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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가온길 답사에 나선 천안서여중 학생들. 한글학회 옆 <한글가온길> 새김돌 앞에서 해설하는 김슬옹 기자.
▲ 한글가온길 답사에 나선 천안서여중 학생들 한글가온길 답사에 나선 천안서여중 학생들. 한글학회 옆 <한글가온길> 새김돌 앞에서 해설하는 김슬옹 기자.
ⓒ 권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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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가온길을 걸으면서 강의를 들으니 강의실에 가만히 앉아서 듣는 것보다 훨씬 지루하지 않고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 신주영(천안서여중 3학년)"

지난 21일 기자가 직접 진행한 60회 한글가온길 답사에 참여한 천안서여중 학생이 보내온 문자 내용이다. 한글가온길은 서울시가 2013년에 조성한 한글 역사 둘레길이다. 경복궁과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옆길, 한글학회 주변 길을 아우르는 길로 한글이 역사의 중심이 되어 온 길이라는 의미에서 '가운데'의 옛말 '가온'를 활용해 지은 이름이다.

천안서여중에서 한글 체험 활동을 신청한 1, 2, 3학년 24명의 학생들은 권순부 교사 등 세 명의 교사 안내로 먼저 한글학회를 방문했다.
  
김한빛나리 한글학회 사무국장은 한글학회, 곧 조선어학회가 일제강점기 때 어떻게 말과 글을 지키는 문화 독립운동을 해 왔는지를 33인 사진 앞에서 설명했다. 학생들은 말모이 영화(엄유나 감독)에 나온 조선어학회 사전 원고인, 한글학회 소장 진본 원고와 낱말 카드를 직접 보고 한글학회 방문을 자랑스러워했다.
  
한글학회 조선어학회 33인 사진 앞에서 설명하는 김한빛나리 한글학회 사무국장과 귀 쫑긋 경청하고 있는 천안서여중 학생들   @김슬옹
▲ 한글학회 조선어학회 33인 사진 앞에서 설명하는 김한빛나리 한글학회 사무국장과 귀 쫑긋 경 한글학회 조선어학회 33인 사진 앞에서 설명하는 김한빛나리 한글학회 사무국장과 귀 쫑긋 경청하고 있는 천안서여중 학생들 @김슬옹
ⓒ 김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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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사전(말모이) 원고가 1942년에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제 경찰한테 모두 빼앗겼는데 그 원고가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8일에 서울역 운송부 창고에서 발견되어 첫 1권이 1947년 한글날에 나오게 되었다는 사연을 듣고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흥미로워했다.

도지윤(1학년) 학생은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뭐가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방문했지만, 방문 후에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기자가 한글가온길을 해설한 <역사가 숨어 있는 한글가온길 한바퀴>(해와나무)를 모두 읽고 온 터라 더욱 집중했고 각자 이름에 의미를 부여한 저자 서명을 받고 더욱 보람 있어 했다.
  
한글가온길에는 18개의 한글조각품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학생들은 한글학회 건물 꼭대기에 있는 기기묘묘하게 4차원으로 조각한 <나는 한글이다>라는 서울여대 한재준 교수 작품을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멋있다'라고 생각했는데, 1차원의 글자(문자)가 한자 같은 뜻글자, 2차원의 글자가 일본 가나 문자와 같은 음절 글자, 3차원의 글자가 로마자 알파벳과 같은 자모문자이고 한글은 4차원의 문자로 소리 특성이 문자에 반영된 소리꼴 문자라는 설명을 듣고는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홍세라(천안서여중 3학년) 학생은 <나는 한글이다>라는 한글 조각이 가장 기억이 남았다고 하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에 처음에 보면 '왜 저렇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설명을 들어보니 평면적으로 '나는 한글이다'라고 쓰여 있는 것이 아니라 4차원적인 한글의 특징을 잘 살려서 한글 조각상을 만들었다는 것에 놀라웠다. 이처럼 한글가온길 활동을 하면서 내가 몰랐던 한글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 수 있게 되었고 마냥 앉아서 수업을 듣는 강의보다는 이렇게 직접 답사를 하며 몸으로 겪어 보는 가온길 활동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주시경 마당, 주시경 동상 앞에서 기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주시경 마당, 주시경 동상 앞에서 기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 권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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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 선생이 살던 집터와 근처의 주시경 마당에서는 주시경 선생과 헐버트 선생의 업적을 듣고는 한글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주시경 선생이 1907년에 한글학회 뿌리인 '국어연구학회'를 처음 세우고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리라"라는 말을 경술국치 직전에 남기고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 우리말글 연구와 운동, 우리말 교육을 헌신적으로 하시다가 39살 때인 1914년에 요절하셨다는 얘기를 듣고는 모두들 숙연해졌다.

이러한 주시경 선생을 옆에서 도와주었던 헐버트 선생이 우리나라 최초 한글전용 인문지리 책을 만들었다는 사실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헐버트는 한국 나이 24살에 한국에 와 평생 한국의 언어와 문화, 역사연구와 더불어 한국의 독립운동까지 함께한 사실에 모두들 손뼉을 아끼지 않았다.

류지나(천안서여중 3학년) 학생은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같다면 그냥 지나치고 가거나 '이건 뭐지' 하고 지나갔을 텐데 김슬옹 박사님과 가게 되어 주시경, 호머 헐버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와 한글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한글에 자부심이 생겼다"라고 했다.

홍은채(천안서여중 2학년) 학생은 "그냥 막연히 '한글, 좋은 거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한글과 더 가까워진 것 같다. 말로만 듣던 한글가온길을 직접 답사하며 가온길에 숨어들어있는 여러 뜻을 알 수 있어서 의미 깊은 시간이었다. 한글의 발전에 기여한 많은 인물을 알아보며 저 또한 한글을 소중히 여기고 지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라고 한글 홍보대사다운 말을 남겼다.
 
한글이 창제, 반포된 경복궁 안에서 한글가꿈이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천안서여중 학생들.
 한글이 창제, 반포된 경복궁 안에서 한글가꿈이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천안서여중 학생들.
ⓒ 권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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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창제 반포한 경복궁에서 행사를 마무리할 때쯤에는 모두를 한류 시대에 한글을 더욱 빛내는 한글 가꿈이가 되겠다는 다짐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권순부 천안서여중 국어교사는 "평소 바르고 고운 우리말과 한글에 대해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해 충청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에서 운영하는 올바른 한글사용 이끎학교에 선정되어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한글을 알리는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글 지킴이 학생들과 떠난 한글학회와 한글가온길 답사는 아이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한글은 무조건 사랑해야 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의 말보다 한글을 지키기 위해 애쓴 이들의 흔적을 직접 돌아봄으로써 아이들은 무엇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답사를 통해 아이들 마음에 한글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이 오롯이 새겨졌으리라 믿는다"라고 감사의 말을 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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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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