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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창간 5주년을 맞은 <월간 옥이네>는 지역의 말을 기록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5천여 종의 잡지, 그중에서도 지역을 다루는 잡지는 1%대에 머무르는 지금, '창간호가 곧 폐간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척박한 환경에서 지역의 말을 길어 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봅니다.[기자말]
광주광역시 북구 전라도닷컴 사무실 내부
 광주광역시 북구 전라도닷컴 사무실 내부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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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보아, 암시랑토 안해."

무슨 말인지 언뜻 봐서는 알 수 없다. 전라도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어쩐지 정감 어린 표현에서 생명력을 느낀다. 바로 우리 지역말이 가진 힘이다.

2000년 웹진으로 출발(2002년 월간지 전환)해 현재까지 20년이 넘게 지역 잡지의 자리를 지켜온 <전라도닷컴>에는 이런 지역말의 힘이 가득하다. 활자를 보지 않는 시대, 여기에 '지역'이라는 이중고가 더해지는 한국 사회에서 20년의 잡지사가 가능했던 것은, 어쩌면 이런 지역말의 힘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 매체가 기업의 후원을 받지도, 지역 유지의 얼굴과 말을 받아쓰지도 않는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더욱 놀랄 수밖에 없는 '20년'의 기록이다.

전라도 말과 사람, 풍경을 담아온 지난 20년을 가능케했던 저력은 무엇일까. 창간 멤버이기도 한 황풍년 전 편집장(현 광주문화재단 대표)과 남신희 현 편집장을 만났다. <전라도닷컴> 이야기와 두 편집장과의 일문일답을 추려 싣는다.
 
삶을 구차하게 만드는 서울말 대신에


"우리 손자가 말래에서 공부허고 있으문 내가 말해. 아가,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다 도둑놈 되드라. 인간 공부를 해야 헌다 그러고 말해."

때로는 다정하고 때로는 구수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삶의 지혜를 담는 지역말. <전라도닷컴>은 그런 전라도 말을 그대로 보여준다. 따옴표 안의 말을 '서울말'의 시선으로 걸러내고 다듬는 다른 매체와 가장 큰 차이다. 지역 주민들의 입말을 그대로 살린 이야기는 그 자체로 진솔하고 인정 있는 인생이다.

"<전라도닷컴>의 주인공은 땀 흘려 일하는 보통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입말이지요. 이 사람은 생생한 현장의 언어로 이야기하는데, 그걸 서울말로 바꿔버리는 것에 우리는 익숙하지 않습니까. 최소한 따옴표 안의 말은 있는 그대로를 담아야 한다, 그런 원칙을 세우고 지금까지 흘러 온 거지요."

황풍년 전 편집장은 원칙 2가지를 소개한다. 하나, 현재 전라도를 살아가는 민중을 담을 것. 둘, 이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살릴 것.

"그동안 모든 기록은 특권층의 전유물이었지요. 왕조시대뿐 아니라 현재에도 여전히 매체를 통해 대물림되는 건 모두 권력자와 돈의 기록입니다. 후대 사람들은 그렇게 매체에 남은 1% 사람들만 주인공으로 보게 되는 것이고요. 시대의 진짜 주인공인 민중을 무엇으로 증거하고 이들이 지켜온 정신, 연대를 어떤 방식으로 기록할 것인가- 자연스레 고민이 모아졌지요. 그러면서 후대 사람뿐 아니라 당대를 사는 사람도 끊임없이 공감하고 스스로 자존감을 갖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싶었어요."

서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돈과 권력을 쥔 사람만 비추는 기존 언론은 자연스레 지역의 삶을 부정하게 한다. 이는 지역에 사는 이들에게 "서울 강남을 자신의 준거로 만들"고 "내가 사는 지역과 그 곳의 삶을 구차하게 여기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는 사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지역의 이야기는 그대로 휩쓸려 가버린다. 이처럼 손에 닿고 발에 닿는 지역의 삶과 문화가 획일적인 서울 문화에 잠식되는 것을 막는 대안언론으로의 지향이 '전라도닷컴'의 시작이었다.

이런 원칙을 오늘날 제대로 지켜내는 언론이 손에 꼽힌다는 점은 이것이 결코 쉽지 않은 길임을 방증한다. 지역말을 쓰는 사람들의 입말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은 <전라도닷컴> 역시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낯선 단어와 맥락을 제대로 담기 위해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듣고 고치며, 때로는 힘들고 지루한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지역말을 지키는 것의 의미를 지난 20년간 잊지 않았다. 이런 그들의 의지는 지면 밖으로도 이어지는데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 같은, 전라도 지역말을 쓰는 주민들이 참여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나누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남신희 편집장은 이런 활동이 쌓여 지역말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굳이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건 그간 전라도 말이 억지스러운 개그 소재나 차별과 편견이 담긴 말로만 쓰여졌기 때문이지요. 전라도 말을 그런 웃음거리로 삼으려는 게 아니라, 우리네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 아름다운 전라도 말의 맛을 살려보자 했던 거예요.

