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실수를 범할 수 있다. 깔끔하게 인정하고 제때 바로 잡기만 해도 큰 문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지 않고 넘어갔다면 일이 커질 수밖에 없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라이징 스타'로 등극했다가 한순간에 이미지가 추락한 윤이나(19·하이트진로)가 그런 상황이다.

대한골프협회(KGA)는 19일 오전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오구 플레이'(자신의 공이 아닌 다른 공으로 플레이를 한 것)를 뒤늦게 신고한 윤이나에 대해 3년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따라서 윤이나는 향후 3년간 협회가 주최하거나 주관하는 대회에 나설 수 없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골프 규칙에 위배되는 사실을 알고도 다음 날까지 출전하여 대회 질서를 문란케 한 점, 또 국가대표 출신으로 타의 모범이 돼야 함에도 규칙위반 사실을 숨기다 상당 기간 경과 후 자신 신고함으로써 골프의 근간인 신뢰를 훼손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점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올해 깜짝 스타로 등장한 윤이나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면서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올해 깜짝 스타로 등장한 윤이나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면서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 KLPGA

 
한 달 가까이 신고하지 않은 윤이나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달 중순이었다. 충청북도 음성에 위치한 레인보우힐스CC에서 열린 제 36회 DB그룹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윤이나는 대회 첫날이었던 6월 16일 1라운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15번홀에서 윤이나의 티샷이 러프에 빠졌고 원래 자신이 쳤던 공이 아닌 다른 공으로 플레이를 이어갔다.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15번홀을 마무리한 이후 16번홀 티샷에 돌입했다. '골프 규칙 6.3c'에 위배되는 장면이었다.

규칙대로라면 윤이나는 3분 안에 자신의 공을 찾지 못하면 페널티로 1벌타를 받은 이후 티샷을 다시 실시했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공이 자신이 친 게 맞는지 확인했어야 하는데 자신의 공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플레이를 재개했다.

2라운드서 컷 탈락이 확정된 윤이나는 자신의 잘못을 숨긴 채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지난 달 15일 윤이나가 갑자기 협회에 자진신고했다. 한국여자오픈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국여자오픈에서의 성적도 컷오프가 아닌 실격 처리로 정정됐다.

결국 지난 달 25일 자신의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윤이나는 "처음 겪는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순간 판단이 서지 않아 결국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플레이를 이어갔다. 선수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불공정한 플레이로 참가한 모든 선수의 마음에 상처를 입했다.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다"라고 밝혔다.

스타가 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윤이나

윤이나는 한국여자오픈 이후 상승 곡선을 그려나갔다. 지난 달 3일 맥콜·모나파크 오픈서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주 후에는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서 정상에 등극했다. 모처럼 KLPGA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신인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300야드가 넘는 비거리를 기록하면서 단숨에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인임에도 시원한 샷을 선보이면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윤이나가 플레이를 할 때면 주변에는 수많은 갤러리가 모여들었다.

국내 언론도 실력, 스타성을 겸비한 윤이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잘못을 대수롭게 여기지만 않았어도 올해 KLPGA 최고의 스타는 윤이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말았다.

지난 달 말 이후 대회 출전을 잠정 중단했던 윤이나는 19일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출석했다. 징계가 발표된 이후에는 "대한골프협회의 징계 처분과 관련해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내려진 처분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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