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합천창녕보 상류를 덮친 녹조. 지천인 회천 아래까지 녹조띠가 번져가고 있다. 강 전체를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합천창녕보 상류를 덮친 녹조. 지천인 회천 아래까지 녹조띠가 번져가고 있다. 강 전체를 녹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영남의 젖줄이자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이 심상찮다. 심각한 독성 녹조가 창궐해 수돗물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있는 때에 이번에는 수돗물을 공급하는 한 정수장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결돼 논란이 한창이다.

창원에서 발생한 깔따구 유충 수돗물 파동

지난 7일 경남 창원 진해구 주민에게 수돗물을 제공하는 석동정수장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온 뒤 13일 현재까지 계속 유충이 발견되면서 주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창원시는 본포취수장에서 취수한 낙동강 원수가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창원시는 석동정수장의 원수인 성주수원지와 본포취수장의 원수를 확인한 결과 "본포취수장 원수에서 부유하는 유충 알이 관찰되었고 정수과정 중 흘러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는 "현재 창원시는 수돗물 공급계통별로 37개 지점에 매일 조사를 하고 있으며, 8일과 9일, 10일, 11일에 이어 12일에도 70마리 이상 나왔고, 이와 별개로 시민들이 수돗물에서 유충이 나왔다는 민원 접수가 8일 2건, 9일 2건에 이어 12일 1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 진해서 깔따구 유충 계속 발견... 구민들, 창원시 항의 방문 http://omn.kr/1zsuy).
 
맘카페인 '진해댁들 사랑방'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샤워기 거름장치 안 붉은 원 안에 붉은 깔따구 유충이 선명하게 보인다. 맘카페를 중심으로 환경부와 창원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게 나오고 있다고 한다.
 맘카페인 "진해댁들 사랑방"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샤워기 거름장치 안 붉은 원 안에 붉은 깔따구 유충이 선명하게 보인다. 맘카페를 중심으로 환경부와 창원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게 나오고 있다고 한다.
ⓒ 맘카페 "진해댁들 사랑방"

관련사진보기

   
창원시는 이같은 깔따구 유층 수돗물 파동이 발생하자 주민들한테 수돗물을 끓여 마시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생산과정, 배수지, 수용가 등 총 37개 지점에서 수돗물 공급계통별로 하루 네 차례 조사하고 있다고 알렸다. 

현재 상황을 종합하면, 낙동강 원수에 있었던 깔따구 알이 취수장을 거쳐 정수장으로 유입된 뒤 정수과정에서 살아남아 수돗물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다. 즉 이것은 지금 낙동강 주변에 깔따구가 광범위하게 퍼졌고, 많은 알을 낳고 있으며 그 알이 유충으로 변해 강바닥 퇴적토에서 자란 뒤 우화해서 다시 깔따구 성체로 날아가는 생애주기가 무한 반복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은 깔따구가 광범위하게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버렸다.  고인 물터와 모래가 아닌 뻘로 이뤄진 퇴적토는 깔따구 유충이 살아가기엔 훌륭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대구 매곡정수사업소 인근서 다량의 깔따구 유충 발견

그렇다면, 낙동강이 지나는 다른 지역은 괜찮은 걸까? 과연 대구 수돗물은 안전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낙동강의 현장 상황을 확인해봤다. 그 결과 대구도 전혀 안심할 상황은 아니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13일 오전 "대구 취수장인 매곡취수장(정수사업소) 건너 낙동강 안에서 약 15분 동안 삽질 다섯 번 만에 붉은 깔따구 유충을 20개체 넘게 채집했다"고 발표했다. 
 
강정고령보 상류 매곡취수장 건너편 낙동강에서 채집된 붉은 깔따구 유층. 15분 동안 다섯 차례 삽질로 20개채 이상의 붉은 깔따구 유충을 채집했다.
 강정고령보 상류 매곡취수장 건너편 낙동강에서 채집된 붉은 깔따구 유층. 15분 동안 다섯 차례 삽질로 20개채 이상의 붉은 깔따구 유충을 채집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 깔따구 유충 수돗물 파동, 그 현장을 찾아서
ⓒ 정수근

관련영상보기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이 정도면 강정고령보에 깔따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그렇다면 대구 수돗물에서도 깔따구 유충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붉은 깔따구 유충은 모래 강이 아니 뻘밭에서 살아간다. 낙동강 강바닥이 지금 모래밭이 아닌 뻘밭으로 바뀌었다는 증거가 이들 생물의 출현이다. 붉은 깔따구 유충은 환경부 기준으로 수질을 1~4급수으로 나누었을 때 최악등급인 4급수 지표생물로서, 이 생물이 발견됐다는 것은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수질이 4급수로 전락했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환경부 설명에 따르면 4급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키는 물"이라고 규정돼 있다.
 
환경부 지정 수질 최악의 등급인 4급수 지표생물들. 이 생물이 살고 있는 하천은 4급수란 설명이다.
 환경부 지정 수질 최악의 등급인 4급수 지표생물들. 이 생물이 살고 있는 하천은 4급수란 설명이다.
ⓒ 환경부

관련사진보기

    
녹조 파동에 깔따구 파동까지 ...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따라서 낙동강은 지금 최악의 상황이다. 청산가리 100배의 독성 녹조가 창궐하고 있고, 4급수 지표생물 깔따구 유충까지 득실거리고 있다.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 안전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강정고령보를 비롯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면 된다.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해서 녹조도 흘려보내고 바닥의 뻘도 씻어내리면 녹조 문제와 깔따구 유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구시도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대구 수돗물을 생산하는 주체와 책임자가 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구시는 우선 대구 수돗물에서도 깔따구 유충이 나오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정수된 물과 취수장의 원수를 각각 조사해서 얼마나 많은 깔따구 유충과 그 알이 유입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불은 깔따구 유충. 수질 최악 등급인 4급수 지표생물이다.
 불은 깔따구 유충. 수질 최악 등급인 4급수 지표생물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에 대해 대구 매곡정수사업소 측은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업소를 거쳐 가는 물에서 깔따구류 유충이 현재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발견되더라도 방충망과 여과지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곡정수사업소 측에서 말한 여과지에 걸러진다는 건 깔따구 유충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창원에서 확인되고 있는 것은 낙동강 원수의 깔따구 알이다. 그 알이 정수된 물에서 유충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 여과지가 유충의 알도 걸러낼 수 있을까? 창원의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듯하다. 

이번 수돗물 깔따구 출현 사태의 근본 문제는 엄청나게 증식한 깔따구, 그리고 그 환경을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4대강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물 없이는 살 수 없다. 국민의 식수 안전과 관련된 일이기에, 빠르고 강력한 조치가 요구된다. 그것은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젖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윤석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14년 동안 낙동강의 현실을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녹조라떼 낙동강에 이어 깔따구 유층 낙동강까지 낙동강이 너무 이상합니다. 하루빨리 정상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합니다.


태그:#깔따구 유충 , #낙동강 원수, #창원시, #대구시, #4대강사업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