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tvN

 
국민 토크쇼로 사랑받았던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잠깐의 휴식기를 맞이했다. 7월 20일 방송된 <유퀴즈> 162회는 '여름방학' 특집으로 1회 출연자에서 줄리아드 음대생이 된 이정원, 영화<미나리>의 아역 배우 앨런 킴, 개그우먼 겸 배우 김신영, '누리호' 사령탑 고정환 본부장이 열정과 감동이 있는 인생 이야기를 전했다.
 
이정원양은 바로 <유퀴즈> 첫 회 당시 야외촬영으로 진행되던 방송 중 길거리에서 우연히 유재석-조세호와 만나 인터뷰를 했던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교복을 입고 화장기 없이 풋풋한 모습이었던 17세의 귀여운 소녀는, 4년의 시간이 흘러 명문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하며 어엿한 숙녀로 변해있었다. 이정원은 tvN 개국 15주년 기념 '자기님 축하드림' 이벤트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근황을 알린 것을 계기로 재출연이 성사됐다.

이정원은 "미국에서 혼자 지내면서 힘든 일이 많았고 향수병도 왔었다. 밥을 먹을 때는 항상 한국예능을 틀어놓는다. 유퀴즈 1회 출연으로 조그만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서, 제가 이야기했던 다짐을 이루어나간 모습을 알려드리고 싶었고, 축하를 받으면 저도 큰 힘이 될 것 같았다"며 사연을 응모한 계기를 밝혔다.
 
플루트를 전공한 이정원은 결원이 생기면 충원하는 줄리아드에서 전세계에 지원한 참가자 중 단 2명만이 선발된 합격자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뤄냈다. 같이 합격한 이정원의 동기 역시 한국인이라 큰 의지가 됐다고.
 
전세계 음악천재들만 모이는 줄리아드를 다니는 소감에 대하여 이정원은 "매순간 내가 대단한 친구들과 학교를 다니고 있구나 느끼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연습실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줄리아드에서 이정원은 "아무나 천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정원은 에릭 사티에의 'Je te veux'와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를 플루트로 연주하며 감미로운 음악 선물을 선사했다.
 
앞으로의 꿈에 대하여 이정원은 미국 5대 관현악단으로 불리우는 뉴욕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무대에 서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겉보기에는 아름답고 우아해보이는 음악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끝없는 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연주자의 삶에 대하여 이정원은 "무덤에 갈 때도 악기를 가지고 가야 할 것같은 느낌"이라면서도 "그때는 악기와 헤어지고 싶다. 애증의 관계니까 그때는 이별을 해야하지 않을까"라며 농반진반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정원은 "노력이랑 연습만이 답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열정적인 도전을 다짐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tvN

 
영화 <미나리>를 통하여 글로벌 손주로 등극한 앨런 김이 출연했다. 해외에서 자라 올해 10살이 된 앨런은 할아버지-할머니를 만나기 위하여 한국을 찾았다고 밝혔다. 앨런은 약간은 어눌한 한국말로 유재석을 그리 잘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고백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미국에서는 유명한 아역배우라 사진이나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이 많지만 한국에서는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짐짓 아쉬워하는 표정을 연기하도 했다. 앨런은 <미나리>에서 등장한 화투를 엄마를 통해 처음 배웠고, 종종 화투를 같이치는 할머니를 "선수"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앨런은 애창곡이라는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춤과 노래까지 열창했고,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도 하는 등, 시종일관 열 살 소년다운 귀엽고 순수한 모습으로 유재석-조세호에게 삼촌 미소를 짓게했다.
 
앨런은 어린이보다 어른이 좋다며 그 이유로 "TV 많이 보고 늦게까지 잘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로맨스에서 뽀뽀는 싫고, 호러는 무섭기 때문에 코미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나로호 사업이 없었다면 누리호도 없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tvN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기술발사체 '누리호'의 사령탑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 본부장이 출연했다. 모든 국민들이 가슴 졸이며 지켜본 누리호 2차발사가 성공한 이후 많은 축하를 받았다는 고 본부장은 "12년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사업을 완수할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한국은 누리호 발사로 1톤 이상의 위성을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고 본부장은 "몇 번째라는 순서보다도 대한민국이 우주발사체를 개발할 능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인공위성, 탐사선 같은 물체를 자체적으로 자유롭게 우주에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GPS같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시설에서부터 국가안보와 관련된 분야까지 위성의 가치는 다양하다. 해외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가며 발사체를 의존하는 부담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까지는 많은 인고의 과정들이 있었다. 러시아와 합작하여 만들어진 나로호 프로젝트는 당시만 해도 다른 나라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고 본부장은 "나로호 사업이 없었다면 누리호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기술이전은 없었지만, 나로호 프로젝트를 통하여 얻은 정보의 조각과 기술축적의 경험들이 결국 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나로호를 지켜보며 꿈을 키운 '나로호 키즈'들이 세월이 흘러 누리호에 참여하며 한국 우주과학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인재로 성장한 것도 또다른 성과다.
 
