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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옛날에는 액자의 네 귀퉁이에 삼각형 모양이나 하트 무늬의 장식품을 달았다. 나비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석주명은 1947년 <조선나비 이름 유래기>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부전이란 말은 사진틀 같은 것을 걸 때에 아래에 끼우는 작은 방석의 역할을 하는 삼각형의 색채 있는 장식물이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몇 종의 부전나비에 대해 알아보자. 작은 녀석은 10원 짜리 동전만 하고 큰 놈은 500원 주화 정도의 크기다. 금속성 느낌이 물씬 풍기는 종에서부터 육식을 하는 개체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전 세계적으로는 7천여 종이 기록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약 80종이 산다. 

육식을 하는 나비, 바둑돌부전나비 

수년 전만 하더라도 충청 이남의 제한된 장소에서만 서식하던 바둑돌부전나비는 최근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함께 조릿대의 식재로 인한 결과로 보인다. 5원 짜리 동전만 한 크기이며 하얀 바탕의 날개에 검은점이 여러개 박혀 있어 바둑돌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북한에서는 바둑무늬숫돌나비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나비 중 유일하게 육식을 한다.
▲ 바둑돌부전나비. 우리나라 나비 중 유일하게 육식을 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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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돌부전나비 애벌레는 조릿대를 가해하는 일본납작진딧물을 잡아 먹고 살며 성충이 되어서는 진딧물의 사체에서 체액을 빨아먹는다. 우리나라 나비 약 300종 가운데에서 고기맛을 아는 유일한 종이다. 세계적으로도 육식을 하는 나비는 얼마 없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산다.

일본납작진딧물이 창궐하면 대나무(조릿대, 이대, 신이대)가 노랗게 말라 죽는다. 하얀 밀납 성분의 끈적끈적한 물질을 붙여놓아 그을음병이 생기기 때문이다. 바둑돌부전나비 애벌레는 흰색 몸매에 털이 수북하여 진딧물과 구별이 어렵게 위장하여 천적의 눈길을 피한다. 종령으로 자라나면서 식욕이 왕성해지므로 천연의 살충제 역할을 한다. 

새 대가리를 흉내낸 꼬리의 검은점

여러 종의 나비에서 날개 끝이 길게 삐져나온 꼬리(미상돌기)를 볼 수 있는데, 눈에 띄는 붉은색과 검은점이 어우러져 조류의 눈과 부리처럼 보이게 만든다. 새와 같은 천적이 날개 끝을 머리로 착각하게 만들어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상돌기 부분이 상처를 입어도 몸통만 괜찮다면 명이 다하는 날까지 살 수 있다. 

감귤과 같은 주황색 몸매가 시선을 잡아끄는 귤빛부전나비류는 오뉴월 참나무 숲에서 볼 수 있다. 애벌레가 참나무 잎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날개편 길이가 40mm 내외의 귤빛부전나비는 5월에서 7월 사이에 한 차례 발생하며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초록색 풀잎 위에 앉아 있으면 보색 대비가 도드라져보인다. 
 
검은 줄무늬가 시가지를 연상시킨다하여 붙여진 이름.
▲ 시가도귤빛부전나비. 검은 줄무늬가 시가지를 연상시킨다하여 붙여진 이름.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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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도귤빛부전나비는 날개 아랫면에 배열된 검은 줄무늬가 마치 시가지를 보는듯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 충청도 일부의 참나무숲에 분포한다. 낮에는 수풀 위에서 쉬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다가설 수 있으며 늦은 오후에 활발히 날아다닌다. 나비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6월에서 7월 사이에만 볼 수 있다. 애벌레가 참나무 잎을 먹고 산다.

크기는 약 20mm 내외이며 날개 끝을 보면 원형의 주홍색 바탕에 검은점이 박힌 미상돌기가 나있어 머리처럼 보인다. 아울러 나뭇잎 위에 앉아 있을 때는 날개를 위아래로 엇갈리게 움직이므로 영락없이 부리로 먹이를 쪼아먹고 있는 새 처럼 위장한다. 실제로 자연에서는 꼬리 부분에 상처가 난 개체를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 까지의 짧은 시기에만 볼 수 있는 금강산귤빛부전나비와 붉은띠귤빛부전나비는 졸참나무에 더해 물푸레나무과 식물을 먹고 산다. 전자는 노랑색 바탕에 미상돌기가 있지만 후자는 귤빛 몸매에 긴꼬리가 없는 것이 차이점이다. 두 종 모두 중부지방과 북한에 서식하며 고동털개미(일본풀개미)와 기생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잡초 중 하나인 소리쟁이를 먹고 산다.
▲ 작은주홍부전나비. 잡초 중 하나인 소리쟁이를 먹고 산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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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길이가 15mm 내외인 작은주홍부전나비는 4월 ~ 10월까지 논과 밭 주변의 초지와 개천물이 흐르는 풀밭에서 볼 수 있다. 전국의 들판이나 논두렁, 밭두렁에 흔히 피어서 사람들이 잡초로 여기는 소리쟁이가 먹이식물이기 때문이다. 애벌레는 잎 뒷면에 숨어서 천적을 피하며 소리쟁이에 구멍을 내면서 베어 먹는다.

큰주홍부전나비는 5월에서 10월까지 경기도와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요즘에는 한강 유역의 들판에서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는데, 인간만을 위한 강변으로 주변을 정비하면서 먹이식물인 소리쟁이가 잘 자라기 때문이다. 성충은 초지에서 활동하며 개망초와 민들레, 미나리, 여뀌 등에서 흡밀한다. 부전나비류 중에서는 대형에 속하여 크기가 40mm에 이른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전나비, #바둑돌부전나비, #시가도귤빛부전나비, #작은주홍부전나비, #금강산귤빛부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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