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계+인> 1부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

영화 <외계+인> 1부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 ⓒ 케이퍼필름


 
시대극과 SF 장르의 결합. 곧 개봉을 앞둔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를 짧게 표현한 말이다. 300억 원의 예산을 들인 해당 프로젝트는 '1부'라는 부제가 붙은 데서 알 수 있듯 후속편을 이미 염두에 둔 대형 프로젝트다.
 
죄수들을 인간 몸에 가둬 온 외계인들, 그런 죄수를 관리하는 가드(김우빈)와 썬더(김대명)라는 존재, 뜻하지 않게 이들과 엮이게 된 고려 시대 신선과 도사 무륵(류준열), 그리고 천둥 쏘는 처자 이안(김태리) 등. 설정 자체가 방대하다. 대표적인 흥행 감독인 최동훈 감독에게 실은 아주 오래 품고 있던 프로젝트였고, 이제야 성사시키게 된 작품이었다. 18일 감독과 온라인 인터뷰로 관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외계+인>의 시작점
 
구상은 <전우치>(2009)를 마친 직후였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외계인을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생각하던 최동훈 감독은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중심 캐릭터를 바꿔가며 이리저리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7년이 지나서야 완결된 영화로 탄생한 셈이다. "한번 고칠 때마다 그 부분만 보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고쳐나갔다"며 "아마 이 영화를 공개하기 전까지 120번 정도 본 것 같다"라고 말하며 그가 운을 뗐다. 
 
"언론 시사 때 <어벤져스> 만큼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는데 막말이었던 것 같다. 마블은 80년 간 대중과 호흡해 온 집단이잖나.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들 때만큼은 그런 마음이었다. 한국에도 이런 영화가 있다는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원작이 없고 처음부터 세계관을 만들어야 했기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계속해서 써보는 것 뿐이었다.
 
사실 이런 구조의 영화가 많이 없다. 관객과 소통을 그래서 더 신경 써야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관객분들이 극장에 가면 천재가 된다고 믿는 편이다. 다들 자기만의 예측을 품고 영화를 보실 것 같았다. 왜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지, 예측이 맞으면서도 다른 부분도 있음을 느끼길 바랐다. 시나리오 쓰는 데 2년 반이 걸렸는데 힘들지만 재밌는 작업이었다."

 
본격 구상이 2009년이라지만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일화가 하나 있었다. 최동훈 감독은 "영화인들 40명 정도가 함께 술자리를 한 적이 있었다"라며 "젊은 감독들이 좀비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는데 나이 있는 감독님들 반응은 정신 좀 차려라 그런 느낌이었다. 근데 속으로 전 재밌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런 상상력이 부러웠다. 세월이 지나 '케이 좀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잖나. 그 상상이 현실화하는 걸 보면 재밌다. 외계인도 한 10년 전부터 여러 한국 감독들이 다뤄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런 기운이 점점 모이고 있는 걸 실감하고 있다. 제가 <타짜> 이후 <암살>이라는 작품을 너무 하고 싶어서 했다. 근데 에너지를 너무 쏟아서 마치고 나서 멍해 있는 기간이 꽤 길었다. 좋아하던 영화도, 책도 잘 안보고 방황했다. <암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영화를 해보자 결심한 게 바로 <외계+인> 프로젝트였다."
 
이야기도 중요했지만, 과거와 현재의 교차를 비롯해 우주선이 활보하는 장면 등이 이어지는 만큼 특수효과와 CG 또한 중요했다. 최동훈 감독은 "아마 지금 단계에서 한국 기술력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가 담겨 있는 작품일 것"이라며 "해가 바뀌면 또 달라지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영화 <외계+인> 1부 관련 이미지.

영화 <외계+인> 1부 관련 이미지. ⓒ CJ ENM


 
"촬영 마치고 후반작업이 14개월 걸렸다. CG 때문이었다. 담당자에게 물을 때마다 다 구현이 가능하다고 하더라. 그러면서도 CG는 마술이 아니기에 수많은 아날로그 요소에 도움을 받으면 그 효과가 더 극대화된다고 해서 CG와 아날로그의 조화에 신경 썼다. 예를 들어 지하주차장에 우주선이 등장하는 장면은 실제로 버스가 주차하는 장소를 섭외해서 100대의 버스를 옮겨 놓고 여러 파편 등을 설치한 결과다.
 
CG 비중이 높은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제작비가 3천억에서 5천억 원 정도다. 우리 예산이 많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따라갈 수 없지. 그래서 우린 심플하게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 서울 상공에 우주선이 날며 전투하지만, 오래 보여주진 말고 공간을 계속 옮겨가는 식이었다. 외계인을 디자인할 때도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을 바탕으로 독창성을 찾으려 했다. 친숙하지만 미지의 느낌이 들도록 말이다."

