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남편은 "사랑을 연기해야 하나?"라는 회의감을 드러냈고, 아내는 "나같은 사람은 혼자 살았어야 하나봐"라고 자기 비하에 빠졌다. 오은영은 "지금까지 많은 부부를 만나봤지만 이 부부가 제일 심각하다"고 평가를 내렸다.
 
그동안 수많은 부부들을 상담해왔던 전문가가 내린 뜻밖의 진단에, 해당 부부 본인과 패널들 모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겉보기에 서로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가득하고, 싸울 때도 언성 한 번 높이지 않을 정도로 평온해보였던 젊은 부부에게, 오은영은 왜 이런 평가를 내렸을까.
 
7월 18일 방송된 MBC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서로 전혀 다른 성향으로 갈등을 빚는 '베개 부부(베짱이 아내+개미 남편)'가 사연자로 등장했다. 결혼 4년 차인 안주영-김수연 부부는 이전에 등장했던 부부들과 달리, 커플 복장을 맞춰 입고 손을 맞잡고 등장하여 여전히 신혼같은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풍겼다. 패널들은 너무 달달해보이는 젊은 부부가 왜 출연을 의뢰했는지 의아해했다.
 
부부는 한 종교단체에서 같이 일하다가 만나게 되었고 남편의 적극적인 프로포즈로 연애를 시작했다. 남편은 아내의 귀여운 외모와 비슷한 방향성에 끌렸다고 이야기했고, 아내는 감정기복이 심한 자신과 달리 항상 평온한 성격에 화를 내지 않는 남편이 신기했다고 고백하며 서로 다른 매력에 이끌렸음을 밝혔다.

남편 '독박살림'에 아내 잔소리까지...
 
 MBC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하지만 부부는 겉보기와 달리 지난 4년 동안 자주 싸웠다고 고백했다. 남편은 "권태기가 온 것 같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아내에게 맞춰주기 위하여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혼에 빨리 이혼하는 부부들의 심경이 이해가 된다"라고 고백하여 놀라움을 안겼다. 실제 혼인 지속기간별 이혼율에서 4년 차 이하의 커플들이 18.8%로 30년 차 이상 장기 커플(17.6%)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VCR로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성격의 남편은 빨래, 청소, 설거지 등 집안일을 모두 전담하고 있었다. 바깥에서도 아파트 동대표로 활동하고 여러 가지 모임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는 등 전형적인 '인싸' 기질을 드러냈다.
 
반면 아내는 극단적인 '집순이'에 가까웠다. 올빼미 체질의 아내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스타일이었고, 남편이 일찍 일어나 살림을 하는 동안에도 오후까지 꿈나라를 헤맸다. 부부는 생활패턴이 전혀 달라 같은 집에 살면서도 함께하는 시간은 매우 적었다.
 
아내는 게으르고 의존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잔소리까지 많은 편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홀로 집안일에 분주한 와중에도 "나는 몸이 안좋다", "자기가 좀 많이 해주면 안돼?"라며 응석을 부렸다. 남편은 신혼 초에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에 모두 감수했지만, 어느 순간 당연시 되어버린 독박살림에 아내의 불평과 불만까지 들으며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VCR를 지켜본 아내는 "원래 잔소리가 많고 게으르다"며 솔직히 인정했다.
 
아내는 남편과 식사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지만 남편은 시큰둥하게 주로 단답형으로 일관했다. 아내는 남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도 답이 없거나 짧은 답변만 보내올 때가 많다며 "나와 대화하고 싶지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대화를 포기할 때도 많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화면으로 지켜본 부부 스스로의 모습이 어떤지 질문을 던졌다. 남편은 "좀 불쌍해보인다. 이 사람이 날 사랑하는 아내인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고백하여 충격을 안겼다.
 
남편은 자전거를 타거나 동대표 업무 등, 집안보다 외부활동에서 훨씬 활기가 넘쳤다. 때로는 아내의 연락조차 무시하기도 했다. 반면 아내는 집안에서 남편만을 기다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아내는 "결혼 전 직장에서 동료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으면서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힘든 시절에 아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 남편이었지만, 결혼 이후에는 남편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 더 우울해졌다고. 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시시콜콜한 일까지 끊임없이 장문의 문자를 보내며 관심과 대화를 요구하는 아내에게 지쳐가고 있었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남편의 외부활동이 문제가 아니다. 부부가 집에 같이 있을 때 문제가 훨씬 많아보인다"고 지적하며 "지금까지 <결혼지옥>에 출연한 부부 중 가장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 이유로 "부부가 집이라는 공간을 공유할 뿐, 함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요리, 청소, 취침, 기상까지"라고 분석하며 "함께 하는 것이 없다면 부부가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약해진다"는 게 오은영의 진단이었다.
 
