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장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장면.
ⓒ ENA

관련사진보기

 
ENA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연일 화제다. 국내 최초 자폐인 변호사의 성장 스토리가 담긴 이 드라마를 시청하다보면 마치 한명의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이 되어 사건에 몰입하게 된다. 또 옴니버스 형태의 각 스토리는 각각의 배움과 감동을 준다.

극중에서 주인공 우영우의 주변에는 따뜻한 사람이 많다. 우영우의 아버지, 안전하게 보호하는 동그라미, 거친 길을 헤쳐 나갈 그의 애인, 봄날의 햇살 최수연 등 무엇보다 '오피스 파더'라는 별명을 얻은 정명석이 있다. 정명석은 극중에서 우영우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며 필요한 조언을 때에 맞게 해주며 본인의 창피함을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화풀이 하는 식으로 풀지 않고 본인의 불찰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이다.

반면 권민우는 이 드라마에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미움을 사고 있는 캐릭터이다. 그는 극중에서 권모술수 권민우로 불린다. 의뢰인에게 우영우보다 더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모든 수를 쓴다. 본인이 더 노력해서 우영우를 뛰어넘고 싶어 하는 모습이라면 그렇게까지 미워하겠냐만은 그는 극중 내내 우영우 깎아내림으로 자신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술수를 쓴다. 특히 같이 사건을 맡아 놓고 의뢰인을 만나기 직전까지 그 사실을 우영우에게 숨긴 것과 부족한 정확한 증거 없이 익명게시판을 통해 우영우를 사내 낙하산으로 몰아가는 모습은 시청자로부터 그의 별명을 권모술수 권민우답다. 시청자들은 이젠 그를 권모술수 권민우가 아닌 권고사직 권민우로 바꿔 부르곤 한다.

이런 관계구도 속 지난 목요일에 방영된 9화에는 권민우와 정명석의 갈등장면이 나온다. 한바다 변호인단은 피고인 방구뽕을 망상병환자로 인정받아 집행유예로 형량을 줄이는 계획을 세웠지만 우영우가 피고인의 의사를 받들어 따라 그를 환자가 아닌 사상범으로 판결 받도록 변호한 돌발행동이 이 둘의 갈등시점이었다. 우영우의 돌발행동을 둔 둘의 시각의 차이로 인해 둘의 갈등이 일어났다. 이 둘의 갈등은 곱씹어 볼수록 흥미롭다.

권민우에게 우영우는 동료가 아닌 경쟁자이다. 그는 장기간 무단결근에 이어 두 번째 큰 실수를 저지른 우영우가 상사로부터 패널티를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영우에게 패널티를 주지 않는 그의 상사 정명석이 못마땅하다. 그는 우영우가 장애인이라 정명석이 우영우를 더 우대하면서 본인이 역차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정명석에게는 우영우는 동료이다. 우영우의 돌발행동은 팀 간 충분한 소통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상사인 본인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와중에 권민우는 정명석에게 말을 꺼냈다. "이번에도 주의만 주시는 겁니까? 패널티 없이요?" 결국 참고 넘어가려던 정명석은 이에 대응한다. "권민우 변호사 패널티 되게 좋아하네 그래서 게시판에도 그런 글을 쓴 겁니까? 아니 같이 일하다가 의견이 안 맞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얘기하면 풀고 해결을 해야죠! 매사에 잘잘못 가려서 상주고 벌주고, 난 그렇게 일 안합니다." 정명석의 대답은 권민우를 벙찌게 만들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권민 우는 정명석의 대답에 대해 얼마나 이해했는지 궁금했다. 왜냐하면 내 주변에도 권민우 같은 사람들, 권민우 같은 왜곡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국에 있는 권민우들은 이 장면을 어떻게 이해할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만큼 우리 사회에는 권민우들이 정말 많다.

사실 극중에서 몇몇 장면만 짜깁기해서 본다면 권민우는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다. 특히 그의 친구와 동거하고 있는 그의 집에서는 그리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집에서는 산토끼 토끼야, 일터에서는 산 도끼 독기야' 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실제 우리 사회의 권민우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권민우들은 어디서 독기를 가지고 왔을까.

해답은 정명석의 "매사에 잘잘못 가려서 상주고 벌주고, 난 그렇게 일 안합니다." 대사 속에 있다. 매사에 잘잘못 가려서 상주고 벌주는 곳 어딘가 익숙한 환경이다. 바로 학교가 그렇다. 모든 학교생활은 평가대상이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기말고사가 있고 그 시험들 사이사이 심지어 방학 동안에도 수행평가가 진행된다. 고등학생이 되면 그 사이에 또 모의고사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숫자로 된 명확한 결과가 나온다.