 
1부에서 핵심은 김우빈이 맡은 가드라는 존재였다. 죄수를 관리하고 필요하면 살상하는 존재인 가드는 현재와 과거를 자유롭게 오가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인물이 만나고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우빈은 가드 외에도 자유롭게 모습을 바꿀 수 있는 썬더를 연기(목소리 연기는 김대명)하며 1인 4역을 소화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도청>이라는 작품을 김우빈과 준비하다 건강 문제로 김우빈이 하차하게 되자 프로젝트를 미루는 사연도 있었다. 그만큼 최동훈 감독이 김우빈을 생각하는 마음이 특별해 보인다.
 
김우빈과의 추억, 그리고 감독의 인장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까지만 해도 반항하나 짓궂은 캐릭터를 잘하는 배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나니 굉장히 믿음이 갔다. 안정돼 있고, 제가 만난 사람 중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었다. 아파서 같이 영화를 못하게 됐고, <외계+인> 프로젝트 준비 중일 때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 해서 가드를 맡겼는데 점점 비중이 커지더라. 나도 욕심이 났거든.
 
우빈씨와 대화 중 날 변화시킨 말이 있다. 예전엔 어떡하면 더 훌륭한 배우가 될지, 어떻게 갈고 닦을지 그런 고민을 했는데 지금은 그냥 현장에 와서 하루하루 촬영하는 게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다고 하더라. 사람들과 밥 한 끼 먹고 같이 얘기하고, 한 장면을 찍는 것 외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며 그 자체를 사랑한다고 하더라.
 
깊은 감동을 받았다. 보통 50세가 넘어서도 깨달을까 말까 하는 그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저 또한 겸손하게 하루하루 살아야겠다 생각하게 됐다. 1인 4역을 할 때도 우빈씨가 이 사람을 하면, 제가 다른 사람을 연기하면서 촬영했다. 시계를 보며 초까지 계산할 정도로 힘든 촬영이었는데 유독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 <외계+인> 1부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

영화 <외계+인> 1부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 ⓒ 케이퍼필름


 
유년 시절 즐겨보던 만화잡지에서 SF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있었다던 최동훈 감독은 "언젠가 한 번 멜로를 찍고 싶다"라는 바람을 조심스레 전했다. 최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고 "멜로도 스펙타클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라며 그는 "추리 장르 또한 해보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렇게 저렇게 써보다가 서랍에 넣어 놓은 시나리오가 몇 개 있다. 원작이 없으니 방황하며 나름 만든 이야기들인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손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나만의 방식으로 멜로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감독의 전성기는 50대라고 하니까. 체력 관리를 더해야겠다 싶다(웃음). 요즘 진이 빠졌거든."
 
어떤 장르를 하던 최동훈 감독은 중심 캐릭터 1인이 아닌 다수의 멀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탄탄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암살> 등 대부분 그의 영화에선 특정 인물이 주인공이 아닌 여러 인물이 주인공인 느낌이 든다. <외계+인> 또한 그랬다. 이를 최동훈 감독만의 인장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한 일"이라며 말을 이었다.
 
"어릴 때 돈은 없고 영화는 하고 싶어 공모전에 내기 위해 시나리오를 여럿 썼다. 그 중 하날 현직 프로듀서에게 보여줬는데 주인공 5명인 영화를 누가 찍냐고 하시더라. 왜 안 될까 생각했지. 영화학교(KAFA)를 갔더니 내레이션을 쓰지마라, 플래시백을 자제하라고 가르치더라. 또 왜 안 되지?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건 내레이션도 들어가고, 주인공도 여럿인 영환데. 그 생각으로 쓴 게 <범죄의 재구성>이었다.
 
주인공을 스쳐가는 인물인 줄 알았는데 이후 장면에 다시 나오며 조력자가 되거나 주인공을 위협한다면 그 또한 주인공 아닐까. 주인공이란 뭘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다. <외계+인>이야말로 정말 많은 인물들이 서로 만났으면 했다. 그러면서 관객분들이 길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했지. 그 과정이 정말 어려웠다.
 
전 배우가 여전히 낯설고 어렵기도 하고 그렇다. 감독과 다른 생각으로 영화를 하는 것 같다. 감독은 논리적일 필요가 있고, 기술에도 관심 가져야 하는데 배우는 해당 캐릭터가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배우들과 최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려 한다. 누군가는 디테일하고 소통을 자주 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 대화의 정체는 배우분들도 나만큼 이 작품을 사랑해달라는 것이다. 제가 하는 모든 소통의 총합은 곧 '모두가 같이 이 영화를 사랑하자'인 것 같다."
최동훈 외계+인 김우빈 김태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