초창기에는 연구를 위한 기초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여 자체적으로 어렵게 설비를 만들고도 외국이나 다른 연구소에 가서 눈치를 보면서 실험하기도 했다고. 대놓고 한국 연구진을 무시하거나 핍박을 받으며 설움을 느낀 일도 많았다고. 2021년 누리호 1차 발사 실패도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당시 권현준 과기정통부 정책관은 "개발하는 과정을 성공과 실패로 구분짓기는 어렵다. 거의 끝까지 왔다고 마지막 계단 하나가 남아있는 것"이라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 약속대로 연구원들은 이후 더욱 개발에 매진했다. 두 차례 발사가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거치기도 했으나, 모두의 노력과 간절함으로 결국 2022년 6월 21일 오후 4시 누리호를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연구원들은 기쁨의 환호와 박수, 그리고 포옹을 나누며 서로의 10년을 어루만지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고 본부장은 앞으로 발사체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4차례의 추가발사를 기획중이며, 장기적으로는 달 착륙선에 사람을 태워 보낼 수 있는 차세대 우주 발사체를 개발중이라고 설명했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 발사 당시 어린이들과 함께 찾아왔던 가족 단위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고 설명하며 "많은 자라나는 인재들이 우주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덤벼주셨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저희를 이어받아서 가야하기에 미래 세대들이 관심을 갖고 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찬욱 "김신영, 연기자로서 훌륭하겠다 확신"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tvN

 
개그우먼 겸 배우 김신영은 2022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화제작 <헤어질 결심>에 깜짝 출연하여 파격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천상 희극인의 이미지가 강했던 김신영은 정극배우 도전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호연으로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천재'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김신영은 주연배우인 탕웨이와는 언어의 한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무대인사를 다니는 동안 바디 랭귀지로 소통을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고 밝혔다. 김신영은 무대인사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여름밤의 꿈같았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소감을 밝한 바 있다. 김신영은 진지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코미디나 예능에서는 말하지 못했던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김신영은 박찬욱 감독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생에서 찰나같았던 한 순간을 찬란한 부분으로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유재석이 감탄하며 "예능을 할 때와 쓰는 단어가 좀 다르다"고 짓궂게 지적하자, 김신영은 "솔직히 BMK의 노래 '꽃피는 봄이오면'에서 따왔다"고 고백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김신영은 부캐 '김다비'로 한창 바쁘게 활동할 때 박찬욱 감독의 섭외 제안을 받고 처음엔 믿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반신반의하면 나간 약속장소에서 박 감독을 만난 김신영은 두 시간에 걸쳐 영화보다는 일상 이야기를 나눴다고. 박 감독은 이후 김신영에게 시나리오를 보내며 캐스팅을 제안했다. 김신영은 훗날 박 감독에게 왜 자신을 캐스팅했는지 질문하자 돌아온 대답은 "쓰다보니 (김신영이) 생각이 났어요"였다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tvN

 
제작진은 박찬욱 감독을 인터뷰했다. 박 감독은 특별히 김신영을 위하여 인터뷰에 응한 이유로 "신영씨는 이름만 들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이다. <유퀴즈> 출연 소식을 듣고 어떻게든 돕고 싶었다"며 출연배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김신영이 출연한 '행님아'를 보면서 그녀의 팬이 되었다고. "인생의 여러 감정을 다 갖춘, 웃겼다 울렸다 하는 게 참 좋았다. 저 사람은 연기자로서 훌륭하겠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신영은 출연제의를 받고 마음의 부담이 컸다고 고백했다. "많은 사람들이 제 직업에 선입견이 있다. 저도 마음은 '콜(출연 승낙)'이었으나 제 자신에게 선입견이 컸다. 제 출연이 작품에 폐가 될까봐"라면서 "감독님이 선입견을 먼저 깨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방패막이 되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신영의 진가를 알아본 거장은 박 감독만이 아니었다. 박 감독의 오랜 지인이기도 한 봉준호 영화감독은 김신영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적극 환영하며 본인 역시 김신영의 열성팬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집필한 박해영 작가는 김신영을 "겹이 있는 배우(희노애락이 쌓여있다는 의미)"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박찬욱은 영화 속 선배 형사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려고 갔다가 돌아서는 장면에서, 별다른 감독의 디렉팅 없이도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김신영의 디테일을 극찬했다. 배우가 명연기를 선보였을 때 감독이 느끼는 감정에 대하여 박 감독은 "사랑스럽죠"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김신영은 예능, 연기, 라디오 DJ, 가수 등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신영은 10년째 진행하고 있는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이 한때 청취율이 크게 떨어지자 지난 2년간 자신이 진행한 라디오를 다시 들으면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유재석은 후배인 김신영을 "의지의 김신영이다. 실행력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김신영은 "하고 싶은 건 다 해나가야 후배들도 보고 따라올 수 있으니까. 안주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신영은 어려워진 가정사정으로 어린 시절 여러 지역을 전전해야했던 것이 오히려 인생에 많은 경험을 얻고 코미디의 자양분이 되었다면서 "환경 탓을 하지 않는다. '환경 덕분에'라고 생각한다"라는 소신을 밝혔다. 어릴때부터 친구들 앞에서 노는 것보다 웃기는 것이 더 좋았다는 김신영은 "웃음을 보고 싶은 결핍과 갈망, 혼자 있을때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게 이 직업이었다. 그래서 재미있다"며 희극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찬욱 감독은 김신영이 <헤어질 결심> 무대 인사를 하는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한 유일한 배우였다고 밝히며 "마지막 무대 인사를 하고 포옹하는데 콧날이 시큰해졌다. 이제 보면 또 언제 보나 애틋한 마음이 들더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김신영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본인이 속한 직업세계에서 무언가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책임감이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짐을 좀 내려놓고 편하게 즐겁게 살기 바란다"는 따뜻한 덕담을 전했다.
 
<유퀴즈>는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악재와 포맷 변화 속에서도 꿋꿋이 초심을 지켜가며 우리 사회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사람냄새나는 이야기들로 감동을 전했다. 잠시 휴지기를 가진 <유퀴즈>는 재정비를 거쳐 오는 10월 5일에 방송을 재개할 예정이다.
유퀴즈 김신영 박찬욱 누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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