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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 42개 시민·교원단체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만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 및 집회’에 참석해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 추진을 규탄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등 42개 시민·교원단체 관계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만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기자회견 및 집회’에 참석해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 추진을 규탄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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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만 5살 조기입학에 반대하는 여론이 한낮의 열기만큼이나 뜨겁다. 교사노동조합연맹과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43개 교육단체와 시민단체가 연합해 만든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는 1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당기는 학제개편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나중에 행복한 어린이는 없다. 영유아의 당장 행복할 권리 보장하라."

이날 모인 650여 명의 참가자들은 "유아들의 삶과 성장을 단지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경제적 논리에 종속시키는 반교육적 정책을 폐기하라"고 주장하며 "20년 뒤 있을 산업인력 공급 체계를 위해 만 5살 유아를 초등학교 책상에 앉혀 공부를 시킨다는 것은 교육적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며 교육 주체들은 물론 국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졸속 학제개편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범국민연대는 현재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철회를 요구하는 반대 서명을 지난달 30일부터 온라인을 중심으로 진행중이다. 이들은 "조기 인지교육과 사교육을 조장하는 만 5세 초등 입학을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는 누구와의 협의를 통해 이러한 국가적 결정을 단행하는가! 이론적·실증적 이유로 역대 정부에서 폐기된 만 5세 초등 입학을 학부모 및 관련 전문가와의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단행하는 불통 정책을 강력 규탄한다!"며 "전문적 식견 없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고수하는 교육부 장관은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는 사유로 '공교육 편입을 앞당겨 학습 격차 해소'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학부모들의 입장은 다르다. 조기입학이 영·유아 사교육 시장의 규모를 확대시키는 것은 물론 조기교육에 대한 준비 여부에 따라 양극화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어린 영·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들의 걱정은 더 크다. 취학 연령이 낮아지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종일 돌봄 제도를 이용할 수 없어 초등학교 방과 후에 누가 자녀들을 돌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는 이유에서이다. 현행 취학 아동의 돌봄 제도를 보완하지 않은 채 입학 연령만을 낮추는 방안은 앞뒤가 맞지 않는 졸속 정책이라는 것이다.

거센 반발에 '속도 조절'에 나선 정부

학제 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뒤늦게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교육부의 학제 개편안과 관련,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다양한 교육 수요자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총리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논란의 당사자인 박 부총리도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올해 연말에 시안이 마련될 텐데,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실현 여부를 떠나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 급락이 말해 주듯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도 또한 열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 온 정부가 불통의 근원지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초등교육과는 다른 영·유아 보육의 중요성

우리나라의 초등교육 시작 시기는 국제적으로도 늦은 편은 아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를 보면,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을 제외한 미국, 독일, 일본 등 OECD 가입국 대부분은 초등교육을 6살에 시작하고 3~5살은 영·유아 보육 및 교육을 받는다.

더욱이 해당 지표에서의 보육 과정은 유아가 학교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지적, 신체적, 정서적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여러 교과에 요구되는 선행적인 이해와 함께 문자언어 및 수학의 기초교육을 제공하는 초등교육과정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학업 중심 과정에 참여하기 전 유아 주도 자유놀이 학습에 참여하는 것이 유아의 인지 기능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하며 초등교육과는 다른 영·유아 보육의 중요성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처음 해보는 대통령"의 교육부에 대한 인식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2022.7.29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2022.7.29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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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뿐만 아니라 전 부처가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을 위한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교육부가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고 나아갈 인재 육성을 담당하는 교육부를 반도체 생산에 투입될 인력을 양성하는 단순한 부처로 여기는 대통령의 인식은 그렇다 하더라도, 교육부는 단순한 학령기 하향이 아닌 공교육의 가치를 인정받는 진정성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한 국가와 사회발전의 백 년 앞, 미래의 초석이 교육에 있다는 의미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바뀌는 교육 정책, 입시 방안, 교육기관 평가의 기준 등 우리에게 백 년을 바라보는 교육 계획은 어디에 있는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는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인 로버트 조던을 통해 "70시간 동안에 70년 인생을 살아낼 수 있다"는 시간의 무게를 대변했다. 이번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방안'의 졸속 추진은 교육 주체와 학부모, 관련 연구기관, 나아가 국민과의 소통 없는 현 정부의 가벼운 시간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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