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단취수장 앞 낙동강에서 만난 2022년산 녹조라떼.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단취수장 앞 낙동강에서 만난 2022년산 녹조라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26일 한 방송국·신문사 기자들과 낙동강 실태조사 차원의 동행 취재에 나섰다. 첫 일정은 낙동강 성주대교였다. 오전 10시 30분 성주대교 다리 아래에 녹조가 피어 있었다. 조류 알갱이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것이 눈으로도 보였다. 최근 간간이 내린 비로 지난 7월 초 목격한 '녹조 곤죽'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강 가장자리에는 녹조 띠가 아직 선명했다. 

일행은 배를 타고 강정고령보 쪽으로 내려갔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강은 잔잔했다. 배를 세워서 보니, 조류 알갱이들이 수면을 온통 뒤덮고 있는 것이 보였다. 조류들이 이제 막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녹조는 밤에는 가라앉아 있다가 햇볕이 나고 수온이 오르면 강물 표면으로 부상한다. 주변은 온통 부상한 녹조 알갱이들이 가득했고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저 멀리 갈매기 한 마리가 보인다. 강에서 갈매기라니... 그럴 정도로 강은 바다처럼 깊어졌고 그에 따라 날아오는 새들도 바뀌었다. 특히 많이 늘어난 것이 민물가무우지다. 4대강사업 전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이 새가 4대강사업 후 차츰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4대강사업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민물가무우지'
 
4대강사업으로 수장당해 고사목이 된 버드나무군락 위에 민물가마우지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다. 4대강사업 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녀석들이다.
 4대강사업으로 수장당해 고사목이 된 버드나무군락 위에 민물가마우지들이 무리지어 앉아 있다. 4대강사업 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녀석들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전국 하천에선 이제 이 녀석들이 우점종(가장 많은 개체수가 있는 종)이 되었다. 천적이 없는 녀석들도 황소개구리처럼 분명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4대강사업으로 수장돼 고사목이 된 버드나무군락 위에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있다. 수면 위로 삐죽이 솟아오른 마른 나뭇가지와 낯선 검은 생명이 저승사자를 상기시킨다. 

점점 하류로 이동한 배가 고령취수장 인근에 다가가자, 저 멀리 큰 배 두 척이 바다 같은 넓은 강 위에 떠있는 것이 보인다.
 
수자원공사의 조류제거선이 열심히 조류를 제거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조류제거선이 열심히 조류를 제거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조류제거선이었다. 조류제거선 두 척이 열심히 강을 휘젓고 있었다. "녹조가 극심하니 조류제거선도 투입을 하는구나. 녹조가 심하긴 심한 모양이다." 혼잣말로 중얼거리게 된다. 저 조류제거선이 조류를 모두 걷어낸 때문인지 낮 시간 쯤이면 보여야 할 녹조 띠가 보이질 않는다.

녹조라떼가 수돗물 취수장으로  

수자원공사의 배를 뒤로 하고 우리 배는 이내 대구시민 16%가 마시는 수돗물의 원수를 취수하는 문산취수장 앞에 이르렀다. 문산취수장 취수구 바로 앞 오탁방지막 부근에 배를 세웠다. 그런데 그 주변이 온통 녹색이다.

4대강사업 후 여러 곳에서 출몰하는 수생식물 마름이 자라 있는 그곳에 녹조가 진하게 피어있었다. 완전 녹조라떼였다. 이 녹조라떼가 저 취수구 안으로 빨려들어가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의 원료가 된다고 생각하니 섬뜩했다. 녹조엔 치명적인 독이 들어 있는데, 과연 취수장에선 녹조 독이 완벽하게 걸러질까? 
  
대구시민 16%가 마시는 수돗물의 원료인 원수를 취수하는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에 녹조가 심하게 폈다. 녹조라떼다. 녹조라떼가 대구 수돗물의 원료다.
 대구시민 16%가 마시는 수돗물의 원료인 원수를 취수하는 문산취수장 취수구 앞에 녹조가 심하게 폈다. 녹조라떼다. 녹조라떼가 대구 수돗물의 원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2016년 창원의 한 아파트 수돗물에선 미국 음용수 기준을 넘어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었다. 대구 수돗물도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이런 녹조라떼로 수돗물을 만든다고 하니, 의심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문산취수장을 떠난 배는 어부가 조업하는 현장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했다. 작은 야산의 절벽 앞으로 배는 나아간다. 산 그림자 때문인지 강이 완전 녹색이다. 녹색강 위에 배가 정박했다. 그리고는 지지난밤에 쳐두었다는 대형 통발을 걷어올렸다.