또한 오은영은 부부간 가치관의 차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남편은 의미있는 활동이 중요한 분이다. 남편은 아내와 가치관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내는 다른 사람을 위하여 마음과 에너지와 시간을 내주는 분이 아니다. 아내를 좋아한 이유는 남편의 착각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남편은 밖에 나가서 활동할 때 본인의 가치관이 실현되고 자긍심을 느낀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가 싫은 게 아니라 집에 있기 싫은 것이다. 남편이 결혼 후 바뀐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분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전 심리평가보고서에서도 남편은 취미와 호기심이 많고, 공감력과 이해심이 뛰어나 폭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성향으로 평가됐다. 오은영은 남편이 아내와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하게 느낀다고 지적하며, 아내가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결혼생활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은영 "남편은 부모가 아니야"
 
 MBC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은 두 사람의 대화 패턴에서 독특한 특성을 발견했다. 아내는 장황한 내용에 띄어쓰기로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장문의 문자를 남편에게 수시로 보냈다. 남편은 처음에는 일일이 답변을 해줬으나 어느 순간 귀찮아지면서 후순위로 밀렸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이를 두고 "아내가 '내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가?', '나를 무시하나?라고 느낀다면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당부하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라면 내 마음과 상대 마음이 반반씩 들어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내는 오로지 본인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거나, 자신이 궁금한 것만 질문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부부는 남편의 제안으로 모처럼 시장에 함께 외출을 나갔다. 아내는 맛있는 음식을 먹자는 남편의 부탁에도 지갑을 여는 데 유독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병원비가 아까워 아픈 것도 참는다는 아내는 "돈을 벌려면 일을 더 해야하는데 그러기가 싫으니까 소비를 줄이게 된다"고 놀라운 사실을 고백했다.
 
아내는 남편의 계속된 부탁으로 결국 닭강정을 구매하기로 했다. 그런데 남편이 잠시 어딘가를 다녀오겠다고 자리를 비우고 홀로 남겨지자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아내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혼자 있는 걸 두려워했고, 자리를 비운 남편에게 서운함을 드러냈다.

아내는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식사를 하면서 시장에서 혼자 남겨졌던 상황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알고보니 남편은 아내와 같이 먹으려고 한우를 구입하러 갔던 것. '왜 미리 설명하지 않았냐'는 아내의 질문에, 남편은 '항상 못 사게 하니까'라고 답했다. 부부의 입장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마음이 상한 남편은 급기야 한우를 환불받으려고 말없이 외투를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다음날 저녁, 남편은 연락없이 늦게까지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아내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남편은 지인들에게 "다시 태어나면 결혼 안 하고 살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내는 남편이 늦게 귀가하자 대화를 신청했다. 그러자 남편은 "좀 지친다"고 고백하며 "문자 답장하는 게 내 감정노동같다. 사랑을 증명해야 하나, 사랑을 연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그동안 쌓인 속내를 털어놓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충격을 받은 아내는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지 그랬냐. 괜찮다고 해서 괜찮을 줄로만 알았다"고 허탈해하며 "나같은 사람은 그냥 혼자 살았어야 하나봐. 기생충마냥 너무 다 의지하고 다 해주기만 바랐나보다"며 스스로를 비하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아내는 "서로의 사랑이 확인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서로 표현방식도 다르고 노력해도 몰라주고 힘들기만 한다면. 그냥 서로 자주 안 봐야될까?"라고 질문했고, 남편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남편은 문장완성검사에서 결혼생활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내며 '꽤 힘들다. 서로의 생각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자신이 바라는 여성상으로는 '독립적이고 자기 할 일을 잘하는 사람'을 꼽았다.
 
 MBC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MBC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은 시장에서 보여준 아내의 행동을 분석하며 "생계유지가 어려운 궁핍한 수준에서나 나오는 행동이다. 닭강정을 사는 데 들이는 가격보다, 함께 사고 먹으면서 나누는 행복을 아내는 전혀 모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아내가 불안해하고 예민해하던 장면에 대해서는 "성인이 아니라 마치 유기된 아이의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아내는 본인이 불편해지면 타인의 의도를 의심한다. 나를 속였다. 나쁘게 대했다, 사랑하지 않는다 등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여기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우주에 한 명도 없다"고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알고보니 아내는 어린 시절 어려운 경제적 형편으로 궁핍한 삶을 살면서 돈을 아껴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고, 부모님과도 정서적 교감을 많이 나누지 못했다. 아내는 심리검사 결과 대인관계에서 다른 사람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유기불안(Abandon fear)이 내재되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오은영은 아내의 문제가 어린 시절부터 느낀 '가족애의 결핍'에서 비롯되었다는 진단을 내렸다. 아내가 남편에게 아이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남편을 신뢰한다는 증거이지만 남편은 배우자이지 부모가 아니다. 배우자에게 부모와 같은 사랑을 요구한다면 서로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한편으로 오은영은 남편에게는 "너무나 허용적"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내가 요구하는 것을 너무 받아주기만 하고 본인이 감수하려고만 하다보니까, 지나치게 의존적인 아내의 성향과 맞물려 부부로서의 역할 구분이 엉망진창이 됐다는 것이다.
 
오은영은 "부부로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하게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당부하며 "지금은 2세보다도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외출이 어려운 아내를 위하여 남편이 함께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오은영은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본인의 관심사에만 몰두하는 그 사연은 이해한다. 너무나 가엾다. 가족애의 결핍이라는 구멍은 본인이 만든 것은 아니지만, 성인으로서 그 구멍을 메꾸는 건 결국 본인의 몫"이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전했다. "남편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경험을 쌓아가며 그 구멍을 조금씩 메꿔보라"는 것이 오은영의 솔루션이었다.
 
방송은 자막을 통하여 녹화 이후 아내가 개인심리상담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서로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성향과 가치관의 차이로 행복하지 못한 젊은 커플의 이야기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부부라도 진정으로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들여 깊은 여운을 남겼다.
결혼지옥 부부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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