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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편집자말]
나는 지난 겨울, 코로나에 걸렸었다. 코로나가 가볍게 지나가질 못해 고열로 며칠을 시달렸고 열이 오르면 끝없이 잠을 잤다. 두 번쯤 열이 치솟았다가 내려가면 하루가 지나갔다.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였던지라 PCR 검사로 음성확인을 받아야 나갈 수 있었는데, 열이 좀 내리고 아픈 게 좀 가라앉고 나서도 한참을 PCR 검사에서 음성이 뜨지 않아 16일을 방에 갇혀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방에 갇혀있던 어느 날, 우리 동네에서 화초를 판매하시는 분이 단톡방에 올려주신 나무 사진에 마음을 빼앗겼다. 스윗하트고무나무. 이름부터 스윗한 이 나무는, 잎사귀가 하트모양이다. 하트모양의 잎사귀에 수채화로 붓질을 해놓은 듯한 무늬가 그려져 있다. 화초처럼 작은 화분에 담겨져 키워지기도 하는데 화원에서 기다란 나무로 수형을 잘 다듬어 키워놓은 생김새였다. 내 눈에는 스타일이 좋은 패션모델처럼 보여졌다.

잘 자라는 데 필요한 조건은 '햇빛'
 
스윗하트고무나무
 스윗하트고무나무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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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해제가 되기도 전, 이 나무를 사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다. 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받아들자마자 사무실로 출근을 하며 배송을 받았다. 화분이 꽤 무거운 편이라 배송비도 만만치 않았지만 비용 같은 것을 따지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데려와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한 달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방에 갇혀지냈다. 보상을 받고, 응석을 부리고 싶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격리해제가 되면 카페에 가서 머그잔에 담긴 라떼를 마셔야지, 쇼핑몰에 가서 향이 좋은 바디로션을 사야지, 친구들을 만나 음식점에 가서 맛있는 것을 배부르게 먹고 수다를 떨어야지... 그런 욕구와 바람들도 있지만 그 날만큼은 저 나무를 데려오는 일이 1순위였다. 아직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아 기운이 하나도 없고 머리가 무거운 상태였지만 나무를 받아들고 베란다에서 화분을 끌고 요리조리 자리를 잡아보는 데 기운을 다 소모했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더없이 좋았다.

스윗하트고무나무를 키우기 위한 조건은 '햇빛'이다. 볕이 잘 드는 곳에 두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물을 주면 무탈하게 자란다. 귀여운 하트모양의 잎사귀에 붓으로 칠해놓은 것 같은 초록색 무늬가 있기 때문에 이름이 '스윗하트'로 지어졌을 텐데, 환경이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이 나무의 매력포인트인 바로 그 어여쁜 잎사귀로 반응을 한다. 빛이 없는 곳에서는 잎이 뚝뚝뚝 떨어져버리고, 빛의 양이 적당하지 않으면 잎사귀의 어여쁜 무늬도 잘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빛이 잘 드는 베란다에 서 있는 스윗하트고무나무는 나의 힐링아이템이 되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빛을 받은 나뭇잎들이 찰랑찰랑 움직이는데, 참 보기 좋은 풍경이다. 햇빛만 적당하면 잘 자라준다니 더없이 고마운 화초이기도 하고. 들여온 지 어느덧 반년 정도가 되었는데 아주 크게 자라지도 않고 처음 왔던 그 어여쁜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 또한
 
스윗하트고무나무
 스윗하트고무나무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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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격리를 하는 동안, 인터넷의 시대답게 살아가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었고, 나는 노트북으로 대부분의 업무들을 다 처리했다.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고, 잠이 안 오는 밤이면 책을 읽고 드라마와 영화들을 보았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햇빛을 못 받은 스윗하트고무나무처럼 시들시들해지는 기분이었다. 거리를 걷고, 사람들을 만나 어깨를 부딪쳐가며 깔깔 웃고 싶었다.

스윗하트고무나무에게 필요한 것이 '적당한 햇빛' 그 하나인 것처럼, 사람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결국, 아주 기본적이고 소소한 것들이다. 거리를 걷고,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것들을 바라보며 감탄할 수 있는 마음 같은 것들이다.

'그 별것 아니지만 소중한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뜨거운 여름날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일 것이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이 건네주는 위로의 말이겠지. 이른아침 이제 문이 막 열린 카페의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호젓하게 앉아서 마시는 카페라테 한잔, 저녁 산책길에 만난 손톱달 같은 것들. 그런 별것 아닌 일들에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마음이 우리를 단단하고 빛나게 만들어준다.

지난 세 번의 봄을 거치는 동안 온 세상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뒤덮였고, 서로를 멀리했고, 소독제로 모든 곳을 닦아야 했다. 내 삶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이렇게 영원히 살아야 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사람은 결국 순응하고 적응하게 되는 걸까? 막막하고 암울한 시간을 참 오래도 견뎠다. 햇빛을 못받은 나무처럼.

그렇게 긴 시간을 견디고 나서 세상은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거리를 걷고,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다니는 일상이 조금씩 다시 시작되어서 온 세상이 조금 설레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 다시 코로나 재유행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난 몇 년처럼 두렵고 갑갑해하지만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우리가 경험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소중한 가치들을 더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을 테니까.

나의 햇살이 무엇인지 잊지 말고 살아가자고, 다시 마음을 먹어본다.
 
스윗하트고무나무의 하트모양 잎사귀
 스윗하트고무나무의 하트모양 잎사귀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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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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