어부의 한탄... 온통 죽은 물고기가 잡히는 낙동강 

올라온 그물 통발에는 물고기가 몇 마리 들어 있었다. 그런데 움직임이 없다. 색도 누렇다. 죽은 물고기들이다. 꺼내놓고 보니 배스 두 마리에 불루길 한 마리, 누치 세 마리 등 총 여섯 마리의 물고기가 죽은 채 올라왔다. 펄쩍펄쩍 뛰어야 할 물고기가 죽은 채로 올라온 것이다. 
 
통발 하나에 잡힌 물고기들. 그러나 다 죽었다. 왜 물고기가 죽어나는지 설명을 하고 있는 어부
 통발 하나에 잡힌 물고기들. 그러나 다 죽었다. 왜 물고기가 죽어나는지 설명을 하고 있는 어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 일대에서 조업하는 어부 박상아(63)씨는 처음이 아닌 듯 담담히 이야기한다.

"물고기가 도대체 왜 죽어 올라오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녹조가 심하니까 이 영향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 이야길 들으니 강바닥엔 용존산소인가 뭔가가 없다 하더라. 그래서 물고기들이 결국은 산소부족으로 죽는 것 같다. 4대강사업 전엔 이런 일도 없었고, 저런 외래종 물고기들도 올라오지 않았다.

배스나 블루길 같은 외래종 물고기는 우리 토종 어류의 치어와 알을 다 잡아먹는 유해종으로, 판로도 없다. 내다버려야 하는 물고기다. 정부에서 이놈들을 수매라도 해주면 다 잡아낼 텐데 수매를 안 해주니 강도 죽고 우리고 죽고 모두 죽을 지경이다."


30년 간 조업을 해왔다는 어부는 어부 일을 해서 자식들 다 키우고 했는데, 4대강사업 후에는 이 일로만 살 수가 없어서 '쓰리 잡'을 뛰고 있다 했다. 다른 어부들도 마찬가지라 했다. 4대강사업으로 물고기가 극감했고 잡히는 물고기들도 소위 돈 안 되는 배스나 블루길 같은 녀석들이니 이 일로만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장어, 쏘가리, 메기, 빠가사리, 잉어, 붕어 이런 돈 되는 물고기들 엄청 잡혔다. 그런데 요즘은 씨가 말라버렸다. 일주일 조업해봐야 겨우 몇 마리 만난다. 이래가지고는 살 수가 없다. 4대강사업은 어부들에겐 정말 치명적이다. 이명박이 밉다. 하루빨리 옛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통발 세 개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들. 대부분 죽었다. 불루길 한 마리만 살아있다. 대부분 배스와 블루길 같은 외래종이다.
 통발 세 개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들. 대부분 죽었다. 불루길 한 마리만 살아있다. 대부분 배스와 블루길 같은 외래종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어부의 탄식은 길게 이어졌다. 보로 막혀 강이 흐르지 않고 깊어졌으니 생태계도 급변한 것이다. 환경이 완전히 뒤바뀌었으니 물고기들도 그런 환경에서 살 수 있는 녀석들만 남고 나머지는 죽거나 사라져버린 것이다. 생태계로선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강은 호수와 달리 흐르면서 여울과 소의 연속으로 구성돼 있다. 강물은 빠른 여울을 지나면서 많은 산소를 머금으니 물고기들도 물 속에서 산소를 공급받아 살 수 있는 것인데, 여울이 없으니 용존산소가 녹아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 녹조라떼 낙동강 잉어들의 외침 .... "숨을 쉴 수 없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 정수근

관련영상보기

   
낙동강에서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미는 물고기를 흔히 만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질 측정을 해봐도, 강바닥엔 용존산소가 거의 없다. 그러니 깊은 물에 놓인 그물 통발에 걸려들어가면 결국 산소 부족으로 숨막혀 죽게 되는 것이다. 물에서 물고기가 산소부족으로 죽는다니, 이것은 4대강사업의 비극이자 저주다. 

녹조 곤죽의 낙동강... 조류대발생 올까 두렵다

다시 성주대교로 와서 어부와는 작별을 고하고, 우리는 고령교를 지나고 달성보를 거쳐 도동서원 앞 낙동강에 닿았다. 대표적 녹조 우심지역인 이곳 나루터엔 역시 녹조띠가 선명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강 가장자리 쪽뿐 아니라 주변 곳곳에서 녹조 띠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녹조 반 강물 반이다. 녹조 우심지역이란 말은 그만큼 이곳이 유속이 느린 곳이란 이야기다. 녹조는 유속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런 현장에서 잘 알게 된다.

