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총경급 간부 참석자들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총경급 간부 350여 명은 '국민의 경찰' 리본이 매인 무궁화 화분을 보냈다. 2022.7.23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총경급 간부 참석자들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총경급 간부 350여 명은 "국민의 경찰" 리본이 매인 무궁화 화분을 보냈다. 2022.7.23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전국 경찰서장들이 사상 첫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 뜻을 밝혔다. 경찰직장협의회에 이어 간부급인 총경들까지 공개 반대하면서 경찰국 신설과 경찰 독립성 침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서장급 간부인 총경들은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4시간여의 논의를 거쳐 입장문을 발표했다. 총경들은 행정안전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경찰국 신설'은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라며 반대 뜻을 명확히 밝혔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경찰국 신설 방안에 따르면, 경찰국은 주요 경찰 정책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의 임용 제청, 국가경찰회의 안건 부의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이를 두고 일선 경찰들은 '경찰의 정치적 독립 침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은 경찰직장협의회 등 총경 이하 경찰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밝혀왔지만, 간부(총경)들이 집단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장 후보자 해산 지시했지만 강행 

이들은 입장문에서 "많은 총경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참석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이 제대로 된 여론 수렴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총경들은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사안에 국민, 전문가, 현장 경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2022.7.23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 2022.7.23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총경들은 이런 뜻을 지휘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이들은 "논의된 내용은 적정한 절차를 통해 윤희근 경찰청장 직무대행(후보자)이나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전달하겠다"라면서 "앞으로 경찰의 중립성, 책임성,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경찰청 지휘부와 현장 경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장에 온 총경급(현행 법령에 따르면 경찰서장은 경무관과 총경, 경정이 할 수 있다) 간부는 56명, 온라인 참석자도 133명으로 파악됐는데, 전국 총경 600여 명 중 30%규모로 파악된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이날 경찰인재개발원장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해산 지시를 했지만, 회의는 그대로 진행됐다.

지휘 체계가 확고한 경찰 조직 내에서 간부급 인사들이 지휘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정부 방침에 집단 반발하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에 대한 경찰의 반발이 거센 것을 방증한다.

"강행하면 2차, 3차 회의도 하겠다"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아주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경찰국 신설에 찬성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라고 했다. 그는 경찰국 신설을 강행할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법제도적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2차, 3차 회의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찰서장들이 '경찰국 신설' 반대 뜻을 명확히 밝히면서,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가 예정대로 경찰국 신설을 강행한다면 일선 경찰들의 집단적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 뻔한 상황이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22.7.23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22.7.23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날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경찰청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찰청은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는데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한다"라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라고 밝혔다.

태그:#경찰, #행정안전부
댓글12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