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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은 무장애 길로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다
▲ 황장목 숲길 이길은 무장애 길로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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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말랐던 대지에 비가 내린다. 걷기 위해서는 일기예보를 찾아보는 게 필수다. 너무 덥지는 않은지,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은 없는지 알아본다. 길일을 잡아 떠난다. 강원도 원주시 치악산의 황장목 숲길로.

요즘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다. 비온 뒤 하늘은 가을 하늘처럼 보인다. 파란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흰구름은 커다란 고래가 호흡할 때마다 올라오는 공기같다. 황장목은 강원도 지정 기념물 제30호다. 나무의 안쪽이 누렇고 단단하며 질이 좋은 소나무로 왕실에 올리는 특산물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치악산 국립공원 주차장부터 도로 옆 데크를 따라 걷는다. 구룡문화관광해설사의집을 지나 입장료 3000원(문화재관람료)을 낸다. 
 
조선시대, 황장목의 무단 반출을 금지하는 표식이다
▲ 황장금표 조선시대, 황장목의 무단 반출을 금지하는 표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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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에 있는 황장금표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황장금표는 황장목의 벌목을 금지한다는 표식이다. 조선시대 황장목 관리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것을 알 수 있다. 치악산에는 질 좋은 소나무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강원 감영이 가까워 관리가 쉬웠다. 한강의 상류로 운송하기에도 편리했다.

20일, 나라의 관리를 받던 나무가 즐비한 곳, 왕이 된 느낌으로 황장목 숲길을 걸어간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지날 수 있는 무장애 길이다. 당연히 서두를 필요도 없다. 구룡계곡의 우렁찬 소리에 눈이 먼저 반응한다.

맑고 깨끗한 계곡물을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기운차게 뻗은 황장목이 당당하다. 새소리, 물소리에 정화된 마음이 조용한 구룡사 앞마당으로 발길을 이끈다. 구룡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월정사의 말사이다.

200년의 위용을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구룡사의 역사를 말해준다. 숲을 빼곡하게 채운 소나무가 하늘을 가린다. 볕없는 숲속은 진한 초록으로 쉼을 선물한다. 사람들은 초록숲 가운데 널찍한 흙길을 자유롭게 거닌다. 상큼한 솔내음에 머리가 상쾌하다.
세렴폭포가 가까워지자, 숲이 더욱 울창해지고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막다른 길에 펼쳐진 세렴폭포의 물줄기가 높고 곧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표정이 모두 희망차다. 금방 땀이 몸 속으로 들어간다. 추울 정도로 시원하다. 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진다. 세렴폭포 갈림길에서 비로봉까지 2.7km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시간이 넉넉치 않다. 울창한 숲길을 되돌아오며 긴 세월 비바람을 견뎌낸 고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바람에 나뭇잎 스치는 소리, 나뭇잎 속에 숨어 바스락거리는 벌레소리, 새소리가 거든다.

구룡사입구 주차장-황장목 숲길-구룡사-생태학습원-세렴폭포까지 왕복 6.2km다. 남녀노소 누구가 갈 수 있는 곳,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길로 단언컨대 으뜸이다.
 
유리알 처럼 맑은 물, 황장숲길 내내 이 계곡이 함께 한다
▲ 구룡계곡 유리알 처럼 맑은 물, 황장숲길 내내 이 계곡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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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도 게재됩니다. 제천단양뉴스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 제보를 기다립니다.(010 5231 9913)


태그:#제천단양뉴스, #이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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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신문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인터넷신문 '제천단양뉴스'를 운영합니다.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다짐합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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