계속해서 강을 따라 내려갔다. 구지 국가산업단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국가산단취수장 앞 낙동강에 이르렀다. 강과 좀 떨어진 자리인데 비릿하고 역한 녹조 냄새가 올라온다. 녹조가 얼마나 심하면 이곳까지 냄새가 올라오나? 하고 가보니 역시 녹조가 매우 심했다.
 
녹조 곤죽의 낙동강.
 녹조 곤죽의 낙동강.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가까이 가보니 녹조 곤죽이다. 가장자리만이 아니라 강 전체가 녹조 곤죽이다. 거대한 녹조 배양소를 보고 있는 듯했다. 이렇게 심한 녹조는 2018년 여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이쯤 되면 조류대발생이라 봐야 한다. 여기서 바로 채수를 해서 남조류 수를 세어보면 100만셀은 충분히 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표면의 물만이 아니라 중간과 아래쪽 물까지 채수한 뒤 섞은 물을 가지고 조류 측정을 하니 수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어찌 됐든 이 정도면 조류대발생이 발령될 만하다. 그런데 환경부는 항상 매주 월요일에 채수를 해서 수요일 분석결과를 내기 때문에 화요일은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길이 없다. 현행 조류경보제의 맹점이다. 월요일의 상태가 일주일의 상태를 대변하게 되는 셈인 것이다. 

강을 따라 더 내려갔다. 달성군 구지면 일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대암양수장을 찾았다. 대암양수장은 작은 야산의 절벽 같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저 멀리 강이 보이는 온통 녹색이다. 녹조가 심하게 발생한 것이다. 양수장 취수구 쪽으로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선명한 녹조 띠가 보인다. 녹조 띠가 아니라 녹조 곤죽이다.

저 녹조 곤죽이 섞인 물이 수로를 타고 인근 논으로 밭으로 들어간다. 이른바 녹조 물로 농작물이 자라게 되는 것이다. 낙동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서 녹조 독이 검출되는 매커니즘을 바로 이곳 대암양수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농작물로 흘러가는 녹조 물 
 
달성군 구지면 대암리 대암양수장의 취수구 주변에 온통 녹조 곤죽이다. 저 녹조 곤죽이 취수구를 통해 빨려들어가 인근 논과 밭으로 공급된다. 농작물에서 녹조 독이 검출될 수밖에 없다.
 달성군 구지면 대암리 대암양수장의 취수구 주변에 온통 녹조 곤죽이다. 저 녹조 곤죽이 취수구를 통해 빨려들어가 인근 논과 밭으로 공급된다. 농작물에서 녹조 독이 검출될 수밖에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낙동강을 따라 적지 않은 논과 밭에 이 녹조 물이 공급될 것이다. 지난해 쌀과 무와 배추에서만 검출됐지만 그것은 다른 작물을 조사해보지 않아서였다. 따라서 조사를 해보면 다른 작물에서도 똑같이 녹조 독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다.

녹조 물이 공급되는 이유는 분명히 4대강 보 때문이다. 그러니 더 이상 녹조 물로 된 농업용수를 공급받지 않으려면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 이미 수문을 연 금강과 영산강에서는 녹조가 안 핀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조류대발생이 발령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국가재난사태 발생과 같다. 수돗물을 함부로 마시지 못하게 될 것이고, 한여름 샤워도 수돗물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조류독소가 수돗물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러한 데도 "4대강 보 활용률을 높이겠다"는 소리가 나올까? 4대강 보는 사라져야 할 구시대 유물이다.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 4대강에 구시대 유물이 들어선 것이며 아직도 버젓이 남아 있을 수 있는가?

조류대발생이란 국가재난사태가 발발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조류대발생이란 재앙과 같은 현실이 닥치기 전에 낙동강 보 수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를 수 있다. 자신의 가장 큰 지지기반인 영남에 국가재난사태가 발발하기 전에 윤석열 정부가 결단을 내리길 기대해본다.
 
 
우곡교 앞 낙동강에 핀 녹조. 강 전체가 완전 녹색이다. 심각하다. 이런 물로 농사를 지으면 그 농작물에서 당연히 녹조 독이 검출된다.
 우곡교 앞 낙동강에 핀 녹조. 강 전체가 완전 녹색이다. 심각하다. 이런 물로 농사를 지으면 그 농작물에서 당연히 녹조 독이 검출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다니면서 이 강의 잔혹사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낙동강은 영남의 식수원입니다. 식수원 낙동강에 녹조 곤죽이 웬말입니까? 하루빨리 낙동강을 흐르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영남의 식수원이 안전할 수 있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는 필수입니다.


댓글9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뚫리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지향하는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앞산을 꼭 지켜야 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낙동 대구'(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를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