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필자가 강정고령보 상류인 매곡취수장 건너편 낙동강에서 채집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를 들어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강정고령보 상류인 매곡취수장 건너편 낙동강에서 채집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를 들어보여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 전역에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들끓고 있다. 시궁창에서나 사는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식수원에 들끓고 있는 것이다. 낙동강이 시궁창으로 변했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 6월 말부터 7월 18일까지 필자는 낙동강 상류 상주보부터 낙동강 하류인 창녕함안보 아래 본포취수장까지 저서생물(바닥에 사는 동식물의 총칭)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상주보에서부터 하류 본포취수장까지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저서생물들은 없었다. 오직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만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강정고령보 상류 매곡취수장 건너편 낙동강에서 삽으로 강바닥을 펄을 퍼오고 있다. 그 펄 속에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나왔다,.
 강정고령보 상류 매곡취수장 건너편 낙동강에서 삽으로 강바닥을 펄을 퍼오고 있다. 그 펄 속에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나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조사 지점은 낙동강 상류의 상주보 선착장, 그리고 중류인 칠곡보 생태공원과 강정고령보 매곡취수장 바로 위와 그 건너편, 달성보 선착장 그리고 하류인 창녕함안보 선착장과 본포취수장 본포교 아래였다. 이곳에서 모두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2급수를 유지하던 낙동강물이 4급수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환경부는 이들을 4급수 지표생물로 지정해놓고 이들의 존재로 수질의 등급을 구분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4급수에 대한 환경부의 정의.
 4급수에 대한 환경부의 정의.
ⓒ 환경부 자료 발췌

관련사진보기

   
이런 물을 식수로 공급한다고? 

환경부 규정에 따르면 4급수란 "식수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래 접촉하면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는 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다면,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4급수 물을 영남인들에게 공급해오고 있는 셈이 된다. "환경부의 직무 유기가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환경부를 비판했다. 

"환경부는 낙동강의 수질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다. 환경부의 공식 자료에 의하면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는 4급수에서 사는 지표생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낙동강이 지금 4급수란 소리다. 4급수는 환경부 스스로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부는 그런 물을 영남인들에게 식수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환경부의 명백한 직무 유기다. 환경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강바닥의 썩은 펄 속에서 나온 4급수 지표생물인 붉은깔따구
 강바닥의 썩은 펄 속에서 나온 4급수 지표생물인 붉은깔따구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상류 상주보에서 시작해서 하류 본포취수장에서까지 이들 생물이 나왔다는 것은 지금 낙동강 전역에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니 최근 창원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타나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창원의 수돗물에서는 19일까지 깔따구 유충이 나왔다. 이 정도면 '파동'이다. 이른바 '창원 수돗물 깔따구 파동'이 일어난 것이다. 이 파동이 수도권에서 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데 이 창원 수돗물 깔따구 파동은 비단 창원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낙동강물을 먹고 마시는 모든 지자체의 주민이 똑같이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낙동강에 지금 깔따구가 바글바글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사는 대구도 마찬가지로 위험한 상황이고 특히 상주시는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도 없는 곳이라 더 위험할 수 있다.

'시궁창 낙동강'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도대체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해결책은 무엇인가? 해결책을 찾으려면 먼저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낙동강에 4급수 지표생물들이 들끓게 된 이유는 바로 낙동강이 보로 막혀 강물이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흐르지 않는 강은 강물 속 유기물들을 강바닥에 차곡차곡 퇴적되도록 했고, 그것들이 쌓인 것이 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펄은 썩게 된다. 그리고 그 썩은 펄 속에 이들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들이 서식하게 된 것이다.
 
낙동강 시궁창 펄 속에서 꺼집어낸 4급수 지표종 실지렁이.
 낙동강 시궁창 펄 속에서 꺼집어낸 4급수 지표종 실지렁이.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전 모래강 낙동강이었을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막힌 일이 발생한 것이다. 강바닥이 모래가 아닌 썩은 펄로 바뀌었기에 나타나는 심각한 생태적 변화인 것이다. 오직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만 서식할 수 있는 환경으로 낙동강이 변한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런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주면 될 것이다. 그것은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 낙동강을 흐르게 해주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수문을 열어 강이 흐르면 유기물이 퇴적될 일이 없을 것이고, 쌓인 펄도 조금씩 씻겨 내려가 결국에는 썩은 펄이 모두 사라지면 이들 생물의 서식 공간도 없어져 자연스레 낙동강에서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야

따라서 정부는 낙동강 보의 수문을 하루속히 열어야 한다. 그것만이 4급수 '시궁창 낙동강'으로 전락한 낙동강의 수질을 정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지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독성 녹조 사태와 더불어 4급수 지표생물들의 창궐은 모두 낙동강이 막혀 흐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두면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오래된 주장이다.
 
4급수 지표생물이 나온 경남지역의 취수원인 본포취수장. 바로 이 앞에서도 붉은깔따구를 채집했다. 4급수 강물이 흘러들어가는 본포취수장에 녹조가 가득 폈다. 설상가상이다.
 4급수 지표생물이 나온 경남지역의 취수원인 본포취수장. 바로 이 앞에서도 붉은깔따구를 채집했다. 4급수 강물이 흘러들어가는 본포취수장에 녹조가 가득 폈다. 설상가상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영남인들은 언제까지 독성 남세균(녹조)이 득실거리는 물을 마셔야 하며, 영남인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4급수 지표생물들이 들끓는 시궁창 낙동강의 강물을 마셔야 하는가? 정부는 이 사태를 정말 엄중히 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영남인들이 모두 들고일어나기 전에."

경북 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이자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상수 위원장의 분노에 찬 외침이다. 낙동강변에 살고 있기에 낙동강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느끼고 있는 곽 위원장이기에, 그의 분노엔 이유가 있다.   
  
▲ 낙동강 4급수 지표종 붉은깔따구 바글바글
ⓒ 정수근

관련영상보기

 
대구환경운동연합도 20일 성명을 내고 다음과 같이 윤석열 정부에 낙동강 보 수문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낙동강 수질오염의 주범인 낙동강 보를 즉각 해체하라!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보의 수문부터 활짝 열어라! 그것만이 독성 녹조로 덮인, 시궁창 강물로 썩어가는 낙동강을 살리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윤석열 정부는 하루속히 결단하라!" 

부디 '시궁창 낙동강'의 강물을 먹고 살고 있는 영남인들이 곽상수 이장의 말처럼 떨쳐 일어나기 전에 윤석열 정부가 결단하기를 간절히 희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지난 14년간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면서 4개강사업의 폐해를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보로 막힌 강은 썩습니다. 4급수 지표생물의 출현이 그 증거입니다. 시궁창 낙동강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낙동강 재자연화는 시급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태그:#낙동강, #실지렁이 , #붉은깔따구, #4급수 지표생물, #식수원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