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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2022.7.29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2022.7.29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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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 돌봄센터를 다녀오셨잖아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갔더니 조금 낙후된 시설, 학교보다 낙후된 시설에서 아이들이 조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게 가슴이 아팠다, 더운 날에.' 그 말씀을 하셨어요. 이런 아이들을 조금 더 나은 시설에서, (윤 대통령) 눈으로 보시기에는 학교가 (돌봄센터보다) 훨씬 더 나아 보였던 것 같아요.

저도 방문해 봤더니 학교 시설들이 요즘 너무 좋아졌어요. '(대통령은) 학교에서 그냥 계속 있으면서 여러 활동들을 하면 좋을 텐데 아쉬웠다'라는 말씀을 주셨어요. 그러면서 이 입학연령 하향이라는 것이 그런 취지에서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닿으셨던 것 같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이 발언은 진행자가 앞서 '직접 업무보고 당시 대통령의 추진 의지가 좀 느껴졌을 것 같은데, 확고하게 반응을 했나'라는 질문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 박 장관과의 부처 업무보고에서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기사화가 많이 되지는 않았지만, 박 장관의 이 발언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애초 공약에도 없었던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을 교육부가 별다른 의견수렴도 없이 갑작스레 지시·추진하는 이유가 단순히 윤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장관 말에 따라 해석하자면, 윤 대통령은 아이들이 낙후된 시설에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시설인 학교에 있는 게 더 낫다는 이유로 입학연령 하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학교보다 낙후된 시설'은 어디일까. 대통령실 공개일정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뒤 아동교육과 관련된 곳을 딱 한 곳 방문했다. 7월 19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가 그곳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아동 지원 대책을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했었다.

윤 대통령의 발언대로 지역아동센터의 시설이 학교보다 낙후되었다면, 만5세 입학연령 하향을 얘기할 게 아니라 그에 대한 지원을 더 견고히 해야할 사안이다. 지역아동센터는 그대로 낙후된 채로 놔둔 채 입학연령만 하향해 일부 아동을 학교로 보낸다면? 문제는 바뀌지 않는다. 나머지 아동들은 여전히 낙후된 시설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아동센터는 이용 아동의 연령을 '만 18세 미만의 아동으로서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으로 정하고 있다. 운영시간도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초중등 학생들에 맞춰서 운영되고 있다. 요약하면, 윤 대통령은 이미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동들을 보면서 '학교에 있는 편이 낫다'며 입학연령 하향을 긍정적 취지로 발언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코미디나 다름 없는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입학연령 하향 추진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는 지역아동센터는 이용 아동의 연령을 '만 18세 미만의 아동으로서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으로 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동들을 보면서 '학교에 있는 편이 낫다'며 입학연령 하향의 긍정적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는 지역아동센터는 이용 아동의 연령을 "만 18세 미만의 아동으로서 초등학교 및 중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으로 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동들을 보면서 "학교에 있는 편이 낫다"며 입학연령 하향의 긍정적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 "참신나는학교 지역아동센터"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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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 42개 시민·교원단체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만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 및 집회’에 참석해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 추진을 규탄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 42개 시민·교원단체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만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 및 집회’에 참석해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 추진을 규탄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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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에 대한 교육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학부모 당사자들의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자 정부는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1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박순애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국민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2일 대통령실 역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공론화를 추진하라는 것이 업무보고 때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라면서 공론화 추진을 강조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윤 대통령이 입학연령 하향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까닭이 지역아동센터에 있는 것이라면, 입학연령 하향 추진은 첫 단추부터 아예 잘못 꿰어진 셈이다. 이미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아동들을 살펴보고 난 뒤 초등학교에 빨리 입학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2일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최근까지 초등학교와 지역아동센터 등 관련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아동기 교육과 돌봄의 통합문제가 중요하단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만 5세로 입학연령을 낮춘다면서 이미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동들이 다니는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입학연령 하향과 돌봄 문제의 중요성은 또 무슨 상관인가.

대통령은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의 나이까지는 잘 모를 수 있다. 대통령은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문성을 지닌 각 부처의 장관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박순애 장관은 라디오에서 이런 윤 대통령의 발언을 마치 미담이라도 되는 듯 마냥 말하면서 입학연령 하향을 강행하고 있다. 그게 여론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며 임명을 강행한 윤 대통령을 향한 나름의 보은일지는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직무유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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