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방영된 tvN '백패커'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tvN '백패커'의 한 장면. ⓒ CJ ENM

 
tvN <백패커>가 또 한번 대용량 조리의 진수를 선보였다. 28일 방영된 <백패커>에선 예비 소방관들을 격려하면서 시원한 여름 음식을 대접했다. 한 주 전 평택 미군 기지에서 역대 최다 인원인 400인분 식사 만들기에 성공했던 백종원과 출장 조리단(딘딘, 안보현, 오대환)에게 제작진은 늘 그러했듯이 다음번 도전 과제를 제시했다. 

​학생 250명, 천안이라는 힌트에 멤버들은 지역 특성상 여러 대학교를 먼저 생각해봤지만 인터넷 검색과 "누구보다 뜨거운 우리 학생"이라는 힌트 속 문장으로 목적지를 알아냈다. 이번에 <백패커>가 찾아갈 곳은 천안에 위치한 중앙소방학교 소방종합훈련단이었다. 이제 2주 후면 전국 각지의 소방서로 배치될 교육생들에게 시원한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은 교관의 의뢰에 제작진은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20대 젊은이부터 30대 후반의 늦깎이 교육생 등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이곳의 예비 소방관들은 업무 특성상 불과 사투를 벌여야 할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그들을 위해 백종원은 여러 의견을 수용해 요즘처럼 더운 여름에 제격인 메밀국수를 중심으로 바싹 불고기, 야채 튀김을 이날의 메뉴로 선정했다.  하지만 매회 그러했듯이 조리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리 있겠는가? 이번 <백패커>는 힘쓰는 멤버들의 전완근(?)에 운명이 걸려 있었다.

여름철 별미 메밀국수 만들기
 
 지난 27일 방영된 tvN '백패커'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tvN '백패커'의 한 장면. ⓒ CJ ENM

 
​교관의 안내로 주요 시설을 둘러 본 <백패커> 조리단은 순직 소방관들의 위패가 모셔진 충혼탑을 방문해 묵념을 하면서 경건한 마음가짐을 갖고 준비에 돌입한다. 기존 구내 식당의 식단을 함께 맛보면서 애로사항, 문제점 등도 취합하기에 이른다.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 문제로 외박, 외출에 제약이 많다보니 학생들은 늘 삼시세끼 이곳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보니 제한된 재료+대규모 인원의 입맛을 사로 잡는 데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미역냉국이 등장했지만 미지근한 상태로 식단에 올라오다보니 이들 또한 아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교육생들과 잠시 만나 어떤 식사를 원하는지 물어본 결과 그들 역시 냉모밀, 냉면 등 시원한 요리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일반적인 식당과 다르게 <백패커>는 기본적으로 백 명 단위 이상의 요리를 준비해야 한다. 문제는 메밀국수의 시원함을 담당해줄 육수 만들기였다. 250인분을 만들어 놓고 제한 시간 이내 시원하게 온도를 낮추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묘수를 낸 것이 진한 원액에 얼음을 부어 시원하게 희석하고 그 위에 다시 갈아 넣은 빙수로 차갑게 만들고자 했다.

큰 웃음 선사한 '설탕 폭포'의 귀환
 
 지난 27일 방영된 tvN '백패커'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tvN '백패커'의 한 장면. ⓒ CJ ENM

 
여기에 필요한 기본 재료인 설탕 대형포대를 본 백종원은 "내가 설탕 들이 붓는 거 보여줄게"라며 촬영팀에게 언질을 보낸다. 잠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가 있었던 것이다. 바로 7년 전(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당시 백종원의 별명이 '슈가보이'였다는 것을 말이다. 이에 제작진은 "느슨해진 예능계에 긴장감을 가져온", "당당하게 돌아온 2022 설탕 폭포" 등 재치 넘치는 자막을 쉴새 없이 담으면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밖에 간장 같은 재료 역시 한두 스푼이 아닌  몇 리터 짜리 대형 통을 들이 붓다시피하면서 장관을 이뤘다. 대용량 조리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장면에 힘입어 <백패커>는 예능 본연의 목적을 십분 발휘하기 시작했다. 큰 산 하나를 넘기긴 했지만 또 다른 난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얼음은 대체 어떻게 갈아 넣어야 하는 걸까?

이날 현장에 비치된 빙수기는 말 그대로 수동식. 팔 힘으로 회전시켜 얼음을 갈아 넣어야 한다. 국수 한 그릇에 필요한 얼음을 시험삼아 갈아본 결과 27바퀴가 필요했다. 250인분에는 6750회나 손으로 회전시켜 한다는 것이었다. 전직 복서 출신인 안보현, 힘에는 누구 못잖은 오대환이 전완근을 혹사(?)시키면서 빙수 제조에 돌입했다. 

예비 소방관들을 위한 응원의 박수
 
 지난 27일 방영된 tvN '백패커'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tvN '백패커'의 한 장면. ⓒ CJ ENM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식사 마련은 역시 성공적이었다. 맛 하나 만큼은 실망 시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백패커>로선 이번 미션 역시 무사히 끝마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나 배식 과정에서 발생했다. 맛이 좋아 불고기를 많이 식판에 담아가다보니 물량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그대로 두고 볼 백종원은 아니었다. 냉동창고에 보관 중인 오징어를 활용해 '오징어 불고기'로 긴급 메뉴 변경에 돌입했다. 임기응변의 달인 답게 급하게 준비한 비상용 요리였지만 이 역시 교육생들의 사로 잡으면서 모처럼 입맛 채워준 한 끼 식사를 맛볼 수 있게 했다. 

​"위험한 현장에서도 겁먹지 않고 당연히 들어갈 수 있는 소방관이고 싶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백패커>에선 예상치 못했던 장면에서 뭉클함을 선사했다. 모든 촬영이 끝난 후 단체 기념 사진을 찍게 된 <백패커> 멤버들에게 교관 및 교육생들은 "안전"이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거수 경례를 했다. 이에 백종원을 비롯한 출장 조리단은 90도 고개 숙여 답례 인사를 보냈다.  

교육생들의 각오를 육성과 자막으로 함께 소개하면서 '가장 존경 받는 직업'이자 '가장 어려운 직업'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소방관의 길에 들어선 그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국군 장병의 노고에 요리로 작은 감사 인사를 표했던 것처럼 이번 방영분에서 불과의 전쟁을 벌여야 할 예비 소방관들을 위해 응원의 박수를 보낸 것이다. 매회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담아낸 <백패커>만의 미덕이 이번에도 신기한 마법을 발휘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백패커 백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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