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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교육부장관이 지난 7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순애 교육부장관이 지난 7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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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교육부장관이 지난 7월 29일, "모든 아이가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입하는 학제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히는 순간 논란은 시작되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반대 목소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장관이 제시한 방안은 구체적입니다. 2025년부터 4년간 25%씩 앞당긴다고 했습니다. 첫 해 2025년에는 2018년 1월생부터 2019년 3월생까지 입학합니다. 15개월 차이 나는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공부합니다.

반대 여론 또한 구체적입니다. 유아 발달 단계에 안 맞는다, 1살 많은 형·언니랑 경쟁해야 한다, 동급생 많아져 대입과 취업 경쟁 심해진다, 과밀학급 늘어난다 등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순애 장관의 만남 직후부터 바로 나왔습니다. 타당한 문제제기로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그만큼 당혹스러운 정책입니다. 자녀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직감적으로 바로 걱정됩니다. 여러 번 나왔던 방안이라는 점 또한 고약합니다.

이미 결론난 사안

윤석열 정부는 '1년 일찍 초등학교 진입'이라고 부르지만, 예전엔 '취학연령 하향'이나 '만5세 취학 학령제'라고 했습니다. 여러 차례 연구되었다는 뜻입니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만 해도 2021년 이슈페이퍼, 2017년 이슈페이퍼, 2007년 연구보고서, 2006년 연구보고서 등이 있습니다.

가령 2007년 보고서는 한번에 전환과 25%씩 나눠 전환 등 2가지 방법을 도표와 함께 제시합니다. 25%는 박순애 장관이 말했던 그 방법입니다. 보고서는 그리고 학생수 일시 증가, 교육과정 혼재, 교원 및 시설, 대입과 노동시장, 유아 발달의 문제 등을 조곤조곤 밝힙니다. 지금 걱정들과 유사합니다.

또한 시작년도 이전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합니다. 2018년생부터 적용하는 윤석열 정부를 예로 들면, 2017년생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대입 재수를 하거나 취업이 늦어지면 2018년생들과 만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1년 일찍'으로 전환하는 2가지 방법, 위는 한 번에 전환하는 방법이고 아래는 25%씩 4년에 나눠 전환하는 방법, 한국교육개발원의 2007년 연구보고서 <미래사회에 대비한 학제개변 방안(Ⅱ)> 181쪽과 182쪽의 도표
▲ 2가지 방법 "초등학교 1년 일찍"으로 전환하는 2가지 방법, 위는 한 번에 전환하는 방법이고 아래는 25%씩 4년에 나눠 전환하는 방법, 한국교육개발원의 2007년 연구보고서 <미래사회에 대비한 학제개변 방안(Ⅱ)> 181쪽과 182쪽의 도표
ⓒ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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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만5세아 초등학교 취학제는 보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합니다. 유치원 교육 보완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만5세아들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유치원 교육의 확대이며 초등학교 조기입학이 아니다"라고 덧붙입니다.

이처럼 역대 정부에서 검토되어 이미 결론났다고 해도 과언 아닙니다. 5세 취학이 OECD 38개국 중에서 4개국, G10 11개국 중에서 1개국인 점만 봐도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박순애 장관이 같은 정책을 제시할 때에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해야 했습니다. 기존 논거를 뒤집을 수 있는 새 근거를 내놓거나 충분히 소통하여 신뢰를 얻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느닷없이 발표한 졸속이고, 소통은 없습니다. 새 근거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출발선상 교육격차 해소'를 내세우는데, 여기에 적합한 것은 초등학교 강제 조기입학이 아니라 유아교육 학제화입니다.

'큰 거 한 방' 노렸나?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 42개 시민·교원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만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 및 집회’에 참석해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 추진을 규탄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 42개 시민·교원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만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 및 집회’에 참석해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 추진을 규탄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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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개편은 정치와 교육이 만난 안 좋은 사례입니다. 교육학의 영역에서 아동발달 등을 고려하며 심도있게 다루는 것과 조금 다릅니다.

어떤 정치인은, 특히 선거를 앞둔 어떤 정치인은 교육 분야를 표가 쏟아지는 영역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큰거 한 방'을 찾습니다. 한동안은 자사고와 특목고 유치였고, 언제부터인가 학제개편입니다.

뭔가 바꾼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까요. 예컨대 초등학교 6년을 5년으로 만들고 중고등학교를 어떻게 하겠다는 그림 등은 웬지 그럴싸 합니다. 학교에 불만 있는 유권자들에게 교육개혁의 화신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한 정치인이 히트 치면, 다른 정치인도 '우린 뭐 없어' 하며 찾거나 주문합니다.

하지만 학제개편은 살펴야 할 것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줄이거나 옮기는 것일수록 특히 전환 과정에서부터 피해자가 발생합니다. 피해자의 존재를 안 후에 멈추면 좋은 정치인이지만, 교육을 모르거나 피해까지 생각할 겨를 없으면 밀어붙이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치권의 폐해가 되겠습니다.

초등학교 조기입학은 지금도 가능합니다. 법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의 자율입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초등학교 1년 일찍은 강제입니다. 박순애 장관의 학제개편은 강제입학입니다. 그 전환 과정에서부터 생기는 피해를 정부와 장관은 얼마나 검토했을까요. 만약 큰거 한 방만 생각했다면 참으로 씁쓸할 겁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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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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