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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이들에겐 낯선 한국의 인사법을 배우고 있다.
 독일 아이들에겐 낯선 한국의 인사법을 배우고 있다.
ⓒ 정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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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어디에서 왔을 거 같아요?"
"일본? 중국?"
"선생님은 대한민국에서 왔어요."
"거기가 어디에요?"


지난 3월 독일 튀빙엔의 한 초등학교에 방문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이다. 독일의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겐 한국은 낯선 나라이다. 이들이 비행기를 11시간을 넘게 타고 갈 정도로 떨어져 있는 한국을 아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이다.

필자는 독일 고등교육진흥원(DAAD)의 '유럽이 학교를 만든다(Europa macht Schule)' 프로젝트의 참여자로서 독일 초등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수업을 제공했다. 이 프로젝트는 상호 문화 교육(Intercultural Education)의 일환으로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유럽 출신 유학생들이 독일의 학교를 방문해 그들의 문화를 알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16년간 프로젝트가 진행돼 수많은 유학생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독일 학교에 직접 소개했으며 2021년부터는 비유럽권 국가의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대학의 정규 학생이 아닌 교환 학생, 방문 학생 등도 프로그램에 참여해 각 국가의 문화를 알리고 있다. 유학생들은 독일 학교를 직접 경험하고 독일의 학생과 교사와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측면에서 독일 문화를 알아가는 기회를 갖는다.

이 프로그램은 유학생, 교사, 프로젝트 본부의 협력으로 이뤄진다. 프로젝트 본부에서 유학생들은 행정적인 부분과 더불어 프로젝트 운영의 실재에 대한 부분을 지원받는다. 교사의 교육적 지원이 있지만 유학생들이 독일의 학생들을 직접 만나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본부에선 수업 방법론에 대한 세미나도 제공했다.

세미나는 참여자들이 직접 실습해보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단순히 방법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상호 문화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강의도 제공돼 참여자들이 프로그램 참여의 의미도 되새길 수 있다. 이러한 세미나는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에서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들도 학교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밖의 모든 것은 유학생과 현장 교사의 자율로 이뤄진다. 프로젝트 본부보다 현장 교사와 소통할 경우가 훨씬 많다. 학교의 시설, 학생 수, 학생의 특징 등 프로젝트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방문 날짜, 시간, 주제, 내용 등 모든 것이 현장 교사와 상의 후에 결정된다.
 
한글 이름표를 꾸미고 있다.
 한글 이름표를 꾸미고 있다.
ⓒ 정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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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흥미로운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제목하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글, 한복, 한옥, 위치 등과 같은 한국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배울 수 있는 퀴즈, 활동지와 함께 딱지치기, 젓가락으로 콩 옮기기, 한글 이름표 꾸미기, 인사하는 방법 등과 같은 활동 위주의 활동을 준비해갔다.

한국과 독일의 문화는 많은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한국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나라였다. 추후에 진행된 설문 결과 모든 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흥미를 느끼고 이번 활동이 만족스러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학생들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한국어로 인사를 했을 때 참여자로서 한국의 존재도 몰랐던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한국에 대해 알게 된 것에 대해 보람을 느꼈다.            

학생들뿐 아니라 현장 교사와의 대화는 다른 측면에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교실엔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는데 그중에 '욱일승천기'의 모습을 한 깃발이 나의 눈에 띄었다. 깃발 중앙의 빨간 원을 중심으로 빨간 줄기가 퍼져 있는 모습이 '욱일승천기'를 연상시켰다. 교사와 그 깃발들에 대한 설명서를 읽어도 그 깃발만 안내가 돼 있지 않았다.

나는 욱일승천기의 모습을 교사에게 보여주며 이것이 한국 및 다른 아시아 국가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려줬다. 교사 역시 그 깃발을 교실에 전시하는 것의 문제에 대해 공감하며 그 깃발을 그 자리에서 제거해줬다. 독일에 살면서 '욱일승천기'를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는데 개인적이라도 그들과 문제점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현대 사회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다. 어디서든 다른 나라의 문화와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민족의 국가'라는 정체성은 먼 이야기가 됐다. 특히 행정 안전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비율은 꾸준히 늘어 전체 인구의 4.3%를 차지한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엔 비율 4.1%로 줄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전체 인구의 5%)에 따른 다문화다〮인종 국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또한 2021년 국가교육통계 센터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약 3%(16만56명)이 다문화 학생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불릴 만큼 타문화에 대한 개방성 및 인식이 발달됐는지는 의문이다. 인종 차별이나 문화 전유(Cultural appropriation)가 무비판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일상에서나 미디어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거나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을 이상한(또는 예민한) 사람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인종 차별이라고 여겨지는 '블랙 페이스'가 개그 소재로 아무렇지도 않게 활용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조선족, 이슬람, 난민, 중국인' 등에 대한 악인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아무렇지 않게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게 사용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젓가락으로 콩을 옮기고 있다.
 젓가락으로 콩을 옮기고 있다.
ⓒ 정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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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오래전부터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2019년 독일 이민난〮민청에 통계에 따르면 독일 인구 전체의 26%가 이민 배경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독일 통계청은 2019년 독일의 18세 이하 인구 중 39%가 이민자 배경을 지녔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국가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일은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차원의 정책 및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참여한 '유럽이 학교를 만든다'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종이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유학생이 직접 자신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문화 간의 소통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는 타문화를 일방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을 방지하고 다양한 문화가 존중에 기반한 공존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우리나라의 세계적 위상이 올라감에 따라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2019년까지 유학생의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고 한다.

2021년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전체 외국인 유학생 수는 15만 2281명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의 이민 배경을 지닌 인구의 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가 되고 이에 걸 맞는 문화 인식 수준이 요구될 것이다.

다른 문화와의 상호작용은 그 문화의 이해 발달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는 다문화 학생이나 원어민 교사를 제외하곤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극히 드물다. 그리고 원어민 교사는 영어권 국가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다른 다문화 국가에서 문화간의 상호작용을 끌어내는 전략을 참고할 수 있다. 독일의 '유럽이 학교를 만든다'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학교 현장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전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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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사는 교육을 공부하는 학생. 교육을 혐오해서 교육 대학교에 입학했고 현재는 교육의 희망을 그리고 있다. 나의 궤도에서 나만의 방향, 속도로 꿈을 나아가고 있으며 평생 배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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