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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아무개 중사가 지난해 6월 2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됐다. 사진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들어가는 모습.
▲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피의자 구인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아무개 중사가 지난해 6월 2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됐다. 사진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들어가는 모습.
ⓒ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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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복무를 시켜준다는 빌미로 피해자를 조종했다."

장기복무. 어김없이 이 '빌미'가 등장했다. 부대 내 성폭력과 2차 가해의 고통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적을 뒀던 근무지,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발생한 또 다른 성폭력 사건에서다(관련 기사 : '확진자와 입맞추라' 공군 피해자 "군이 죽으라고 등 떠민다" http://omn.kr/204je)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가해자인 A준위는 피해자인 여군 부사관(하사)에게 코로나19에 확진된 또 다른 동료와 입을 맞추게 하거나, 그의 침을 핥게 하는 등 가혹 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안마를 빙자해 피해자의 신체를 추행하거나,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끔찍한 폭력 속에서 피해자를 옥죈 것은 상급자인 가해자가 쥐고 있는 인사 평정권이었다. 부사관은 장기복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정년 보장 없이 일정 기간 내 퇴역해야 하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군 조직 특성 상, 장기복무 심사 권한은 계급의 상하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이를 악용한 범죄는 공군 제15비사건 뿐 아니라, 부사관을 상대로한 성폭력 사건에서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군사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통해 '장기복무'를 키워드로 검색한 판결 중, 인사평정 위력이 작용한 대표적인 사건들을 추려봤다.

#1. 혼자 우는 피해자 "장기 진급하겠다고... 화 못낸 내가 짜증났다"

"이제 손까지 가져가나 싶었다... 저속한 말로 '쪽팔렸다'. 장기 진급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화도 못 내는 내가 짜증났다"
 

지난해 5월 제2함대 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이 유죄 판결한 사건. 가해자는 업무 보고를 위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피해자에게 "이게 뭐냐"고 물으며 서류 대신 피해자의 손을 붙들었다.

가해자는 자신의 양손으로 피해자의 왼손을 붙잡고, 손등을 자신의 엄지로 주물렀다. 평소에도 성희롱성 발언으로 피해자를 괴롭혀 온 상관이었다. 피해자는 법정 진술에서,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불쾌한 감정 속에서도 '장기진급 심사자'라는 처지를 떠올린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했다.

1심은 무죄. 피해자는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이었다. 항소심에 이르러서야 가해자는 벌금 2백만 원이라는 죗값을 치르게 됐다. 사건 발생 3년 만의 결론이다.

#2. 인사 최고책임자라는 막강 지위, 7번 반복된 피해
 

"장기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기에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다."
 

강원도 화천군의 한 포병대대. 피해자 부사관(하사)은 2017년 연말부터 2018년 11월까지, 부대 대대장으로부터 총 7회 강제추행을 당했다. 결재를 받으러 들어가면 엉덩이를 움켜쥐는 식이었다. 가해자는 '잘했다'는 칭찬을 반복적으로 덧붙였다.

피해자는 "허리를 토닥이나 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실수가 아니구나 생각이 들어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대대장'이라는 부대 인사 책임자의 위치는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았다. 피해 하사는 "(대대장에게) 평정권이 있고 업무적으로 계속 봐야할 지휘관이었기에, 사건화 되면 주위 사람들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가해자는 "여자 브래지어 쪽을 터치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 등 쪽을 만지지 않으려다 허리를 터치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 조사관의 조사 결과에 손을 들어줬다. 가해자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3. 오히려 당당한 가해자... "장기 글렀다는 말, 협박 아냐"

피해자에겐 족쇄로 작용하는 평정권은 상급자에겐 협박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2016년 한 해군작전사령부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면, 함대 보수장인 가해자가 부사관인 피해자에게 가한 협박성 발언 대부분에 이 '장기 선발' 발언이 단골로 들어간다. 가해자는 장기 심사를 빌미로 피해자에게 연애 금지를 강요했고, 사생활과 관련된 보고를 정기적으로 하도록 요구했다.

고등군사법원 제2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이런 가해자의 행동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초임하사였고 장기 복무를 희망했기에 거부의사를 밝히지 못했다"고 짚었다.

가해자는 심지어 피해자가 다른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건 배신이야, 너는 장기 가기 글렀다"라고 소리치며 책상 위 물건들을 집어던졌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평소 내게 잘 보이면 진급에서 도와주겠다거나, 장기 하고 싶으면 연애하지 말라고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른 동료 부대원 또한 "(가해자가) 장기 선발과 진급, 근무평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암시를 많이 했다"고 증언했다.

가해자는 자신의 발언이 피해자가 공포를 느낄만한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늘어놨다. 가해자가 보기에 피해자는 장기 복무에 선발될 능력이 없었고, 자신은 최종 인사책임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장기 글렀다'는 말은 '공포감이 아닌 좌절감을 주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됐다.

"피해자는 원래 무능" 낙인 만드는 구조
 
3일 군인권센터에서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이 '공군15비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2일 이 부대의 성폭력 사건을 폭로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공군의 해명이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반박 기자회견을 했다.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공군15비)은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부대다.
 3일 군인권센터에서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이 "공군15비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2일 이 부대의 성폭력 사건을 폭로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공군의 해명이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반박 기자회견을 했다.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공군15비)은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부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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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불이익' 때문에 고통을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은 통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11월 발표한 부사관 인권 상황 실태조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인권침해 피해 시 참고 지나갔던 이유 중 '평정 진급 불이익 우려'가 가장 많았다. 조사 참여 인원 674명 중 192명(약 28.5%)이 문제를 언급했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한 함대사령부 하사는 "하사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장기 복무를 희망하는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넘어가야 한다"고 응답했다.

김숙경 군 성폭력상담소장은 체계 없이 수직적이기만 한 평정이 이뤄지는 군 시스템이 피해자들의 피해사실 고발과 정상 업무 수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민주적이고 투명한 방식의 인사 평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사평정을 대대장, 중대장 등 부대 책임자가 쓰더라도, (평정을 관리하는 건) 직속상관인 원사 등이다"라면서 가해자가 직속상관일 경우 피해자의 평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피해자가 자기를 거부하거나, (피해 사실에)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업무를 배제시키고 왕따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면서 "(피해자를) 일도 못하고 불만만 많은 사람으로 몰아가기도 하는데, 자연히 업무 능력이 좋지 않게 비춰진다. 이 모든 과정이 연동돼 피해자를 압박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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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 사건팀. 가서, 듣고, 생각하며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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