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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종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강원경찰청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철회를 촉구하며 릴레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박경종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강원경찰청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철회를 촉구하며 릴레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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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이든 글을 쓸 때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경찰'이라고 썼지만, 내 마음 속에서 경찰은 늘 '짭새'(경찰을 부르는 멸칭)였다. 경찰에 대한 이미지는 거리에 늘어선 '닭장차'와 청바지와 방독면 차림의 백골단이 전부였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수식어는 개나 주라며 놀려대던 시절이 있었다. 

태어나 자란 곳이 전남 여수와 순천이라 더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내게 경찰 혐오는 조상으로부터 전승된 DNA 같은 것이었다. 알다시피, 제주 4.3과 더불어 우리 현대사 최악의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기록된 여순사건은 일제에 부역한 경찰의 만행이 불쏘시개가 됐다.

친일 반민족행위라는 역사의 대과를 감춰야 했던 경찰은 이승만을 위시한 우익 세력에 결탁했고, 해방 후 극심한 좌·우익 갈등의 최대의 수혜자가 됐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때려잡던 실력으로 '빨갱이 사냥'에 혁혁한 공을 세우며 순식간에 애국자로 둔갑했다. 그렇게 대한민국 경찰의 흑역사가 시작됐다.

6.25 전쟁이라는 난리 통에도 이승만의 집권 연장을 위해 그들은 기꺼이 협력했다. 자신에 유리하도록 선거제도만을 고쳐 통과시킨 이른바 '발췌개헌'이 그것이다. 당시 이승만의 당선을 반대했던 국회의원들은 경찰의 폭력에 짓밟혔다. 경찰은 독재정권의 하수인으로서, 스스로 이승만과 공생 관계였음을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설명조차 민망한 한편의 코미디 '사사오입 개헌'과 4.19혁명을 지나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이르기까지 경찰이 깊숙이 개입된 악행은 끝없이 이어졌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에 대한 경찰의 공식 기자회견은 '압권'이었다. '책상을 턱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희대의 수사 발표문. 경찰청이 내무부 산하의 치안본부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당시는 경찰대학조차 '어용 대학'으로 손가락질 당했다. 1980년 광주 학살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에 의해 개교한 대학이라는 태생적 한계에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이 잇따라 낙인 효과는 컸다. 지금이야 학비가 없고 취직이 보장된다는 이유만으로 'SKY' 저리 가라 할 만큼 명문대 대접을 받고 있지만, 그땐 드러내놓고 으스대지 못했다.

'경찰국 신설'이 역사적 퇴행이라는 경찰들

그렇듯 오랫동안 바위처럼 굳어진 경찰을 향한 맹목적인 혐오를 이젠 거둬들여야겠다. 차마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났다고 호기롭게 말할 순 없지만 말이다. 

지난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 뉴스를 접하고서다. 경찰청장 후보자의 해산 지시에도 굴하지 않고 일선 경찰서의 최고위급인 총경들이 모여 행정안전부(아래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은 역사적 퇴행이라며 집단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상명하복의 경찰 조직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낯선 장면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6월 말 경찰국 신설 의지를 처음 피력한 이후 경찰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15일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찰국을 공식화시켰다. 현 정부가 민정수석과 치안 비서관 제도를 폐지한 것도 행안부를 통해 경찰을 지휘, 감독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내에 경찰 업무를 담당할 부서가 없다면, 경찰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행안부 경찰국(3과 총 16명 규모) 신설, 소속청(경찰청과 소방청)에 대한 소속청장 지휘규칙 제정, 경찰 인사개선 및 인프라 확충, 경찰제도발전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행안부 경찰국(3과 총 16명 규모) 신설, 소속청(경찰청과 소방청)에 대한 소속청장 지휘규칙 제정, 경찰 인사개선 및 인프라 확충, 경찰제도발전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이 담긴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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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의 해석은 전혀 상반된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은 권력의 경찰 길들이기로 과거 군사독재정권으로의 회귀이자 민주주의에 반하는 행위라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결코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명토 박았다. 경찰의 임무는 어느 정치세력 아래서도 영향권 밖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즉각적인 강경 대응에 나섰다. 모임을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을 곧장 대기발령 조치하고,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당장 회의에 참석한 56명의 총경급 경찰관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그렇다고 경찰 내부의 집단 반발이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이미 경찰 직장협의회 소속 하급 경찰들이 삭발식까지 감행하며 공개적으로 반대의 뜻을 밝힌 상황이다. 여기에 경찰서 내 직속상관인 서장까지 합세한 형국이 됐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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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경 대응에 여야 정치권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에서는 "경찰서장들이 상부의 지시까지 어겨가며 집단행동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엄정 대처를 주문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경찰에 침묵을 강요하는 보복성 인사이며, 권력에 굴종하지 않으면 응징하겠다는 협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번 집단 항명 사태로 대한민국 경찰은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검찰이 일심동체로 움직이는 현존 최고의 권력 집단을 향해 겁도 없이 맞서는 모양새다. 여전히 '머리가 없는 수족'으로 남길 바라는 권력에 대한 경찰의 무모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의 발표에 따르면, 전체 총경의 65% 이상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고, 경찰국 신설에 동조하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강경 대응은 일선 경찰의 반발 수위만 높일 뿐이다. 주동자를 색출해 엄벌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여론도 정부 편은 아닌 듯하다.

대통령은 '경찰국 신설'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이럴진대 연일 강경 대응만 되뇌는 정부와 여당의 옹졸함이 안쓰러울 따름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반대 여론을 설득하고 경찰 조직을 다독이는 일이다. 차라리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총경급 경찰서장과 직장협의회 대표를 불러 TV 앞에서 생방송 토론을 벌이는 편이 낫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타가 인정하는 다변가 아닌가.

우리에겐 그다지 낯설지 않은 장면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 때 TV로 생방송 된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를 온 국민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대한민국 검찰의 낯부끄러운 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온 국민에 각인시킨 일대 사건이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3월 전국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3월 전국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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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검사들과의 대화' 직후 등장한 유행어가 바로 '검새스럽다'다. 그때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 앞에서 보인 검사들의 태도를 철부지 아이들조차 한껏 조롱했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 조직적 저항과 정권의 무능으로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등장했지만, 검찰개혁의 당위성은 '검새스럽다'에 기반하고 있다.

TV 생방송으로 '전국 경찰들과의 대화'를 보고 싶다. 왜 대통령은 행정안전부에 굳이 경찰국을 신설하려고 하는지, 또 왜 일선 경찰들은 그것을 역사의 퇴행으로 규정하는지를 무미건조한 언론 기사가 아닌 당사자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고 싶다. 혹시 아는가. '검새스럽다'에 필적하는 '짭새스럽다'는 말이 유행하며 윤석열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고 지지율을 끌어올릴지도 모르지 않는가. 

하나 분명한 건, 시간은 대통령이 아닌 경찰의 편이라는 점이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이라면 계엄령을 동원해 순식간에 무릎 꿇렸겠지만, 지금은 토론과 설득, 대화와 타협이 전제되어야 하는 민주주의 시대다. 경찰 스스로도 '민주적 통제'를 원한다고 했으니, 경찰국 신설이 민주적 통제 방식임을 윤석열 대통령은 서둘러 국민에게 납득시킬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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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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