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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창간 5주년을 맞은 <월간 옥이네>는 지역의 말을 기록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5천여 종의 잡지, 그중에서도 지역을 다루는 잡지는 1%대에 머무르는 지금, '창간호가 곧 폐간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척박한 환경에서 지역의 말을 길어 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봅니다.[기자말]
( *<전라도닷컴> ①편 http://omn.kr/1zvsb 에서 이어집니다.)

[남신희 편집장] "꺼내서 닦고 나누고 들려주며, 계속 이어가는 것"
 
남신희 <전라도닷컴> 편집장 (사진제공 : 전라도닷컴)
 남신희 <전라도닷컴> 편집장 (사진제공 : 전라도닷컴)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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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의 위기, 활자의 위기라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곤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잡지 를 만든다는 건 남 편집장에게 어떤 의미인가.

"한지연(한국지역출판문화잡지연대)을 만들고 함께 지역도서전을 개최해온 게 이런 위기를 극복해보자는 차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여서 이야기를 한다고 답이 찾아지지는 않더라. 정책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개선의 여지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이른바 '활로'를 잘 찾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다른 일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지역 잡지에 뜻을 둔 사람은 현실적인 의미에선 생존에 취약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데서는 생존력이 강한 사람들이다. 소극적이면서 또 한편으로 적극적인 답변이라면, 지역 잡지를 만드는 사람은 결국 '가치를 달리 세워가는 사람들'이다."

- 지역 잡지를 만들면서 '확장성'을 고민하게 되는 지점도 많다. 결국 고유한 지역성을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시시콜콜 시골잡지'라는 <월간 옥이네> 소개 문구가 참 좋더라.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것은 그런 '시시콜콜'의 의미가 있는 거 같다. 거창한 것, 거대한 것, 그럴듯한 것으로 달려가는 매체는 이미 많이 있다. 이 시시콜콜 속에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것이 있다. 작은 것 속에서 큰 것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확장성이라는 말 자체가 이런 지향과 멀지 않나. 확장하려다 보면 원래 출발선에서 '내가 무얼 하려고 했던 거지' 모호해지는 순간이 온다. 왜 굳이 '지역'을 파고드는 잡지를 만드는가 하는 질문에서 멀어질 수 있다. 자기가 무얼 하려고 했는지 그것을 놓지 않아야 한다.

<전라도닷컴>이 전라도 말을, 전라도 이야기를 담는다고 해서 확장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전라도닷컴은 전라도 지역에 연고가 없는 분들이 더 많이 보신다. 전라도 말이 장벽이 되기도 하지만 그 말의 정서를 알게 되면서 전라도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확장이라면 이런 게 확장 아닐까."

 - 지역의 말은 점점 사어화하고 있고, 지역 문화 역시 자생력을 갖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적 힘을 기르며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말 어려운 과제다. 답은 아니겠지만, 결국 '의지가 있는 개인들의 총합'으로 해내는 일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전라도닷컴>을 시작할 때 누군가 나에게 "너 이 일 20년 한다"고 했으면 못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지 않고, 등산할 때 한발한발 눈 앞의 산을 오르는 것처럼, 그렇게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불어, 지역을 더 많이 기록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이런 것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되는 거 같다. 20년 사이 전라도 농촌, 바닷가 마을이 많이 변했다. 돌아가신 분도 많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채 다 기록하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아깝고 애통하다. 그런 마음들이 있어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게 이 일을 하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지속가능성이지 않을까."

포도시, 포도시...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힘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서 취재 활동 중인 모습 (사진제공 : 전라도닷컴)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서 취재 활동 중인 모습 (사진제공 : 전라도닷컴)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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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차원에서 <전라도닷컴>의 의미와 역할이 크다.

