10-12회 정도로 구성되는 일반 경연-오디션 프로그램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회차를 들이고도 정작 예능으로서 인상적인 장면을 남긴 회차는 적었다. 오히려 블라인드 오디션 당시의 화제성에 비하면 정작 WSG워너비가 완성되고 난 이후의 에피소드는 웃음과 긴장감이 감소했다는 평가다. 별 내용없는 만담과 억지 분량 만들기로 일관한 회차로 적지않았다. 굳이 12인이나 되는 매력적인 멤버들을 뽑아놓고도 과연 그들의 매력과 서사를 방송에서 얼마나 제대로 활용했는지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이처럼 WSG워너비는 표면적으로 이번에도 성공한 듯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점점 식상해지고 있는 <놀면 뭐하니?>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남겼다. 연출자 교체와 집단 버라이어티 체제로의 귀환을 거치며 '부캐 유니버스'로 대표되는 <놀면 뭐하니>의 정체성이 흐릿해졌고 신선함이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한도전> 시절로 퇴행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음악예능 빼고는 별다른 아이템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WSG워너비 프로젝트를 유난히 질질 끌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다시 한번 재정비의 시기를 맞이한 <놀면 뭐하니?>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게 될까.
 
놀면뭐하니 WSG워너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