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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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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해 명소로 떠오른 경남 창원 의창구의 동부마을 팽나무(수령 400~500년)가 하루 4천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모며 생육을 위협받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만난 박정기 노거수를찾는사람들(노찾사) 대표활동가는 '우영우 팽나무'가 관광객이 유발하는 답압(흙을 밟는 압력) 등으로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영우 팽나무 잎이 U자형으로 오므라들고 잎이 갈변되는 엽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잎의 10%를 잃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팽나무 보호를 위해 "관광객 동선을 명확하게 유도하고, 팽나무 바로 앞 분묘를 포함하는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드라마가 유행하기 훨씬 전인 2021년 2월에 최송현 부산대 교수와 함께 해당 팽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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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베어내고 관광객 몰리며 팽나무 '고통'
관광객 동선 정리하고 울타리 설치해야

 
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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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 대표 활동가는 7월 말부터 사흘 간격으로 동부마을 팽나무를 찾아 생육을 살피고 있다. 그는 팽나무에 해가 되는 요인으로 많은 관광객이 일으키는 답압과 의창구청이 나무 주변의 풀을 베어낸 일을 꼽았다.

박씨는 "팽나무의 생육 영역이 되는 지반을 덮는 풀을 제거한 데다가 1일 1200~4800여명 관광객이 몰리는 바람에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환경에 나무가 노출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팽나무 주변에 어른 무릎 높이 이상 풀이 자라고 있었는데 '우영우 팽나무'를 찾는 관광객을 수용하려고 지난 7월말 의창구청이 모두 제거했다. 이후 인파가 이어지면서 초지가 나지로 변했다"고 전했다.

그는 "풀은 폭우에 의한 지표 유실을 막아 주고, 토양습도와 공중습도를 적당히 유지해준다. 또 복사열을 낮춰져 초지가 노거수 영역의 최적 환경이라는 게 학계 통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풀밭에 자라는 나무가 맨땅에 자라는 나무보다 건강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보호수 관리는 팽나무를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동시에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팽나무 생육영역을 밟는 답압은 토양경화로 이어져 뿌리활력을 나쁘게 한다.
 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동시에 너무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팽나무 생육영역을 밟는 답압은 토양경화로 이어져 뿌리활력을 나쁘게 한다.
ⓒ 박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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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영우 팽나무가 암반 위 얕은 토심 안에 있고 강항 햇빛과 바람에 수분 유지가 불리한 상황인데 짦은 시간 내 관광객이 몰리며 치명적인 답압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팽나무가 물과 무기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고, 물올림이 나빠지니 평평하던 잎 단면이 U자형 오므라들고 있다"고 전했다. 또 "'황화현상'과 함께 '탈락(낙엽)'하고 탈락한 가지는 고사지가 되며, 남아있는 잎은 '엽두'(잎끝)부터 갈변이 진행되어 엽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현상은 7월 27일부터 시작되었고 현재 팽나무는 전체 엽량의 약 10% 이상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이를 놓고 해충 피해라는 지적에는 "피해가 전체 잎에 고루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비생물적 피해, 즉 짧은 시일 내 지표의 가중한 물리적 변화가 원인"이라고 봤다. 또 일부 언론이 '초지 훼손과 답압은 단기간에 피해를 낳지 않는다'고 한 데 대해 그는 "여러 팽나무를 오랫동안 모니터링해온 경험칙에 비추어 그렇지 않다"며 "팽나무 환경 적응력은 서어나무보다 높으나 느티나무보다는 낮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해당 팽나무에 진딧물이 발생했다며 해충 방제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해충 방제를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분무를 하거나 주사를 놓으면 잎이 떨어지거나 몸통 상처가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장단기 모니터링 결과와 현재 팽나무 상태, 최근 기상 추이를 봤을 때 해충 피해는 미관을 나쁘게 하지만 팽나무에 당장 치명적이지 않다" "분무기 압력에 의해 팽나무 잎이 떨어질 수 있어 당장은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씨는 관광객 동선 정리와 울타리 설치를 건의했다. 그는 "관광객 동선을 명확하게 유도하고, 팽나무와 바로 앞 분묘를 포함하는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 단 울타리 출입은 통제해야 하며 미관을 고려한 소재와 형태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변의 운동기구 철거, 보호수 표지석 보수, 평상으로 사용하던 콘크리트 더미(판) 철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 "답압 피해 아냐, 해충방제 예정"

반면 문화재청은 "아직 답압에 의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최근 현장조사에서 진딧물이 발견했다. 오는 8일 약제 살포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개 답압 피해는 나타나는 데 1~2년 이상 걸리고, 나무 상층부부터 발생한다. 해당 팽나무는 몇 주 사이에 답압 피해가 발생한 게 아니다"고 진단했다.

'잎마름' 현상은 "알락 진딧물과 큰팽이나무이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최근 현장조사에서 진딧물을 발견했다"며 "이에 오는 8일 해당 나무에 대해 약제 살포 작업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드라마 방영 이후인 7월 29일,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박정기 대표가 천연기념물 지정을 건의한 지 1년 반이 다돼 현장조사를 나온 것이다. 관계자는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지정 건의가 제출됐다. 천연기념물 지정 조사는 지자체가 신청한 대상이 우선"이라고 해명했다.

'우영우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관계자는 "해당 팽나무는 천연기념물 지정을 불허한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문화재청은 팽나무 주변 벤치 3개와 일부 콘크리트 포장을 철거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나무 밑둥 쪽에 있던 잔돌은 제거했고, 야자매트를 설치했다"며 "일부 바닥에 있는 콘크리트도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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