"지역 잡지 하시는 분들 모두 같은 지향을 갖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동안 주류 매체에서 주목하지 않던, 그러나 분명히 당대를 살아가고 있고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 온 분들의 언어와 삶, 생애는 기록할 가치가 충분하다. 우리는 이미 권력 중심의 말을 듣는 것에 익숙하고 그렇게 살도록 훈육돼 왔는데, 그것을 조용히 뒤집고 싶었다.

실제로 할머니들을 만나면 '개보아, 암시랑토 안해(가벼워, 아무렇지도 않아)'라는 말을 정말 많이 쓰신다. 이게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거라면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지만 그 힘듦을 역전시키려는 의지에서 나온 말이다. 이렇게 삶에 내면화된 말을 우리가 기록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말에 귀를 기울이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사라져버리면 우리가 듣지 못했을 말을 여기 붙들어두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 그런 이야기가 지난 20년을 가능하게 했던 거 같다.

"전라도라는 이름의 본령에 맞게 뭔가를 담아내는 매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든든하게 여기고 힘을 주고 싶어 한다. 잡지의 힘은 그걸 읽어주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광고가 많이 실린다고 해서 그 잡지가 힘이 생기는 게 아니다. 치열하게 읽어주고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해주는 독자들이 있기에 우리의 20년이 가능했다.

<전라도닷컴>이 우리가 붙들고 지켜나가야 할 것을 기록하고 있고, 아무리 시대와 세상이 급변해도 이를 지지하고 믿어주는 사람들의 응원과 연대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힘이다."

- '싸먹싸먹' 갈 수밖에 없는 길이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과연 지역사회를,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 때가 있다.

"우리는 포도시(간신히, 겨우겨우) 왔다. 독자들이 그런 말씀을 해주신다. '세상이 점점 달라져가고 개인의 욕망과 물질에 휘둘리면서 스스로 패배감에 젖게 될 때, 그럴 때 <전라도닷컴>의 어머니, 아버지들 말씀과 살아오신 이야기를 보며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좋은 자리로 돌릴 수 있다'고. 영 자기가 몹쓸 사람은 아니게 살아가는 힘이 되는 계기가 된다고 말이다.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님도 '겨우겨우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것'이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나. 전라도 말 '포도시'에는 그냥 힘겨움만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의미도 있는 거 같다. 요즘 세태에 맞지 않는 말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자꾸 그 말을 꺼내서 닦아보고 함께 나누고 들려줘야 하지 않을까."

- 꼭 지역잡지가 아니더라도 종이 매체 자체가 어려운 시기다. 전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동료들에게 조언을 건네준다면.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이 길을 선택한 사람들은 이 노랫말 같은 마음들이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에게 떠밀려서, 마지못해 선택하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전라도닷컴>을 하면서 조직으로 봐도 그렇고 개인으로도 고비를 맞닥뜨린 순간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지'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런 마음을 돌이키면서 외부의 무언가로부터 힘을 얻기보다 결국 스스로에게 힘을 얻게 되는 거 같다. 주변에서 '힘들지? 고생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이 일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 마냥 힘들기만 하면 계속 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래 할 수 있는 힘은 스스로 느끼는 재미 덕이다. 언젠가 간단한 소개글을 부탁 받아서 '어제 알지 못했던 사람을 오늘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쓴 적이 있다. 그때 '그렇구나, 그래야 하는구나, 그래야 이 일을 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특별히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먼저 시작해서 오래 해 온 사람으로서 '계속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거기도 결국 문 닫았대'가 아니라, 계속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 어떤 조언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황풍년 전 편집장]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

 
황풍년 전 전라도닷컴 편집장
 황풍년 전 전라도닷컴 편집장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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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의 삶이 힘들어지는 만큼 지역 매체도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과는 반대로 한편에서는 '로컬'이 유행이 돼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기도 한다.

"우려되는 지점도 크다. 서울, 도시 입맛대로 포장한 로컬 콘텐츠가 많다. 어디를 가나, 무엇을 보나 불편함 없이 서울을 느끼게 한다. 향토음식마저도 서울 사람들 입맛에 맞추어 가고 있지 않나. 그렇게 지역이 고유성과 독창성을 잃고 일반화돼 간다.

