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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노조(제1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제2노조)는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노조(제1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제2노조)는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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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양대 노조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과 강대강 대치를 벌여온 이강택 TBS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시의회와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TBS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TBS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 중단을 압박하고 있는 국민의힘 측과 연일 충돌하고 있는 이강택 대표를 내부 구성원들이 사실상 불신임하면서 국민의힘 측이 TBS 개편을 둘러싼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TBS 노조 측은 TBS 라디오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일부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비판도 겸허히 수용할 것"이라고 밝혀 이 프로그램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TBS 노조 "이강택 대표, 사태 악화시켜 사퇴해야"

TBS 노동조합(제1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제2노조) 등 양대 노조는 21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강택 대표의 사퇴를 공식 촉구했다. 서울시의회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한 국민의힘이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 중단을 압박하고 나선 상황에 이 대표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TBS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구성원의 의지에 반하는 내용과 개인 의견을 피력해 여론을 왜곡시키고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라며 "이 대표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자세로 위기를 만들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이강택 대표는 서울시의회가 'TBS 지원 폐지 조례'를 발의하자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강경 대응해왔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선 "현대판 분서갱유" "언론장악의 유전자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8일 열린 서울시의회 상임위에서도 이 대표는 국민의힘 시의원들과 날선 공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규남 시의원이 과도한 시의회 비판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자, 이 대표는 "당혹감·좌절감·억울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거부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이런 행보는 결과적으로 구성원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사퇴 촉구'로 이어졌다.

TBS 노조가 최근 조합원을 상대로 각각 이강택 대표의 사퇴 여부를 물었는데,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TBS 노동조합(제1노조)의 투표에선 139명 중 78.4%(109명)가 사퇴에 찬성했고, 제2노조의 경우 응답자 64명 중 62.5%(40명)이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TBS 노조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의 불신·불통·무책임한 리더십은 이미 조합원 투표로 심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예산 지원 중단 압박에 내부 구성원 위기감 증폭 
 
이강택 TBS 대표
 이강택 TBS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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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이 발의한 'TBS 지원 폐지 조례안'은 어떻게든 TBS를 손보겠다는 그들 입장에선 '신의 한수'가 됐다. 올해 들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TBS를 '교육방송'으로 개편하겠다고 포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TBS 노사는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내왔다. 서울시도 자칫 언론을 탄압하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해왔다.

그런데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은 11대 의회 개원과 동시에 'TBS 지원 폐지 조례'를 발의하며 강공을 택했다. 이강택 대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던 강경한 행보였다. TBS는 전체 예산의 70%, 매년 3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서울시로부터 지원받는다. 예산 지원이 중단이 현실화한다면 TBS는 당장 존폐 기로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조례안에는 TBS 직원들을 다른 서울시 출연기관 등으로 이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TBS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감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TBS 구성원 모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와 강대강 대치를 벌이던 이 대표에 대해 TBS 직원들은 등을 돌렸다.

시의회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던 이 대표지만, 내부에서 '사퇴' 요구를 받으면서 이 대표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손 안 대고 코푼 격'이다.

대화 촉구한 TBS 노조, 칼자루는 국민의힘에

TBS 노조가 서울시의회에 먼저 대화를 촉구한 점도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TBS 노조는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 서울시의회에 면담 요청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TBS는 공영방송 책무를 수행하도록 내부 비판기능이 작동되도록 할 것"이라며, TBS 개편 논의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보였다.

당초 국민의힘 측은 '폐지 조례안'을 발의하면서 TBS가 자발적으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요구했다. 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최호정 국민의힘 시의회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조례안을 발의한 근본적인 목적은 TBS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의 장을 만들어보려는 의도였다"고 밝혔다. 

TBS 노조가 먼저 대화를 촉구한 것은 최 원내대표의 생각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지점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던 TBS 대표는 내부 반대로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게 됐고, TBS 노조가 먼저 대화하자고 손을 내밀면서 주도권은 시의회 국민의힘이 쥐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민의힘 측에서 눈엣가시로 여겨왔던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 압박 수위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이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향성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내왔고, 공공연히 진행자 김어준씨의 하차를 요구해왔다.

TBS 노조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내비쳤다. 21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마이뉴스>와 만난 노조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뉴스공장이 편향적이라는 의견에 대해 그동안 논의를 해보자는 입장이었다"면서 "앞으로 시의원들을 만나서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논의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공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구성원들의 공통된 인식이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존폐 여부를 놓고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강택 TBS 대표
 이강택 TBS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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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TBS,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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