<전라도닷컴>이 지역말을 갖고 이런저런 걸 하다 보니 생활 속에서 조금씩 퍼져가고 있구나 느끼게 될 때도 있습니다. 지자체 행사에서도 지역말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걷기 행사에서는 '싸먹싸먹(느릿느릿)', 동아리 이름 혹은 행사명에 '항꾸네(함께)' 같은 말을 사용하는 식으로요. 여전히 서울말이 득세하지만 사람들이 지역말의 맛을 새로이 찾아가고 있다, 이제 그런 흐름이 생겨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박자본과 푼돈자본,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
 
2021년 8월 전북 임실군 지사면 영천리 사촌마을에서 마을 주민을 취재 중인 남신희 전라도닷컴 편집장 (사진제공 : 전라도닷컴)
 2021년 8월 전북 임실군 지사면 영천리 사촌마을에서 마을 주민을 취재 중인 남신희 전라도닷컴 편집장 (사진제공 : 전라도닷컴)
ⓒ 월간 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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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잡지를 만들어온 20년. 그 시간은 매 순간이 고비이고 역경이었을 테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비를 하나 꼽자면 2007년 모기업이던 지역 유통 기업과 이별하며 완전한 운영 자립을 이루어 내야 했던 때다. 지역 기업의 비영리적 사회환원 사업의 하나로, 편집권 독립을 약속 받고 운영을 지원받았던 터이지만 이 무렵 편집국은 "외부 자본을 끌어와선 안 된다"는 확고한 의지를 모았다. 셈에 밝은 유통회사에서 가치를 쫓는 한 축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라도닷컴>이 지켜온 원칙과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없다는 의지는 필연적으로 현실적 운영의 어려움에 부닥친다. 이때 손 내밀어 준 건 독자들이다.

"돈 한 푼 없이 5천 명 정도의 독자 목록만 갖고 있었죠. 이미 구독료는 받아둔 터라 그게 다 빚이었던 상태고요. 다행스레 우리의 가치를 인정해준 분들이 여러 방향으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본인 건물의 사무실을 내주기도 하시고 지역 예술가들이 후원 전시회를 열어 운영비를 모아주기도 했어요. 전국적으로 모금 운동도 벌어졌고요." (황풍년 전 편집장)

"졸지에 독립을 당하게 된 상황이었는데, 이미 해봤으니 알잖아요, 이게 얼마나 물적 토대가 중요한지. 현실적으로 유지가 불가능하지 않나, 접어야 하지 않나 하는 얘기까지 하던 차에 '전라도닷컴을 사랑하는 독자 모임'이 결성됐어요. 저희가 문을 닫게 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분들이 모여 운영 방안을 논의하신다고, 그 자리에 편집국도 오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사실 부담스러웠습니다.

고민하다 약속된 날, 약속한 장소로 갔는데 제 인생의 '서프라이즈'라고 할 만한 장면을 만났어요. 저희는 한 일고여덟 분 모여계시지 않겠나 했는데 문을 열었더니 50명 가까운 분들이 앉아계신 거예요. 너무나 진지하게 '앞으로도 계속 전라도닷컴을 읽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나' 마음을 모아주시는 걸 보면서 힘을 얻었죠. 이게 우리가 못한다고 해서 그대로 멈출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책임감을 느꼈고요." (남신희 편집장)

그렇게 모인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이 지난 20년을 가능케했다고, 두 사람은 말한다.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 지역 유지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들로부터 나오는 후원금이나 광고비가 아니어도 지역 잡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이다. 아니, 오히려 그랬기에 지난 20년이 가능했다고 말이다.

"잡지가 월 1만 원이에요. 만 원이라는 돈이 요즘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작은 돈이기도 하죠. 직접 만지지 않더라도 관념적으로 큰돈에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또 어떤 분들에게는 만 원도 큰돈이에요.

저희는 시장 취재를 많이 하는데, 장에 나온 어머니들이 헝겊으로 만든 지갑에서, 낡은 전대에서 꼭꼭 접어두었던 천 원, 만 원을 꺼내는 장면을 많이 봐요. 그런 돈들이 작은 시장 안에서 오가며 소중하게 풀려져 나오는 장면을 보고 살지요. 그래서 천 원도, 만 원도 결코 작은 돈이 아니지요. 우리는 그 작은 것의 가치를 크게 생각하고 정성껏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어야 하고요." (남신희 편집장)

"'대박자본'과 '푼돈자본'이 있어요. 대박자본은 대형기업의 후원금이나 광고비 같은 거고, 푼돈자본은 생활정보 지면에 나오는 줄광고 같은 겁니다. 어느 집 월세가 얼마고, 중고시장에 뭐가 나왔고 하는, 동네 사람들이 내는 줄광고요.

저는 많은 이의 작은 자본이 모여 만드는 푼돈자본의 힘이 정말 강력하다고 봅니다. 실제로도 그래요. 대박자본은 공사 수주 상황에 따라, 선거 결과에 따라 흔들립니다. 그런데 푼돈자본은요, 이런 권력에 절대 흔들리지 않아요. 이런 푼돈자본이 받쳐줘야 더 건강한 언론이 될 수 있습니다." (황풍년 전 편집장)

세상은 중요치 않다 여기는 것을 소중히 다루어온 이들이 세상을 지켜왔음을 확인한다.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어둔 돈을 조심스레 펼쳐내는 마음과 그 마음을 진중히 기록하는 시선들 말이다. 바로 거기에서 생명력 있는 지역의 이야기가 시작됨을 아는 이들이 말이다.

월간 옥이네 통권 61호 (2022년 7월호)
글 박누리 / 사진 김성민, 전라도닷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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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도닷컴> ②편 http://omn.kr/1zvto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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