서울 입맛에 맞춘 지역 문화 자원으로는 이걸 해결할 수 없다. 서울 사람 비위 맞추는 콘텐츠는 언제든지 수틀리면 끝이다. 우리가 지역에서 견고하게 지켜야 할 생각은, 지역 고유의 문화가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폐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건 정책을 만들고 세금을 들여 지켜야 한다. 현재 세계적인 한류 열풍은 모두 이런 지역 문화의 두터운 자산 속에서 나온 것이다. 어느 날 공중에서 날아와 만들어진 게 아니란 말이다. 한국 문화의 모든 토대는 지역에서 나온다."

- 이런 지역 문화가, 또 이렇게 지역 문화를 기록하는 일이 지속가능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동네에 시장이 없는데 어떻게 자생이 가능하겠나. 사람이 없는데 시장이 만들어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으로, 제도로, 세금으로 이를 지켜야 한다. 당장은 지역 사람을,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이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결국 이것이 지역을 지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 파주에서 만드는 책은 시장에서 그냥 해결이 된다. 하지만 제주에서 책을 내면, 다시 책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을 만들 수가 없다. 제주 어느 해녀의 삶이 시장을 통해 강원도 산골로 갈 수 없다면, 그것을 정책이 도와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정책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들이다. 그걸 찾아서 북돋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모든 지역에서 지역을 담은 책을 생산할 수 있고 그걸 바탕으로 지역 문화가 탄탄해질 수 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코로나19 범유행을 지나며 온라인을 통해 지역성이 그대로 전달되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지역 문화가 서울을 경유하지 않아도, 뉴욕에 가서 인정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모든 지역이 다 저마다의 문화 도시이고 그 고유의 문화를 지켜갈 수 있도록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수도권이 모든 시장을 뺏어갔기 때문에 정책이 이를 받쳐줘야 한다. 그게 문화 다양성 보장이고, 지역에는 아주 절박한 문제다."
 
광주광역시 북구 전라도닷컴 사무실 내부
 광주광역시 북구 전라도닷컴 사무실 내부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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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자매체에 대한 무관심, 잃어가는 지역 문화의 독창성 속에서 <전라도닷컴>이 지켜온 고유한 이야기들은 어떤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나. 

"정말 너무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배 타고 몇 시간을 들어가야 하는 어느 낙도, 섬마을에 평생 뭍에 한 번 나온 적 없는 80대 할머니가 그 어떤 철학자나 책이 해줄 수 없는 진실한 삶의 이치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저 자신이 정직하게 살아온 삶을 통해서 말이다.

가장 지역적이면서 고유한 이야기인데,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가 된다. 우리가 우리 동네 유명인 이야기를 써봐야 다른 동네 사람들은 별 관심 없다. 그런데 80대 할머니의 기가 막힌 삶을 쓰면 지역을 초월해서 모두가 공감한다. 결국 인류 보편의 가치와 공감대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활자 매체, 참 어렵다. 그렇지만 이것이 모든 문화 콘텐츠의 출발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잡지를 만드는 건 좋은 약을 만드는 것과 같다. 냉장고를 열면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인데, 정작 우리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린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상상력이니 창의력이니 요구하는데 여기에 글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세계를 끊임없이 만나야 한다.

한편에서는 잡지의 디지털화, 뭐 이런 것을 이야기하는데 영세한 지역 잡지 환경에서 그럴 비용이 어디 있나. 불가능하다. 우리는 그저 지역의 있는 그대로를 더 깊이 있게 보여주면 된다. 그러면서 와락 공감하게 되는 힘을 만들어 가면 된다. 기본을 유지하자."

월간 옥이네 통권 61호 (2022년 7월호)
글 박누리 / 사진 김성민, 전라도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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