특히 상벌점제는 이 부분에 있어서 더 노골적이다. 학교 맘에 안 드는 일을 해서 벌점을 받고 학교가 맘에 드는 일을 선생님 앞에서 하면서 그를 상쇄하는 상점을 받아내는 학교의 대표적인 통치제도이다. 상점을 받는 아마 권민우의 '패널티'는 여기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는 모든 사람들의 행동을 점수판에 넣어 수치화된 점수를 매기는 제주를 학교에서 습득하였다. 그리고 그는 자연스럽게 직장 터에서도 남몰래 점수를 매기고 있다.

여기서 권민우의 중요한 특징이 있다. 그의 엄격한 채점표는 항상 강자를 피해간다. 7화에서 권민우는 최수연과도 말다툼을 했다. 우영우가 부정 취업을 했다는 점이 화두였는데 여기서 최수연은 "내말은요 그냥 영우를 괴롭히고 싶은 거면서 정의로운 척하지 말란 말이에요. 진짜로 사내 부정을 문제 삼고 싶으시면 대표님부터 문제 삼으세요. 왜 강자는 못 건드리면서 영우한테만 그래요?"라고 말했다. 필자는 최수연의 권민우에 대한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권민우는 우영우를 괴롭히고 싶은 것이 아니다.

머릿속에 득점과 실점으로만 가득한 권민우에게 중요한 것은 우영우의 감점사유는 반영되지 않고 본인의 감점사유만 반영이 된다는 점이다. 본인이 주장하는 부정 취업에 누가 관여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그는 단지 '우영우의 큰 감점사유인 부정 취업이 우영우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반영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 그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지점이다. 이 회사 평가체계에서 감점은 없고 득점만 있는 경쟁자 그에게는 굉장히 막강하다. 그래서 최수연과 연대해서라고 우영우를 없애야 하는 것이다. 그에게는 정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내에서 우영우에 대해 본인과 같은 평가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권민우는 한 대표가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라 한 대표를 향해 부정 취업을 문제 삼지 못하고 괜히 우영우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권민우는 자신보다 강한사람을 평가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학교에서 본인의 점수를 관리해서 친구와 경쟁하는 것은 배웠어도 선생님을 대상으로 점수 매기는 것을 배워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선생님은 평가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권민우는 본인의 기준에서 용기 있고 정의롭다. 부당한 평가체제에 대해 익명으로 문제를 제기해보기도 했고 두 번씩이나 본인의 상사에게 우영우에게 적절한 '패널티'를 줄 것을 두 번이나 요청했다. 이 모습은 마치 "저는 벌점 줬는데 쟤는 왜 벌점 안줘요?"라며 교무실에 따지러 온 학생 같다.

많은 사람들은 첫 사회생활을 학교에서 시작하고 학교에서 배운다. 하지만 실제 사회생활은 학교와 다르다. 권민우의 머릿속과 달리 그의 상사 정명석의 머릿속에는 점수판이 없다. 만일 그에게 우영우, 권민우, 최수연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는 회사에 맞는 좋은 동료를 고르려 할 것이고 언제든지 동료와 경쟁해 이겨낼 준비가 되어 있는 권민우는 그야말로 권고사직 권민우가 될 것이다. 우리 학교는 미래의 권민우들에게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인사평가판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과 타인을 수치화된 가치로 매기는 것을 끊임없이 훈련시킨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 어느덧 경쟁에 익숙해지고 어느덧 혼자 이기는 법을 터득하거나 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을 배운다. 때로는 본인의 동료에게 불이익을 주는 법을 배운다. 학생에게는 동료가 없다. 경쟁자만 있을 뿐. 이렇게 권민우는 학교에서 늘 경쟁자들만 존재하는 사회를 배웠다.

정명석의 대사 "의견이 안 맞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얘기하면 풀고 해결을 해야죠! 매사에 잘잘못 가려서 상주고 벌주고, 난 그렇게 일 안합니다." 이 대사 속 그에게는 경쟁자는 없고 동료만 존재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확인해보자.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명석 같은 사람인가 권민우 같은 사람인가. 우리 교육이 만들고 있는 건 정명석인가 권민우인가. 우리 교육이 만들고 있는 건 동료인가 경쟁자인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