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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생수가 잔뜩 진열되어 있는 평범한 마트의 풍경이다.
 플라스틱 생수가 잔뜩 진열되어 있는 평범한 마트의 풍경이다.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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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플라스틱 생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생수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사뭇 예전과는 달라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제 플라스틱 생수의 편리함보다는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불편함을 선택한다. 큰 행사나 식당에서 무료로 증정하는 '공짜 생수'보다는 외출 시 편리하게 텀블러에 물을 리필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요구한다. 플라스틱 생수를 친환경 이미지로 홍보하며 소비를 유도하는 기업의 그린워싱에 넘어가기보다는, 덜 소비함으로써 더 존재하는 삶을 추구한다. 기후위기 시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는 '플라스틱 생수를 거부할 권리'를 정부와 기업에 요구한다.

여성환경연대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총 2년에 걸쳐 실시했던 플라스틱 생수 모니터링에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생수에 대한 수다를 나눴다(관련 기사: '친환경 아니었어요?'... 무라벨 생수의 함정 http://omn.kr/1zmns). 기후위기와 쓰레기 문제에 관심이 많은 20살 순무, 지역에서 환경소모임을 이끄는 40대 현숙, 불편한 용기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지역 행동가 나슬, 제로웨이스트에 빠져있는 30대 비혼 여성 숨비, 4명의 여성이 모여 플라스틱 생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터뷰 참여자인 순무, 현숙, 나슬, 숨비는 물 마시는 매일의 일상과 싸우며 플라스틱 생수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이다. 평범하지만 플라스틱 문제에 조금 더 예민한 사람들이  '생수 권하는 사회'에 살면서 느끼는 고민과 변화를 위한 제안을 들어보자.

- 플라스틱 생수 모니터링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신 점이 있었나요?

나슬: 생수 회사들 자체도 무라벨 생수를 많이 만들고 있는데, 요새 편의점에서도 PB 생수 상품을 많이 만들었더라고요.

숨비: 환경부가 생수 기업들 대상으로 무라벨 생수 확대하라는 무라벨 협약을 맺었잖아요. 플라스틱 생수 판매량의 70%를 담당하는 주요 10개 기업 대상으로 협약을 맺었는데, 거기에 PB를 판매하는 곳은 다 빠져 있더라고요. 플라스틱 이슈에 있어 중요한 타겟층을 놓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슬: 저는 강남, 수원, 화성 세 군데 지역을 다녀봤는데요. 강남은 진짜 작은 편의점이라도 무라벨이 항상 있더라고요. 없는 데가 없었어요. 근데 수원하고 화성은 하나도 없는 곳이 한두 군데 있더라고요. 큰 매장인데도. 그래서 환경 문제에 지역 편차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장에서도 소비가 있어야 그거를 들여놓잖아요. 찾는 사람이 없으니까 들여놓지 않는구나. 그래서 지역 사회에 많은 환경 활동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무: 온라인은 되게 여러 종류의 무라벨 생수가 있었는데, 오프라인에는 그 정도로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게 아쉬운 점이었던 것 같아요. 
 
편의점에 진열되어 있는 무라벨 생수의 모습
 편의점에 진열되어 있는 무라벨 생수의 모습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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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치 않는데도 플라스틱 생수를 받거나 구매해야 했던 불편했던 경험들이 있었나요?

순무: 바쁜 식당들 보면 가끔 생수병에 종이컵 꽂아서 주는 데가 있더라고요. 큰 행사할 때도 정수기 이용하라고 하지 않고 다 생수병을 주잖아요. 지금의 사회문화는 물을 사 먹는 게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사실 물 떠먹을 수 있는 데가 많은데, 깨끗한 물이 안 나오는 나라도 아니고. 물을 사 먹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인식과 문화가 생기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숨비: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시위할 때도 플라스틱 생수를 많이 나눠주시고 하거든요. 너무 좋은 뜻으로 이걸 하고 계시니까 플라스틱 생수 사용을 줄이는 게 좋지 않을까 말하는 게 너무 미안한 거예요.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얘기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플라스틱 생수를 소비하지 말자는 얘기를 하는 게 바쁜 사람들에게 업무 하중을 주는 느낌. 이런 걸 어떻게 잘 소통했으면 좋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나슬: 저는 불교 신자인데 절에는 행사가 좀 많아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까 이 사람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항상 떡과 생수를 주세요. 근데 생수를 한 개만 주는 것도 아니고 많이 가져가라 이런 식으로 너무 정으로 많이 주시니까. 근데 이게 정인데 거절할 수도 없고. 물탱크로 받아 먹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하는데 그 부분도 절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소관이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어요.

