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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지난 3월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신형 ICBM 시험발사를 단행할 데 대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찾아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 2022.3.25
▲ 북한 김정은, 신형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명령  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지난 3월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신형 ICBM 시험발사를 단행할 데 대한 친필 명령서를 하달하고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찾아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 2022.3.25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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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반도 주변 기류가 심상치 않다. 하나의 큰 줄기로 정세가 형성되기보다는 다양한 물줄기가 한반도 주변으로 이어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한반도의 관점에서 동북아 정세를 분석하고 우리의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

북방 3각(북중러)과 남방 3각(한미일)의 소리 없는 재건

1990년대 초, 냉전의 해체와 함께 노태우 정부는 적극적인 북방정책으로 한반도 냉전체제, 즉 한-미-일 3각 연합과 북-소-중 3각 연합의 대결구조를 무너뜨렸다. 한국이 소련(1990), 중국(1992)과 국교를 정상화함으로써 한반도 냉전체제의 일각을 허문 것이다.

물론 중국, 그리고 소련 붕괴 이후의 러시아가 북한과의 동맹조약을 폐기한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에서 갈등이 고조될 때면 중재자, 혹은 균형자 역할을 담당해 왔다. 특히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6자회담을 주도하며 동북아에서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중국과 미국이 양자와 다자체제를 오가며 진행한 북핵 협상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북한은 2017년 9월 제6차 핵실험을 통해 핵 보유를 선언한 것이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무장은 강력한 대북 제재라는 규범을 국제사회에 각인시켰고 중국과 러시아가 이 레짐에 가담함으로써 북한은 고립되고 만다.

그런데 미중 전략경쟁과 무역전쟁,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가 중첩되면서 대북 제재를 매개로 지속됐던 제재 레짐이 균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미국에 대한 비난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북-중-러 3각 동맹을 재건하려는 것이다.

북한 핵의 암묵적 인정을 막아라

최근의 변화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2019)이 결렬된 이후, 북한이 그간의 안보 전략, 즉 미국으로부터의 안전보장이란 목표를 폐기하고 핵무기로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점이다. 이제 북한은 미국과 대결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섭하려 한다.

지난 5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이 주도한 추가적인 대북 제재안에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하면서 결의안이 무산된 것이다. 이제 UN안보리 결의로부터 구축된 강력한 대북 제재 레짐은 과거와 같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한다 하더라도 UN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또다시 부결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중, 미-러 간 갈등 양상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북-중-러로 이어지는 동맹체제를 재건하게 된다면 북한의 핵 보유가 이들 간에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상황 또한 불가능하지만도 않다.

최근까지 우리 정부와 언론은 북한의 7차 핵실험,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우려할 지검은 북한의 도발뿐만 아니라 이 도발이 용인될 수 있는 구조가 한반도에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간을 창출하고 중국에게 패스하라

한반도 주변 정세는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실상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우선은 한반도 정세의 악화를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주변국의 지지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확인하기 위한 평화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엔과 국제평화기구, 유럽연합 등 다양한 행위자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공간을 창출하고 중국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만큼은 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먼저 북미, 남북대화가 오랜 시간 중단된 상황에서 다자협상의 트랙을 재가동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다자협상을 통해 중국을 북한으로부터 분리하고 북핵 문제 해결의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 축구 경기를 가정하면, 다자협상의 공간을 창출하고 중국에게 북핵 문제 해결의 공을 패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에서 전향적인 교류·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기 위해 남북관계의 정상화는 필수적이다. 다만, 과거의 방식보다 전향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통일부는 2022 업무보고를 통해 '담대한 계획'을 통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사회문화교류를 위한 '담대한' 조치를 통해 남북의 접촉면을 넓히고 상호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반도 디지털 플랫폼 등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효과적인 교류협력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정부와 비정부가 존재할 수 없다. 정부는 국회와 시민사회, 기업인과 예술인, 그리고 해외의 동포 모두가 피스메이커가 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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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북한 사회통제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평양 오디세이], [한반도 스케치北], [북조선 일상다반사], [속삭이다, 평화],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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