- 플라스틱 생수를 소비하는 문화,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나슬: 옛날에는 식당 가면 보리차를 끓여서 담아서 나오잖아요. 그것도 참 귀찮은 일 중의 하나인데 그냥 옛날에는 당연했던 것들이죠. 근데 이제 귀찮음에 밀려서 없어진 거잖아요. 현대의 사람들이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잊혀져 가는 것들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숨비: 한국만의 문화도 있는 것 같아요. 효율성과 빠름을 추구하는 그런 문화.
현숙: '물은 셀프' 슬로건이 좋은 것 같아요. 서비스 문화가 생기니까 서빙할 때 기본적으로 물을 서빙해야 하는 분위기가 되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서빙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노동력이 굉장히 큰 거예요. 생수를 테이블 위에다 쫙 깔아놓고 사용하는데, 그렇게 대량으로 식당에서 뿌려도 될 만큼 생수 가격이 저렴하기도 해요. 물도 서비스 차원으로 반드시 생수병을 제공해야 한다기보다는 물도 필요한 사람이 자기 주도적으로 물을 마실 수 있게 문화가 되면 좋지 않을까. 과도한 서비스가 생수를 소비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 같아요. 

순무: 그니까. 뭔가 안 주면 정 없어 보이는.

현숙: 과거에 모 시민단체에서 개최한 식물심기 행사가 있었어요. 생수를 다 나누어주더라고요. 텀블러에 개인 물병 정도는 챙겨오시라고 안내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생수를 나누어 줄 필요가 있을까요, 하고 정중히 말씀을 드렸어요. 그분들도 몹시 공감하지만 다른 시민들의 시선이 두렵대요. 자원봉사하고 땀 나는데 물도 한 병 안 주냐 이런 컴플레인이 가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뭔가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구요. 사전에 물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인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소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라는 것들을 사전에 안내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시민들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생수 모니터링을 진행중인 시민들의 모습
 생수 모니터링을 진행중인 시민들의 모습
ⓒ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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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필스테이션이 어디에 생기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 것 같으신가요?

현숙: 최근 서울에 갈 일이 있었는데 텀블러에 물이 동나서 1층에 있는 여행자센터를 들렀어요. 정수기에서 물을 받으려고 갔는데 3층에 있는 푸드 코트에 가면 정수기가 있다는 거예요. 3층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서 플랫폼까지 가기에는 너무 기차시간이 촉박했어요. 공공의 역할을 하는 곳에서 물 한 잔 받아먹을 수 없다는 게 납득이 안 됐었어요. 주민센터, 여행자 센터 같은 공공기관에서 정수기에 물을 받아서 먹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가게에 가면 물을 받아먹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가게에 가서 음식도 안 먹는데 물 마시고 이런 게 웃기잖아요. 

순무: 공공장소에 있는 정수기를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게 코로나 이후에 더 조심스러워진 것 같아서, 그걸 다시 이제 사용해도 된다는 문화가 생기면 좋을 것 같고, 공공기관 정수기는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는 인식이 생겨야 하는 것 같아요.

- 공공음수대가 제도적으로 잘 정착이 된다면 사용할 것 같으신가요?

현숙: 공원에 아리수 음수대가 있는 걸 저도 서울에 살 때는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지방에 와보니까 음수대가 거의 없어요. 음수대로 음수를 먹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나슬: 저는 사실 공원의 음수대를 정말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요. 얼마 전 공원에서 운동하러 갔는데 음수대에서 물을 받아 마시려고 했어요. 근데 거기서 막 비둘기들이 놀고 있는 거예요. 참고 보면 새들도 너무 더운데 물 먹을 공간이 없잖아요. 하지만 쟤네랑 공유하려면 나는 손은 씻어도 음수까지는 하지 못하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저도 좀 고민이긴 했어요.

숨비: 그래서 저는 모니터링 인력을 배치해서 돈을 투자해서 음수대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원래 물은 소유물이 아니라 당연히 삶의 기본권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공공의 물인 수돗물이 정말 잘 정착이 돼야 되고, 그거를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 것 같아요. 플라스틱 생수를 소비하면서 경제적인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저소득층에게도 결국 궁극적으로 도움이 될 거고. 

- 소비자로서 플라스틱 생수 기업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나.

현숙:  기왕 무라벨로 진입했으면 무라벨 상품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라벨이 없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생산 라인도 생긴 거잖아요. 

순무: 잘 버려지고 잘 재활용되게끔 하는 책임을 생수 기업이 지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이제 한국도 투명페트병 나눠서 버리잖아요. 근데 아직 잘 안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수거하는 업체가 똑같거나 페트병만 다루는 수거 업체가 없다 보니까, 결국 다 그냥 섞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역회수를 한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잘 되는 것 같지는 않고 본 적은 없어서요. 차라리 플라스틱 생수 기업이 재활용 업체에 많이 투자한다든지, 분리배출 수거 잘 되는 시스템을 좀 만드는 데 협력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숨비: 하나의 제품을 만들 때 그게 일회용으로 버려지는 게 아니라 다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플라스틱 생수에도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서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병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들이요. 아직까지 플라스틱 페트병을 버렸을 때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재활용이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플라스틱 생수병을 페트병으로 바로 재활용할 수 있는 B2B 체계가 마련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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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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